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비를 내야 할 이유 없어 ... AMA는 강제 가입 아니고, 비용은 미국과 비슷,

 

올해 서울시 강동구에서 병원을 개원한 A모 원장은 대한의사협회 회비를 비롯한 구회비 등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에 대한 계산이 한창이다. 구회비 일년에 33만원, 시회비 일년에 24만원, 의협회비 33만원을 합하면 90만원이다. 여기에 자신이 속한 몇몇 학회의 회비까지 포함하면 150만원은 훌쩍 넘어선다.

같은 지역에서 봉직의로 근무하는 B씨의 연말이 되면 그동안 납부하지 않은 회비로 머리가 아프다. 구회비 일년에 10만원, 시회비 12만 5000원, 의협회비 25만 1000원을 합하면 47만 6000원이 된다. 가입한 학회비까지 내면 80~100만원을 넘어선다.

B씨는 시도회비나 구회비만 내고 의협회비를 내지 않을까 생각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의협이 회비를 구분해 납부할 수 없도록 통합징수를 원칙을 하고 가능하지 않은 사항이라 짜증이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의협 회비에 대한 냉담한 분위기처럼 실제 의협 납부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 2007년 70%였던 것이 2010년 65%로 감소했고, 2011년에는 60%까지 추락했다. 이후 조금 올라 지난해 납부율은 67%였다. 

회비를 내고 싶은 마음이 없다?

각 지역마다 비용이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의사들은 의협 회비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다. 회원들이 비용을 지불한 만큼 체감하는 이득이 없기 때문이란 게 대체적인 이유다. 지난 4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총회를 열어 의협회비 납부를 거부하기로 한 것도 같은 선상의 사건이다.

당시 교수협은 “개원의 단체로 전락한 의협에 교수들이나 봉직의들이 회비를 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병원에서 회비를 원천 징수하는 것도 폐지할 것”이라고 발표해 의협과 오랫동안 각을 세우기도 했다.

최근 교수협은 19개 의대 교수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찬성 16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의협 회비 납부 거부 방안을 철회했지만 그렇다고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교수들이 의협에 대한 불신은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국대병원 최 모 교수는 “의협 회비는 원천징수로 월급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고 있지만 내켜서 내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협 회비를 내야 하는 것은 맞는데 의협이 하는 일을 생각하면 탐탁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의협이 도대체 뭘 하는 단체인지 모르겠다. 신문이나 협회지 발간 말고 하는 게 없다”며 “의협에서 내는 공모나 이런 것은 아예 보지 않는다. 아마 의협 회장이 누구인지 모르는 교수들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의협 무용론이 나온 것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비용에 민감한 개원가는 대학교수들보다 회비에 대해 훨씬 날카롭다.

서울 반포에서 개원을 하고 있는 김 모 원장은 “의협 회비를 내려고 생각하면 화가 난다. 의협이 해주는 것이 뭐가 있어 내가 몇 백만원이 되는 회비를 내야 하나”며 “회비를 납부하라고 전화가 계속 오면 어쩔 수 없이 내긴 하지만 제 때 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의 또 다른 개원의는 “의협은 어마어마한 돈을 거두고도 의료제도 한가지를 바르게 고치질 못하고 있다”며 “제도를 어떻게 고쳐야 한다는 연구나 계획 및 실행은 부족한 채 회비 거두어 쓰는 재미에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또 “무능한 인사들이 그들 스스로 의협을 장악하려 패거리를 지어 나서는 것이고, 2000년 이래 지금까지 의협은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무조건 회비를 내고 싶지 않다는 건 아니다

의협 회원들이 무조건 회비를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는 아니다. 의협이 회원들을 위해 무언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회비를 내겠다는 감정들이 더 크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의협이 회원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인다면 왜 회비를 내고 싶지 않겠냐”며 “의협이 내분으로 집안싸움만 하고 의사 이미지만 나쁘게 하고 있으니까 회원들이 의협이 무슨 필요가 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정의학회는 의협 회비 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조경환 이사장은 “당연히 회비는 내야 한다. 의협이 정부와 협상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있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해 일부 회원이 불만을 갖고 회비 납부를 거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의협의 딜레마는 여기서 시작하는 듯하다. 의협은 올해 주요 사업 목표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통한 올바른 의료제도 확립, 일차의료 활성화를 통한 의료기관 경영 환경 개선, 회원 권리 구제 확대를 위한 상시적 지원체계 구축, 국민과 함께하는 의사상 정립 등 회원들이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목표들을 잡았다.

