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그 자체만으로도 심혈관질환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당뇨병 환자의 70~80%가량이 심혈관 합병증으로 사망한다는 것도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일례로 UKPDS 연구에서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LDL 콜레스테롤(LDL-C)을 지목했다. 이들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높은 것은 인슐린 저항성 및 이와 연관된 이상지질혈증 등이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근거해 당뇨병 환자에서 지질치료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당뇨병 환자에서 스타틴 치료를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들이 연이어 보고되면서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당뇨병 환자에서 스타틴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13년 발표된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의 지질 가이드라인이다. 가이드라인은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이 없는 상태에서 40~75세 연령대로 LDL-C가 70~189mg/dL인 당뇨병 환자에서 스타틴의 심혈관질환 개선 혜택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며 심혈관질환 1차예방을 위한 지질치료 전략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발표된 유럽 가이드라인 역시 “심혈관질환 병력, 제2형 당뇨병 또는 표적장기손상이 있는 제1형 당뇨병, 중등도~중증 만성 신장질환, 10년 내 동맥경화성 사건 발생위험(SCORE) 10% 이상 중 하나에 해당하는 초고위험군(very high score) 환자에서 LDL-C 목표치는 70mg/dL 미만”이라며 당뇨병 환자에게 스타틴 치료를 강력 권고했다.

CARDS - 심혈관질환 1차예방
당뇨병 환자에서 스타틴 치료를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었던 사례는 CARDS 연구가 대표적이다. Lancet 2004;364:685-696에 발표된 이 연구를 통해 스타틴 치료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1차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처음으로 입증됐다.

연구는 LDL-C 수치가 높지 않은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아토르바스타틴 1일 10mg 요법을 통해 주요 심혈관사건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환자들은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상태에서 40~75세 연령대로 흡연, 고혈압, 단백뇨, 망막증 중 적어도 하나의 위험인자를 갖고 있었으며 LDL-C 수치는 160mg/dL(4.14mmol/L) 미만이었다. 이 환자들을 아토르바스타틴 1일 10mg(1428명) 또는 위약군(1410명)으로 무작위 배정해 급성 관상동맥 심장질환, 관상동맥 재형성술, 뇌졸중의 첫 발생을 평가했다.

관찰결과, 아토르바스타틴의 주요 심혈관사건 위험은 위약군에 비해 37% 감소하며 유의한 효과를 나타냈다(P=0.001). 개별 종료점 역시 급성 관상동맥 심질환이 36%, 관상동맥 재형성술 31%, 뇌졸중은 48%까지 감소하며 아토르바스타틴 요법의 효과가 입증됐다(P=0.001). 사망률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는 아니었으나 아토르바스타틴군에서 위약 대비 27% 감소하며 낮은 상대위험도를 보였다. 

연구는 사전규정된 아토르바스타틴의 유효성이 충족됨에 따라 2년 시점에서 조기종료됐다.
연구팀은 이에 근거해 “심뇌혈관질환 위험인자를 갖고 있으며 LDL-C가 높지 않은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1차예방을 위해 아토르바스타틴 1일 10mg 요법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토르바스타틴은 이 연구결과에 근거해 당뇨병 환자의 심뇌혈관질환 예방에 사용할 수 있도록 추가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ASCOT-LLA
한편 ASCOT-LLA 연구 또한 아토르바스타틴 1일 10mg 요법의 심혈관질환 1차예방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ASCOT-LLA 연구는 항고혈압제 요법의 심혈관사건 혜택을 검증키 위한 ASCOT-BPLA 연구에서 기저시점의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250mg/dL(6.5mmol/L) 이하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아토르바스타틴과 위약을 비교했다. 총 1만 9342명이 ASCOT-BPLA를 위해 칼슘길항제 + 이뇨제 또는 칼슘길항제 + ACE억제제군으로 배정됐으며, 이 가운데 1만 305명이 아토르바스타틴(10mg) 또는 위약군으로 나뉘어 치료를 받았다. 이 가운데 당뇨병 환자는 24%를 차지했다.

연구는 관찰 3.3년(중앙값) 시점에서 아토르바스타틴군의 비치명적 심근경색증과 치명적 관상동맥 심질환(1차 종료점 복합빈도)이 위약군에 비해 36% 유의하게 감소하면서 조기종료됐다(Lancet 2003;361:1149-1158).

