대한폐경학회 폐경호르몬요법 치료지침편찬위원회 김 탁 위원장

 

지난 10월 개정된 대한폐경학회의 ‘폐경호르몬요법 치료지침 2014’에서 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내용은 임상현장에서 호르몬요법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치료지침편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김 탁 교수는 “호르몬요법의 주요 연구로 꼽히는 WHI를 비롯해 최근까지 발표된 근거들을 기반으로 권고사항을 정리했고,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며 “임상현장의 의료진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번 치료지침의 개정 배경과 주요 내용에 대해 김 교수에게 물었다.

- 이번 치료지침 개정의 배경이 궁금하다.
2003년 ‘호르몬요법에 대한 견해’, 2007년 ‘폐경호르몬요법에 대한 치료지침’ 이후 발표된 종합판이다.
치료지침 개정에 대한 필요성은 호르몬요법의 주요 무작위·대조군 연구인 WHI의 2차분석에서 1차분석과 상반된 결과가 제시되면서 대두됐다. 2002년 발표된 WHI 연구 1차분석에서는 호르몬요법이 환자들의 예후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에 축적된 근거들과 대치되는 결과였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2차분석에서는 연령대별로 다른 결과가 제시됐다.

50대 환자에서는 예후에 혜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60대에서는 중간 정도의 효과를 보였으며 70대에서는 좋지 않게 나타났다. WHI 연구 이전에 발표된 근거들이 대부분 50대 중반 연령대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관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1차분석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온 이유 역시 연령대에서 찾았다. WHI 연구 대상자 중 70대의 비중이 높아 50대, 60대 환자들에 대한 결과가 70대 환자들의 결과에 묻힌 것(masking)이라는 데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았다.

이렇듯 WHI 연구를 비롯해 호르몬요법 사용의 근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연구들이 발표됐음에도 환자들은 물론 일선 의료현장에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정확한 정보 전달에 대한 필요성이 있었다.

- 호르몬요법, 큰 틀에서 어떻게 시행해야 하나?

최근 호르몬요법의 흐름은 적은 용량을 짧게 쓰는 것이다. 표준용량(standard dose)을 사용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다. 저용량 전략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 연구에서도 임상 현장에서 적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KEEPS, ELITE 연구에서도 저용량 호르몬요법이 중립적인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기존 표준용량과 비교한 것이기 때문에 중립으로 나타났어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와 함께 가능하면 조기에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조기는 폐경 후 10년 이내를 의미하는 것으로, 뇌혈관질환의 경우 10년 전후의 투여전략 간 차이가 없었지만, 관상동맥질환에서는 조기 투여가 개선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폐경 후 10년 동안은 호르몬이 체내에 남아 있고, 이 호르몬이 혈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즉 아직 혈관이 비교적 건강할 때 호르몬치료를 시작하면 혜택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혈관에 이미 죽상동맥경화증이 발생한 후에 호르몬요법을 시행했을 때는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60세 이후 환자에게는 호르몬요법의 부작용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정맥혈전색전증, 뇌졸중 등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도가 높은 데다가 고령 환자들은 이에 대한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악화 가능성을 줄이자는 것이다.

한편 관상동맥질환에서는 저용량과 표준용량 모두 폐경 후 10년내 투여에서는 혜택을 보였지만, 뇌혈관에서 저용량은 폐경 10년 전후 투여에서 중립, 표준용량에서는 악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 호르몬요법과 유방암에 대한 연관성도 주요 논제로 꼽히고 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호르몬요법이 영향을 미치는 암종은 다양하지만 이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유방암이다. 우선 호르몬요법 자체가 유방암을 발생시키지는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단 유방암 조직이 있을 경우 이를 키우는 촉진제 역할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방암에 대한 영향은 호르몬요법 전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자궁이 있을 때는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을, 자궁이 없을 경우에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토젠 병용요법을 사용한다. 에스트로겐 제제는 WHI 연구에서 평균 7.2년 투약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최장 13년까지 추적관찰한 결과 유방암을 발생시키지 않고 유방암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NHS(Nurses Health Study) 연구에서는 15년 동안 복용한 환자에서 유방암 위험도가 약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종합적으로는 에스트로겐이 유방암 위험도를 감소시키지만, 15년 이상 장기간 복용할 경우에는 위험도가 증가할 수 있다고 본다.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토젠 병용요법도 WHI 연구에서 7년까지는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 복용 7년후 부터는 검진되지 않을 정도의 유방암이 조직 내에서 더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유방암과 관련해 일선 의료진들에게 호르몬요법의 처방전략을 제시한다면?
우선 호르몬이 유방암을 발생시키지는 않지만 위험도는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장기간 복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전반적으로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은 유방암을 억제시키지만,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토젠 병용요법은 7년 이후 유방암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발생률이 1000명의 0.8명꼴로 위험도가 크지 않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또 유방암 가족력 등 고위험군에서도 상관없이 투여할 수 있다. 단 유방암 병력 및 의심환자들에게는 안전성 측면에 무게를 둬 투여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 이 외의 암종들과 호르몬요법 간 연관성은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자궁내막암은 자궁이 없는 환자들은 생각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다. 자궁이 있는 환자에서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토젠 모두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난소암의 경우는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토젠을 함께 사용할 경우에는 영향이 없지만,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에서는 소폭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대로 대장암에서는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토젠이 약간 감소시키고,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은 연관성이 있다. 폐암은 에스트로겐,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토젠 모두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티볼론에 대한 부분만 별도로 구분해 제시하고 있다.
티볼론은 25년 이상 사용돼 온 약물로 현재 호르몬요법으로 분류돼 있다. 이전에는 호르몬제제, 선택적에스트로겐수용체조절제(SERM)와 별도의 약물로 구분해 사용했지만, 국제폐경학회에서 티볼론도 호르몬요법으로 묶어서 구분하면서 같이 적용되게 됐다.

이에 티볼론도 적응증과 비적응증이 호르몬 제제와 동일하다. 하지만 티볼론은 자궁유무에 상관없이 사용하고, 유방암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어 유방암 위험도 논란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게다가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토젠에 더해 안드로겐의 역할까지 해주기 때문에 성욕, 기분장애 등에도 추가적인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단 65세 이상의 환자에서는 뇌졸중 위험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용량을 절반으로 줄여서 투여하도록 하고 있다(2.5mg에서 1.25mg).

- 일선 현장 전문가들에게 호르몬요법에 대한 제언을 한다면?
궁극적으로 강조하는 내용은 임상현장에서의 호르몬요법 시행을 너무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반 환자들이 정확한 정보가 없어 불안해하고 있을 때 의료진이 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환자들에게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 즉 이 약물이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게다가 가능한 조기에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북미폐경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명확한 중단시기는 제시하지 않고 있고 위험 대비 혜택이 클 때까지의 지속적인 투여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약물투여 기간은 유방암만 생각한다면 7년까지 투여하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1000명당 0.8명의 낮은 발생률을 고려하면 이보다 장기적인 투여도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투여 7년째 환자들과 논의해 이후의 전략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환자들이 ‘여성’이기를 포기할 때까지 투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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