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름치료에 많이 쓰이고 있는 보톡스. 그러나 국내 허가받은 적응증은 모두 8개다.
보툴리눔독소의 효능은 무궁무진하다. 국내 허가된 허가사항을 보면 모두 8가지 질환에 쓸 수 있다.

나열해보면 우선 12세 이상의 성인에서 본태성 눈꺼풀 경련이나 제7신경장애를 포함한 근이상과 관련된 사시 및 눈꺼풀 경련의 치료에 쓸 수 있다. 또 2살 이상의 소아뇌성마비 환자의 경직에 의한 첨족 기형도 가능하다.

경부근 긴장이상의 치료에도 쓸 수 있으며, 중등도 원발성 겨드랑이 다한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18세 이상의 성인에서 뇌졸중과 관련된 상지 경직도 완화시켜준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름(미간) 적응증은 일반인도 잘알고 있는 영역이다. 또 성인 만성 편두통환자에서의 두통을 완화시켜주고 항콜린제로 조절되지않는 요실금, 절박뇨, 빈뇨 등 방광기능장애에도 효과가 있다.

이중 최근 흥미를 끄는 영역이 두통 효과이다. 신경과가 아니면 보툴리눔독소가 두통에도 효과가 있다고 아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안다고 해도 어떻게 써야하는지 또 치료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보툴리눔독소를 이용해 치료할 수 있는 두통 종류는 무엇이 있으며 어떻게 치료해야하는지 살펴봤다. 최근 한림대학교 주민경 교수가 대한통증학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참고했다.

통증억제 효과는 운동질환 연구시 관찰

보툴리눔독소의 두통 효과가 임상적으로 확인되기 시작한 시점은 2000년 부터다. 연구자들은 보툴리눔독소를 근긴장 이상과 관련 운동질환 분야에 적용하다 이보다 먼저 진통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두통 등의 통증 질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고 이들을 근거로 실제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특히 보툴리눔독소는 기존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두통, 즉 만성편두통, 약물과용두통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나오면서 점차 사용이 늘고 있는 추세다.

보툴리눔독소가 어떻게 통증을 억제해주는가는 여러가지 이론이 있다. 지금까지 나오고 있는 이론은 모두 4가지이다.

우선  Gazerani P 박사는 보툴리눔독소가 통증과 관련된 신경펩티드 생성을 억제한다고 발표했는데 이 연구가 2006년 Pain에 실리면서 주목을 끌었다. 당시 박사팀은 뒤뿌리신경절 신경세포에 캡사이신 투여로 통증물질인 Substance P 방출을 유도했는데 이 물질이 보툴리눔독소에 의해 억제된다고 발표했었다.

두 번째는 Durham 박사가 삼차신경절세포에서 통증자극에 의한 통증전달 신경펩티드인 CGRP의 분비를 보툴리눔독소가 억제한다는 이론를 제시했는데, 이 논문이 2004년 Journal of Head and Face Pain에 실렸다.
이를 계기로 결국 두 박사의 연구를 통해 보툴리눔독소는 편두통 발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Substance P와 CGRP 분비 억제를 통해 통증을 개선하는 것에 무게가 실렸다.

여기에 통증 전달에 관여하는 척수배격 신경세포에 의한 작용 가능성도 나오면서 기전적 이론이 추가됐다. Cui M 박사는 통증자극을 주면 배각신경세포에서 c-Fos 단백질의 증가가 나타나는데 이때 보툴리눔독소를 치료를 하면 통증자극에 의한 배각신경세포의 c-Fos 단백질이 감소된다는 내용을 발표했고 이 연구가 2004년 FRONTIERS IN HEADACHE RES에 게재됐었다. 그외에도 보툴리눔독소가 뒤뿌리신경절과 척수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독소가 중추신경계로 이동해 통증억제효과를 나타낸다는 연구결과도 나온바 있다.

만성편두통과 약물과용두통에 효과

두통은 상태 및 원인에 따라 삽화성 편두통 만성편두통, 약물과용두통, 만성긴장형두통, 군발두통 등 종류가 많다. 문제는 보툴리눔독소가 모든 두통에 효과를 나타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삽화성 편두통의 경우 치료효과는 확실하지 않다. 2000년 Journal of Head and Face Pain에 실린 연구를 보면 보툴리눔독소가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용량이 저용량보다 효과가 더 적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와 중에 2002년 Current pain and headache reports에서는 후향적 조사를 통해 보톨리눔독소의 두통 개선효과가 있다고 제시했지만 개방연구였고 소규모라는 점에서 근거수준은 높지 않았다. 이후 보다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대부분 실패하면서 현재 삽화성편두통에 대한 치료근거는 약하진 상태이며 현재는 잘 쓰이지 않고 있다.

반면 만성편두통은 효과과 확실하다. 이를 입증한 대표적 연구는 2010년 Cephalalgia에 실린 PREEMPT 1, 2 연구가 대표적이다.

