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천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화영 교수

술을 많이 마시기로 한국은 세계에서 15위, 아시아에서는 1위인 '음주강국'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가별 1인당 음주량을 비교한 결과다.

15세 이상 국민 한 명당 연간 알코올 섭취량이 12.3 리터로, 소주로 계산하면 60병이 넘는다. 통계만 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술 권하는 사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마신 술은 뇌 기능에 악영향을 주고 인지기능에 장애를 입혀 알코올성치매로 이어진다.

하지만 순천향대 천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화영 교수<사진>는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정상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알코올성치매의 원인과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 젊은층 치매환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알코올성치매 발병률도 높아지고 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알코올성치매 발병률이 증가했다기보다 치매 평가 방법들이 다양해지고 그 기능들도 향상되면서 조기발견율이 높아졌다고 보면 된다.

노인성·혈관성 치매 등이 사회 전반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알코올도 치매의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젊은층에서 점차 확산된 것도 조기 검진율을 끌어 올렸다고 볼 수 있다.

또 젊은 성인들에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조기검진을 통해 치료하려는 환자 수도 늘고 알코올성치매를 포함한 치매를 사전에 예방하자는 인식으로 변하고 있다.

-알코올성치매는 회복이 불가능한 질환인가? 만약 '초기에 진단하고 치료한다'는 전제가 붙는다면 어떠한가?

알코올성치매는 다른 치매와 달리 환자가 술을 끊고 6개월이 지나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 단 알코올성치매가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일 경우 회복되는 데도 한계가 있어, 조기검진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 치료에서는 알코올로 인해 생긴 영양의 결핍을 치료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이를 위해 환자에게 비타민, 티아민(비타민 B1)을 집중적으로 복용토록 한다. 특히 B1은 탄수화물을 비롯한 에너지 대사에 참여한다.

모든 세포는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티아민의 결핍은 신체 모든 기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B1을 보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족한 영양을 교정해 준 다음에서야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항갈망제인 아캄프로세이트나 날트렉손 등을 처방하거나 단주를 위한 치료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실시한다.

- 현재 알코올성치매 치료와 관련해서 연구 중이거나 시행 중인 새로운 치료법이 있는가?

아직은 알코올성치매만을 대상으로 한 체계화된 연구는 없다. 알코올은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와 NMDA 길항제 분비에 영향을 끼쳐 정서불안, 불면증, 기억상실 등을 유발시킨다. 그래서 임상에서는 글루타메이트의 NMDA 길항체와 관련된 약물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은 알코올성치매 치료제로 사용했던 증례보고가 있으며, 메만틴이 알코올에 독성과도 관련이 있어 효능 면에서 유망하다고 할 수 있지만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관련 약물을 대상으로 한 효능 연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알코올성치매 치료에 쓰일 가능성을 기대해봐도 되겠는가?

알코올성치매도 치매의 한 종류이고 치매가 기억력·인지력을 관장하는 대뇌에 아세틸콜린 농도가 떨어져 나타나기 때문에, 알코올성치매 치료에 있어서 아세틸콜린 관련 약물 역시 쓰일 수 있다.

하지만 알코올성치매 자체가 노인성이나 혈관성 치매에 비해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확실하게 효과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증례 보고 수준이다.

- 알코올의 인지기능에 대한 방어효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은데, 여기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가?

논란이 많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몇몇 연구 가운데에 알코올을 양과 상관없이 섭취만 해도 뇌에 손상이 오거나 알코올을 지속적으로 복용한 군은 뇌 자체가 볼륨이 작아졌다고 한다.

반면 알코올을 소량 섭취한 대상군을 관찰한 결과 뇌에 인지기능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한 연구도 있다. 알코올 자체가 콜레스테롤을 낮춤과 동시에 고밀도지단백질(HDL)을 향상시키고, 인슐린 민감성을 증가시키는데 이러한 긍정적인 작용들로 인해 소량의 알코올 섭취가 방어적 효과를 나타낸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현재까지도 알코올과 인지기능에 대한 방어효과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가 발표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입증할 만한 연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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