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 약물로 뇌졸중 예방 가능

 

올해 미국심장협회(AHA)와 뇌졸중협회(ASA)가 발표한 ‘뇌졸중 2차예방 가이드라인’은 뇌졸중이나 일과성뇌허혈발작(TIA) 환자의 재발위험을 줄이기 위해 스타틴을 통한 지질치료가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Stroke 2014;45:2160-2236). 가이드라인은 “동맥경화 기원의 허혈성 뇌졸중 또는 TIA 환자에서 뇌졸중 재발 및 심혈관사건 위험을 줄이기 위해 스타틴을 통한 집중지질조절 요법이 권고된다(Class I, Level B)”고 밝히고 있다. 특히 새롭게 개정된 2014년 가이드라인은 “동맥경화 기원에 의한 뇌졸중 또는 TIA 병력자일 경우 LDL-C가 100mg/dL 미만에 여타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의 근거가 없더라도 스타틴을 통한 집중지질조절 요법을 적용해야 한다(I, C)”고 권고했다. 뇌졸중 환자의 경우 지질수치에 관계 없이 스타틴 치료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2006년에 무슨 일이?
이는 지난 2006년 AHA·ASA가 공개한 뇌졸중 2차예방 가이드라인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Stroke 2006;37:577~617). 양 학회는 재발성 뇌졸중의 주요 위험인자 중 하나로 콜레스테롤을 명시, 이에 대한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콜레스테롤 상승·심혈관질환·동맥경화성 기원의 근거가 있는 뇌졸중 또는 TIA 환자에게 NCEP ATP III에 따라 지질수치를 조절하도록 권고했다(I, A). 보다 자세한 지질저하 전략으로는 관상동맥질환이나 죽상경화증이 있을 경우 LDL-C를 100mg/dL 미만으로, 여러가지 위험인자가 병존하는 경우 70mg/dL 미만을 목표치로 권장했다(I, A). 반면 동맥경화 기원에 의한 허혈성 뇌졸중 또는 TIA가 있으나 정상 콜레스테롤 수치 등의 이유로 스타틴을 복용치 않았던 환자들에게는 권고등급이 다소 낮은 Class IIa, Level  B로 투여 고려를 제안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뇌졸중 재발 예방을 위한 스타틴 지질저하요법이 심혈관질환 병력자나 고위험군 환자에서는 임상근거를 통해 전반적인 동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심혈관질환 무병력자나 저위험군에서는 아직 뇌졸중 예방 목적의 지질요법을 지지하기 위한 임상 데이터가 더 요구되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해야 한다.

“콜레스테롤과 뇌졸중 상관관계 확립 안돼”
2006년 가이드라인은 이 같은 차별권고와 관련해 고콜레스테롤혈증 및 이상지질혈증이 심혈관질환과는 달리 뇌졸중에 대한 위험인자로 명확히 확립되지는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전의 코호트 연구에서 콜레스테롤 수치와 허혈성 뇌졸중 사이에 상관관계가 확인되기는 했으나, 전체 뇌졸중과는 명확한 관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일련의 임상연구에서 심혈관질환 병력자의 경우 스타틴이 뇌졸중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지만, 콜레스테롤 강하효과 이상의 다른 기전이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는 견해도 밝혔다. 실제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 뇌졸중 간 상관관계는 여러 역학 및 관찰연구에서 일관되지 못한 결과를 보여 왔다.

Plasma Lipid Profile and Indicident Ischemic Stroke (Stroke 2003;34:623~31) 연구는 1만 4000명 이상의 중년 남·여를 대상으로 10년간 전향적 관찰을 했으나, 콜레스테롤과 허혈성 뇌졸중 간에 일관되지 않은 약한 상관관계를 확인했을 뿐이다. 반면, 35만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한 MRFIT(NEJM 1989;320:904-10) 연구에서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할수록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SPARCL 연구 등장 - 뇌졸중 예방 지질요법 확대 예고
그런데 이 시기에 공교롭게도 스타틴 지질조절 요법의 뇌졸중 예방효과를 입증한 연구들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프랑스 비샤대학병원의 Pierre Amarenco 교수팀은 9만명 이상의 환자를 포함하는 스타틴 연구들을 대상으로 메타분석을 실행한 결과, 스타틴을 통한 LDL-C 감소가 뇌졸중 상대위험도를 21%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Amarenco 교수가 주도한 SPARCL(NEJM 2006;355:549~559) 임상연구는 LDL-C 저하와 뇌졸중 재발위험 감소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입증, 뇌졸중 예방에 있어 지질요법의 확대라는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평가받았다.

올해 발표된 AHA·ASA 가이드라인은 동맥경화성 뇌졸중 환자에게 적극적인 스타틴 요법을 권고한 근거로 이 SPARCL 연구를 내세우고 있다. 2014년 가이드라인은 “뇌졸중 환자에서 스타틴을 통한 재발예방 효과를 입증한 임상연구는 SPARCL이 독보적”이라며 연구의 설명에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SPARCL 연구는 관상동맥 심장질환 병력이 없는 뇌졸중 또는 TIA 환자(4731명)를 대상으로 아토르바스타틴 80mg의 공격적 LDL-C 저하요법이 재발에 미치는 영향을 1차 종료점으로 삼아 진행됐다. 아토르바스타틴의 뇌졸중 재발과 관상동맥사건 위험이 위약군 대비 각각 16%와 35%씩 감소돼, 뇌졸중 2차예방과 관상동맥질환 1차예방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 결과를 두고 순환기는 물론 신경과 전문의들이 뇌졸중의 2차예방에 스타틴을 처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평가와 함께, 이를 통해 뇌졸중 예방 가이드라인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그림>. 이 같은 전망은 이후 발표된 뇌졸중 2차예방 가이드라인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항혈전제 + 항고혈압제 + 스타틴 다제요법 기대
Amarenco 교수는 연구 발표 당시 “뇌졸중 2차예방은 항혈소판제·항고혈압제 요법이나 금연·당뇨병 치료 등을 통해 성과를 거둬 왔던 반면,  LDL-C 저하와 뇌졸중 재발예방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밝힌 연구는 아직 없었다”며 “뇌졸중이나 TIA 환자에서 스타틴을 통해 뇌졸중 위험을 줄일 수 있느냐를 검증한 결과, 아토르바스타틴 80mg 요법의 뇌졸중 재발예방 효과(상대적 위험감소 16%)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SPARCL 연구결과를 근거로 항고혈압제 및 항혈소판제와 함께 스타틴을 사용할 경우, 뇌졸중 재발위험을 약 8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며 “폴리필(polypill) 개념을 뇌졸중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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