이 연구는 대규모 무작위 이중맹검연구로 북미와 유럽 122개 연구센터에서 138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이다. 24주간 위약대조, 32주간 개방연구로 진행됐다.

1차 종료점으로 사용한 두통일수 평가에서 보톨리눔독소군이 8.4일 감소한데 비해 치료군에서는 6.6일 감소해 통계적유의성이 관찰됐으며 편두통일수 50% 이상비율, 편두통일수 75% 이상 감소비율, 두통으로 인한 영향을 평가하는 HIT-6 점수도 위약군에 비해 의미있게 감소했다.

당시 이 연구가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참여환자의 대부분이 20년 이상 병력이 있고 한 달에 20일 이상의 두통일수를 가진 난치성 환자였다는 점이었는데 이를 통해 보툴리눔독소가 통상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첫 제시된 것이다.

게다가 만성편두통에 사용하는 토피라메이트와 비교해 효과가 서로 유사하다는 연구가 2010년 Journal of Head and Face Pain에 나오자 만성편두통에서의 보툴리눔독소의 효과는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다.
아울러 약물과용두통에도 효과가 입증됐다.

약물과용이 동반된 두통은 약물을 중단하면 두통, 구역, 구토, 기분장애 등이 악화가 나타나 환자들은 만성적으로 약물을 복용하게 되나 약물과용을 중단하지 않으면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므로 계속복용할 수 밖에 없다. 현재 국제두통질환분류 제2판(ICHD-2)의 기준에 따르면, 3개월 이상 만성적으로 단순진통제는 한 달에 15일 이상, 혼합진통제, 트립탄, 에르고트 아편계 약물은 한 달에 10일이상 사용한 약물과용이 동반되고 약물과용을 중단하고 2개월 이후에 두통의 호전 또는 소실이 나타나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68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군 임상에서 보툴리눔독소군이 대조군 대비 급성기 치료약물 사용, 두통으로 인한 장애 척도인 MIDSA 점수, 두통영향의 척도인 HIT-6 점수의 감소가 나타났다.

편두통효과를 대규모로 검증했던 PREEMPT 연구에서도 피험자의 3분의 2가 약물과용이 동반돼 있는 환자가 포함됐었는데 여기서도 보툴리눔독소의 효과가 입증됐다. 이러한 근거를 기반을 보톨리눔독소는 약물과용두통 또는 약물과용두통이 동반된 만성편두통에서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정립돼 있다.

만성긴장형두통과 군발두통은 효과 분명하지 않아

그외 만성긴장형두통과 군발두통은 아직 그 효과가 분명하지 않다. 만성긴장형두통은 구역, 구토, 빛공포증 등의 편두통 양상의 두통이 동반되지 않는 만성매일두통으로 흔하지 않다. 보툴리눔독소가 근육을 이완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긴장형투통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임상에서는 입증하지 못했다.

또 심한두통과 함께 눈물, 콧물, 충혈 등 자율신경계 증상이 자주나타나는 두통도 아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요약하면 만성편두통과 약물과용두통에 효과가 있으며, 그외에는 효과가 없거나 근거가 충분하기 않아 권고되지 않는 상황이다.

치료 방법은 근육과 압통부위에 시술

보툴리눔독소를 이용한 두통치료 대상은 심한 만성편두통 또는 약물과용두통에 의한 생활에 장애가 있는 경우, 기존 치료법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 기존 치료법의 부작용이 심한 경우, 기존 치료법이 환자에게 약물금기인 경우에 해당된다.

치료는 크게 3가지로 고려할 수 있다. 우선 정해진 부위에 정해진 용량을 투여하는 방법,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에 투여하는 방법, 두가지 모두를 쓰는 방법이다.

가장 큰 대규모 연구였던 PREEMPT 연구에서는 5 IU씩 정해진 31개 부위에 총150 U를 투여하고 통증호소 부위에 40U를 추가로 투여했었다. 통증 호소 부위로는 두경부의 위치, 근육 위치와 두께, 압통부위를 확인한 후 해당 부위에 투여하면 된다. 이마근, 후두근, 승모근이 흔히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PREEMPT 연구에 사용된 투여법으로 허가를 받아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다.

치료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부작용은 근육마비인데 이로 인해 눈썹이 떨어지거나, 주사부위 통증, 감기, 나름함 등이 생길 수 있다. 이중 가장 흔한 부작용은 눈썹떨어짐으로 증상이 얼굴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고민스럽지만, 효과가 소실되는 3~4개월뒤에는 대부분 다시 난다. 감기도 1주일이면 소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림대학교 주민경 교수는 "현재까지 보툴리눔독소로 치료효과를 볼 수 있는 두통은 만성편두통과 약물과용두통으로 다만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두통에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면서 "아직까지 대규모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투여부위나 용량은 아직 완전하지 않는 상태라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아직 보험급여가 이뤄지지 않아 환자의 경제적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