그런데 회원들은 의협이 전혀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지 못하고, 심지어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는 차가운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의협과 회원들간의 의사소통을 좀 더 활발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또 회원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회비 내역의 투명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회비 지출 내역에 대한 개원의들의 불만은 높은 상태다.

한 개원의는 “의협 회비에 대한 감사는 엉터리이므로, 회계 내역을 건보공단, 복지부처럼 인터넷에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회비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감시 없는 재정운영은 썩을 수밖에 없다. 의협 내부나 외부 감사는 엉터리임이 이미 드러났기 때문에 회원들 앞에 낱낱이 공개하는 투명한 제도로 바꾸기 이전에는 회비를 내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식”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회비 투명성에 대해 긍정적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경기도의사회가 1년 동안의 예산 사용 내역을 회원들에게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경기도의사회측은 “정기 대의원 총회에서 회비 내역을 논의되지만 회원의 알권리와 참여가 부족하다 판단했다”며 “의사회는 매일, 매주, 매월, 매분기, 매 반기 그리고 연간 등 총 6 차례를 실시간으로 정산하는 회계프로그램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또 그 내용을 전문 세무회계사무소에 위탁해 개선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실무적 부분과 법률적 검토 그리고 정기이사회 승인 절차를 거쳐, 매 분기마다 예산 사용내역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또 “31개 시군의사회와 특별분회 그리고 회원들은 예산안과 사용내역에 대해 문의와 건의를 할 수 있는 '회원 예산 옴부즈만 제도'를 운영해 언제라도 사무국과 재무담당 임원에게 의견을 주면 가능한 내용은 절차에 따라 즉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AMA 가입은 자유, 불이익 없어

우리나라 개원의는 33만원, 봉직의는 25만원을 의협 회비로 내야 한다. 미국의사협회(AMA) 도 정규회원과 전공의 학생 등에게 회비를 받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지만 협회에 강제로 가입하게 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우리나라가 대학교수나 개원의, 봉직의 등으로 회비 구분을 한 것과 달리 미국은 년차 별로 구분을 한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협회 강제성이라 할 수 있다. 의무적으로 회비를 내야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의사협회(AMA)는 의무 가입이 아니기 때문에 회비에 대해 우리나라처럼 민감하지 않다고 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Cary Endocrine & Diabetes Center에서 근무하는 Dr 케리(유성은)는 AMA 가입은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가입할 필요도 불이익이 없다고 말한다. 또 가입하지 않아 생기는 불이익은 전혀 없다고.

Dr 케리는 “의사들은 AMA보다는 세부전공협회에 많이 가입해 네크워크를 맺는다”며 “나도 Endocrine society, 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American association of clinical endocrinologist 등 6개의 협회의 멤버지만 AMA는 Endocrine board를 취득 이후 가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협회 비용은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미국도 협회당 연회비 27~38만원(250- 350달러) 정도라 몇 개의 협회를 드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110만원(1000달러) 정도는 든다”며 “주로 학교에서 2-3 개정도의 membership은 커버해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장이 목소리 등을 종합해 보면 의사들은 회비가 아까워서라기보다는 의협의 정체성에 대해 더 불만이 크다.

단국대병원 최 모 교수는 “현재 의협은 힘도 없고 허수아비”라며 “의협이 소통의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우선 의협 홈페이지부터 바꿔야 한다. 마치 공공기관 홈피를 보는 것 같다”며 “국민들이 의협 홈피에 들어와 정보도 얻고 의사들도 이해하게 하는 등 국민과 함께 가야 하는데 지금은 의사들도 의협 홈피를 안 간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그 단체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기본이고 가입과 탈퇴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의사이면서 미국 대형로펌 중 하나인 롭스 앤 그레이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는 김정은 변호사는 “의협은 회원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물론 회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는 남는다”며 “한국 의사들이 갖는 의협에 대한 불만은 가입이 강제이고 단체가 멤버들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 한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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