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지소 공보의, 독감 예방접종 부작용 우려 환자 반려…돌아온 건 진료장려금 3개월 삭감

 

찬 바람이 불어오는 10월부터는 예방접종이 급격히 늘어난다.

특히 주변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독감 예방접종은 이를 맞으려는 환자만큼 의사까지 덩달아 분주해지기 마련이다.

보건지소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에겐 두말 할 게 없다. 독감 예방접종 시즌에는 소위 일당백을 넘어 일당천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예방접종을 받는 인원의 갑작스런 증가가 아니라 접종이 몰리면서 그에 따른 이상반응도 늘어난다는 데 있다.

지난 10월 13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김현숙 의원(새누리당) 보고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예방접종 후 부작용을 호소한 사례가 1698건 발생했으며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도 무려 25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은 최근 5년간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현황 자료에서 182건(10.7%)을 차지했다. 즉 10건의 이상반응 보고 가운데 1건이 독감 예방접종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이는 폐렴구균 백신 163건(9.6%), 일본뇌염 백신 78건(4.6%)을 뛰어넘는 분포였다.

무료 독감 예방접종, "하루 진료 800여 명…가능해?"

최근 경기도 한 지역의 보건의료원에는 독감 예방백신과 관련해 작은 소란이 일었다.

독감 예방접종이 시작되면서 일손을 도우러 보건지소에서 파견을 나온 공중보건의사 A씨(공보의 3년차)는 접종 첫 날에만 800여 명을 예진했다.

A씨는 독감 백신의 이상반응 사건 사고에 민감해 있던 터라 상태가 의심되는 환자는 일절 접종을 하지 않았다. 또한 이들의 예진표는 개인정보 문제로 바로 폐기에 들어갔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됐다.

이날 무료 예방접종을 받으러 해당 보건의료원을 찾은 800여명 중에는 어느 60대 노부부가 포함돼 있었다.

부인은 무리없이 접종을 받았지만 남편은 문진상 미열을 비롯 콧물, 기침, 두통 등 감기증상을 호소했다. 결국 남편의 경우 현재 상태를 고려해 예방접종을 다음으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이후 한 통의 민원이 해당 군 보건의료원 건강신문고 게시판에 올라온다. "무료 독감 예방접종을 해주지 않는 오만 방자하고 불친절한 나쁜(?) 의사"를 탓하는 항의성 글이었다.

이에 대해 해당 보건의료원의 일 처리는 신속했다. A씨에게는 불성실 근무 및 불친절 민원 유발로 인한 행정처분이 내려진 것. 공보의 2달치 본봉에 해당하는 진료장려금 3개월 삭감(240만원)은 덤이었다.

3분진료, 안전 불감증 야기…책임은 누구 탓?

A씨는 "환자의 건강을 고려해서 접종을 거부한 것이 불친절인가? 환자의 편의도 생명이 담보가 돼야 가능한 것이다. 민원인의 일방적인 얘기만 듣고 행정처분을 내린 것은 환자의 건강권과 의사의 진료권은 안중에도 없고 공공기관의 안위만을 챙기는 편협한 태도"라고 불편한 심기를 밝혔다.

이어 그는 "환자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예방접종에서 출장 지원을 나온 공보의가 하룻동안 많게는 1000명이 넘는 사람을 진료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면서 "예방접종때는 그야말로 대란이다. 몰리는 환자로인해 진료시간까지 허덕이는 실정인데, 이번 처분 결정은 공중보건의 안전 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씁쓸해 했다.

1명의 의사가 1일 1000여 명을 상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어렵지만 주변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다.

때문에 무료 예방접종 대상이 되는 노령인구에서는 안전성과 관련해 예진에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한편 얼마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내과 이찬희 과장을 비롯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공단일산병원 임상연구관리팀 등이 공동으로 '진료과별 적정 외래 진료시간에 관한 연구'를 실시한 결과 환자가 만족할만하다고 제시한 진료시간은 6.3분, 실제 환자 진료 시간 4.2분, 평균 대기시간은 12.6분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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