HPS - 당뇨병 하위그룹
당뇨병 환자에서 스타틴의 심혈관질환 1차예방 효과를 보고한 근거에는 HPS 당뇨병 하위그룹을 분석한 연구도 있다. 연구에서는 수천명의 당뇨병 환자에게 심바스타틴 40mg 치료를 적용한 결과, 스타틴군의 주요 혈관사건이 위약군 대비 22% 유의하게 감소했다. 관상동맥사건은 37%, 뇌졸중은 24% 감소해 역시 위약군 대비 유의한 효과를 나타냈다(Lancet 2003;361:2005-2-016).

LISTEN - 아토르바스타틴 vs 로수바스타틴 대등
스타틴이 당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대표적이 사례로는 최근에 발표된 LISTEN 연구가 있다. 올해 유럽심장학회(ESC) 연례학술대회에서 보고된 이 연구는 당뇨병을 동반한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대표적 스타틴 제제인 아토르바스타틴과 로수바스타틴의 지질조절 효과 및 당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한 결과, 두 제제의 효과가 대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LISTEN 연구는 당뇨병과 고콜레스테롤혈증을 동반한 일본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로수바스타틴 5mg(514명)과 아토르바스타틴 10mg(504명)의 효과를 비교했다. 1차 종료점은 치료 3, 6, 12개월 시점에서 각 그룹의 기저시점 대비 non-HDL-C와 당화혈색소(A1C)의 변화를 평가했다. 연구를 주도한 일본 쿠마모토대학의 Hisao Ogawa 교수는 “스타틴 치료 시에 신규 당뇨병 위험이 다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뇨병 환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된 바가 없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우선 아토르바스타틴과 로수바스타틴은 전반적으로 non-HDL-C를 대등하게 조절했다(overall P=0.0922). 12개월 시점에서 non-HDL-C 수치를 32.86%(로수바스타틴)와 31.01%(아토르바스타틴) 씩 감소시키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P=0.0780). 이는 3개월(P=0.0475)과 6개월(P=0.5374) 시점에서도 같은 양상이었다. LDL-C 감소효과는 전반적으로는 로수바스타틴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우위를 점했다(overall P=0.0399). 하지만 구간 별로 봤을 때 아토르바스타틴 대비 로수바스타틴의 우수한 LDL-C 조절효과는 3개월 시점에서만 관찰됐다(로수바스타틴 -39.38% 대 아토르바스타틴 -36.39%, P=0.0106). 6개월(P=0.3205)과 12개월(P=0.0896) 시점에서는 두 군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당대사 측면의 당화혈색소(A1C)에 있어서는 전반적으로 아토르바스타틴과 로수바스타틴 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overall P=0.0846). 하지만 3개월 시점에서 로수바스타틴 6.40% 대 아토르바스타틴 6.44%(P=0.1661)로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A1C 수치가 6개월 시점에서는 6.44% 대 6.52%(P=0.0104)로 유의한 격차로 벌어졌다. 12개월 시점에서는 두 군의 A1C가 모두 6.50%(P=0.6695)로 다시 대등한 수준으로 귀결됐다.

 

당뇨병 환자 미세혈관합병증 예방효과
가장 최근에는 당뇨병 환자에서 스타틴의 미세혈관 합병증 예방효과를 보고한 관찰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Lancet 2014년 9월 10일자 온라인판에 보고된 연구로, 스타틴 사용이 당뇨병 환자에서 망막증, 신경병증, 신장병증, 족부괴저 등 미세혈관 합병증 위험을 높이는지 파악코자 했으나 오히려 일부 당뇨병성 미세혈관 합병증을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 코펜하겐의대의 Sune F Nielsen 교수팀은 2006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40세 이상의 당뇨병 환자 21만 3974명 중 6만 2716명을 선별, 이들을 스타틴과 비스타틴군으로 나눠 미세혈관 합병증 발생률을 관찰했다.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64세였으며, 80%가 경구 혈당강하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인슐린 사용율은 12%였다. 이전에 심혈관질환이 있었던 환자들은 18%였다.

이들을 평균 2.7년(범위 2000~2013) 관찰한 결과, 초기부터 스타틴을 투여한 군은 그렇지 않은 그룹과 비교해 주요 미세혈관질환 예방효과가 뚜렷했다. 당뇨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인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경우 40%를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고(hazard ratio 0.60, P<0.0001),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34%를 낮췄다(0.66, P<0.0001). 아울러 족부 괴저현상도 12%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당뇨병성 신장병증은 예방효과 경향을 보였을 뿐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로 볼 만한 수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0.97, P=0.62).

이러한 결과는 사망위험을 보정한 분석과 성향점수(propensity score)를 보정한 회귀분석 결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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