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기준연령 구분…"유방암 선별 가장 효과적 검사법"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유방암 선별검사 전략인 유방 X선 검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WHO가 향후 유방암의 예방 및 진단, 치료, 재활 등을 총망라한 보고서 가운데 검진 관련 내용만을 미리 발표한 것이다.

WHO는 현재 임상에서 쓰이고 있는 다량의 유방 X선 검사 관련 가이드라인과 총 60만 여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아울러 과학적 근거의 질과 권장 강도를 평가하기 위해 GRADE 체계(Grading of Recommendations, Assessment, Development and Evaluation)를 사용했다. 이를 통한 권고 등급은 높음, 중간, 낮음으로 분류했다.

특히 다른 가이드라인이 검진대상을 나이별로만 분류했다면 WHO는 이에 더해 국가재정능력에 따른 맞춤 권고안을 제시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연령별로 각각 △40~49세 △50~69세 △70~75세로 구분했고, 재정등급은 의료 서비스 및 자원이 충분한 국가와 불충분한 국가로 나눴다.

전 세계적으로 유방암 검사의 효능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WHO는 "회원국을 비롯해 유방암 검진 프로그램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준비 중인 고·중소득 국가에서 WHO의 유방 X선 검사 가이드라인 제정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이번에 새롭게 가이드라인을 만들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대상은 유방암 발병 위험도가 경미하거나 무증상인 △40~49세 △50~69세 △70세 이상인 여성이다. 단 나이와 무관한 위험요인을 동반한 고위험군 여성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재정 부족하면 비용효과 떨어져

가이드라인에서 주목할 점은 의료서비스와 자원이 충분한 국가에서 50~69세를 대상으로 하는 유방 X선 검사를 'organized screening' 즉 국가건강검진사업의 하나로 도입하라고 명시했다는 점이다. 의료자원이 부족하지만 시스템이 확충된 국가 역시 예외는 아니다.

단 WHO가 정한 기준의 프로그램 시행이 가능하고 검진과정에서 여성들의 의견이 즉시 반영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와 반대로 의료시스템과 자원이 모두 부족한 국가의 경우에는 유방 X선 검사를 검진프로그램으로 도입하기에 앞서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국가의 여성 대부분은 유방암이 악화된 상태에서 진단받는 경우가 많아 유방 X선 검사는 비용효과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경우에는 유방 X선 검사보다는 비용이 저렴한 검사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WHO의 부연설명이다.

 

WHO는 의료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진 국가라면 △50~69세 대상 유방 X선 검사를 국가건강검진으로 시행하자는 데 반해 △40~49세 △70~75세는 철저한 모니터링과 평가를 거친 후 국가검진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의료자원이 부족한 국가의 경우에는 유방 X선 검사를 국가검진으로 시행하면 안 된다고 권고했다.

한편 미국암학회(ACS)는 40세 이상 중년여성은 매년 유방 X선 검사를 받기를 권고했다. 하지만 2009년 미국예방서비스테스크포스(USPSTF)는 50~74세 여성은 2년마다 유방 X선 검사를 시행하고, 40~49세 여성은 검사에 앞서 의사와 먼저 상의할 것을 조언했다.

유방 X선 검사 필수…득실 미지수

WHO는 유방 X선 검사가 유방암을 선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에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다만 X선 검사가 시행되는 상황과 중요도의 격차가 매우 커 일부 연구결과만으로 검사의 득과 실을 따지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검토 대상과 검진 빈도에 큰 차이가 있고 증거 역시 불명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몇몇 연구에서 유방암 선별검사 효능을 두고 엇갈린 연구결과가 나와 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2011년 스웨덴 팔룬 중앙병원 Tabar L 교수팀이 Radiology 9월 26일자를 통해 "유방 X선 검사가 유방암 사망 위험도를 효과적으로 낮춘다"고 발표하면서 선별검사 효능에 대한 논란이 시작됐다.

연구팀이 40~74세 미만 여성을 대상으로 29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40세 이상 여성에서 정기적으로 유방 X선 검사를 시행하면 유방암 사망자 수를 3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선별검사를 통해 조기 진단 및 치료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사망자 수를 연간 최대 2만명 가까이 줄였다.

반면 올해 캐나다 토론토대학 Anthony B Miller 교수팀은 "유방 X선 검사가 중년 여성의 유방암 사망률을 낮추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X선 검사의 효능에 대해 반박했다. 이는 BMJ 2월 1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1980~2005년 캐나다 5개 지역에서 40~59세 여성 약 9만명을 유방 X선 검사군과 비검사군으로 분류해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유방 X선 촬영군에서는 총 3250명, 비검사군에서는 3133명이 유방암 진단을 받아 그 차이는 113명에 불과했다.

더불어 X선 검사를 받는 기간 동안 여성 500명과 비검사군에서는 505명이 사망했고, 유방암이 발견된 환자 22%가 불필요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책임 연구자인 Miller 교수는 "유방암 사망률은 두 그룹이 비슷했다. 이는 유방 X선 검사가 유방암을 예방하는 데 큰 혜택을 주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ACS의 Richard C. Wender 교수는 "아직도 의료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방 X선 검사의 대상 선정 및 부작용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를 기점으로 유방암 검사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이 수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ACS의 최고의료책임자인 Otis Brawley 교수도 "유방 X선 검사를 통해 많은 여성 환자들이 유방암을 조기에 진단받아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연구결과를 떠나서 검사가 유방암 사망률을 여전히 낮춘다는 것은 무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유방 X선 검진 가이드라인 제정을 총괄한 WHO 정신건강질환 및 비전염성 질환 담당 Oleg Chestnov 박사는 "의료자원이 충분한 국가에서는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유방 X선 검사를 국가 건강검진으로 시행하되 환자 본인이 시행하는 개별 검진은 과잉진단 등 우려 등 득보다 실이 많아 전문가와의 충분한 상담을 먼저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을 통해 정책결정자와 보건책임자, 의료관계자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에 대한 유방 X선 검사의 객관적인 지침을 제공하고 보다 안전적인 검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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