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산의학회, 주산기의학 워크북 출간 앞서 인식저변 확대

산과와 신생아과를 한데 엮은 주산기의학 워크북이 국내 처음으로 발간된다. 산부인과학과 신생아학을 합친 국내 주산기의학 종합 백과사전인 셈이다. 

▲ 건국의대 소아청소년과 김민희 교수

11월에 들어서며 대한주산의학회(회장 김민희)가 '주산기의학-증례로 배우는 진단과 치료' 워크북을 출간했다.

주산기의학을 전공하는 의료진 대상의 증례 중심 전문서적으로는 국내 최초다.

주산기학은 아직 대중적으로 낯선 학문이지만 임신 24주부터 출생 직후까지 모체와 태아, 신생아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건강한 아이 출산을 목표로 하는 분야다.

책의 역자대표인 건국의대 소아청소년과 김민희 교수(대한주산의학회 회장)는 "문제가 되는 임신 6개월부터 출생 전후 1개월을 기점으로 주산기 사망률, 신생아 사망률이 높은게 사실"이라며 "선천성 기형이나 미숙아의 사망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주산기 관리의 중요함을 잘 대변해 준다"고 말했다.

최근 주산기의학이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급속히 발전하는 상황에서 응급상황 시 신속하게 참고할 수 있는 실천적 가이드 라인의 개발에 대한 요구도 함께 증가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서적이 해외 서적을 텍스트로 하고 있기에 발빠른 적용은 어려웠던 실정이다.

또한 신생아 질환 관리에 있어서도 국내는 하버드 매뉴얼이 유일한 상황이었다. 신생아학회에서 발간한 신생아 진료지침이 있었지만 주로 미국 증례를 번역하다 보니 참조문헌이 미진했던 것.
 
이에 김 교수는 "불편을 해소하고자 학회장이 된 후 주산기 매뉴얼 제작을 숙고해왔는데 이번 워크북이 그 첫번째 결과물"이라고 책의 발간 취지를 밝혔다.

▲ 이번 출간된 주산기의학 워크북

참고 문헌을 살펴보던 가운데 일본 주산기 신생아학회에서 180명의 집필진이 4년간에 걸쳐 쓴 증례로 배우는 주산기 진료 워크숍을 접하게 됐고, 책의 라이센스를 구입해 국내 70명의 감수위원과 함께 책을 제작하게 됐다는 김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일상진료에서 진단과 치료의 접근법이 한 가지로 제한돼 있지 않고 논쟁이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일본의 주산의학 지식과 교육의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증례 중심의 Q & A를 통해 스스로 학습이 가능하며 쟁점이 있는 부분을 한 쪽에 편향되지 않고 다양한 참고문헌의 참조가 편하다는 게 장점이다.

책은 크게 △모체 △태아 △신생아의 3개 파트로 구분돼 임신초기부터 부인과 질환 및 임신 합병증, 분만, 산욕기 증후를 비롯 태아기능부전, 모자감염증, 출산 후의 신생아 대사, 내분비, 선천이상, 감염증 등 전반적이고 세부적인 사항 전체를 담고 있다.

한편 인제대학교 소아청소년과 최명재 교수(상계백병원 신생아실 실장)는 이번 워크북의 편찬 배경에 있어 주산기학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최 교수는 "선천성 태내감염은 이미 모체에서 태아 감염이 발생한 것이다. 임신 후 1~2개월내 감염이 생기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신생아만 따로 떼어 볼 수는 없는 것"이라며 "산모와 신생아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할 수 있는 학문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주산의학회 내부에 소아외과, 신생아학 등이 포함돼 있어 회원수만 6000명 이상이고 정기적인 학술대회에는 3000여명이 참석해 그 규모를 자랑한다.

최 교수는 신생아 질환과 모체 질환을 같은 선상에 놓고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면서 "종합적 학문 분야인 주산기학이 세계적으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는 추세지만 국내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주산기의학이 국내 근거가 부족한 데는 이유가 있다.

국가적인 인식이 낮아 신생아와 모성에 관한 연구가 부족했지만 근래 저출산이 이슈가 되면서 뒤늦게 국책연구로 약물에 대한 검정 연구가 시작됐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약물의 용량 관련 효과와 안전성 연구는 많았지만 신생아와 관련해서는 약물 연구가 전무했던 것. 최근 신생아의 연구는 국책연구가 진행 중이다.

최 교수는 "주산기의학의 국내 근거 확립에는 다기관 연구의 표준화 작업이 중요한데 사실상 대학병원 마다 수준 차이가 존재해 다기관 연구가 큰 의미가 없었다"며 "정부가 지방 병원에 15억원의 자금을 지원해 병원간 평준화가 진행되면서 다기관 연구의 표준화가 태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주산기의학과 같은 생소하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학문들의 국내 근거구축이 사실상 어렵다는 게 최 교수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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