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자살시도율 높아 치료·지속관리 필요

 

국내 우울증 유병률의 변화는 전체 정신질환 유병률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는 2001년부터 5년 주기로 시행되고 있는 전국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서 나타나는 경향으로, 가장 최근 자료인 2011년 조사에서는 2001년, 2006년 대비 전반적인 정신건강질환은 물론 우울증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조사에서는 국내 사인에서 자살의 비중이 높아졌고, 우울증을 포함한 기분장애가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정신질환 증가 중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는 전국 6000여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의 진단도구인 CIDI(Composite International Diagnostic Interview)와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Ⅳ(DSM-Ⅳ)를 통해 질환을 평가해 다른 국제적인 연구들과 같은 질적 수준을 가지고 있다.

 

2011년 조사에서 18세 이상 성인 중 1년 내에 1회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한 이들은 16%였다. 전국적으로 577만명으로 추정되는 수치다. 알코올과 니코틴 사용장애를 제외해도 10.2%로, 10명 중 1명꼴이다. 조사 기간을 평생으로 확장했을 때는 정신질환 1회 이상 경험자는 27.6%, 알코올와 니코틴 사용장애를 제외했을 때는 14.4%로 나타났다.

게다가 정신질환 유병률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년 내 알코올 및 니코틴 사용장애를 제외한 정신질환 유병률은 2006년 8.3%에 비해 22.9% 증가했고, 평생 정신질환 유병률도 12.6%에서 14.3% 증가한 수치다.

국내 정신질환의 평생유병률은 외국과 비교하면 유럽 평균인 25%와는 유사하고, 미국과 뉴질랜드보다는 낮지만, 중국보다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니코틴 사용장애를 제외한 정신장애는 한국이 24.7%, 미국이 46.4%, 유럽이 25%, 뉴질랜드 39.5%, 나이지리아 12.1%, 우크라이나 31.6%, 중국 13.2%였다.

우울증, 2001년 대비 1.5배 증가

 

국내 정신질환에서 주요우울장애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정신질환 평생유병률에서 알코올과 니코틴에 관련된 질환을 제외하면 압도적인 1위로 자리하고 있다. 유병률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그림 1>.

우울증, 기분부전증, 양극성장애를 포함한 기분장애 유병률은 전체 7.5%였고, 남성은 4.8%, 여성은 10.1%로 여성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우울증은 6.7%로 기분장애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2001년에 비해 1.5배 이상 증가한 수치고, 2006년과 비교했을 때도 19.6% 증가한 것이다.

성별 별로는 남성 4.3%, 여성 9.1%였고 남녀 모두에서 증가했다. 1년 유병률도 2006년 2.5%에서 2011년 3%로 20% 증가했다. 외국과 비교했을 때 미국 16.6%, 유럽 12.8%, 뉴질랜드 16% 등 서구 국가들보다는 낮은 편이지만, 나이지리아 3.3%, 중국 3.5%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역학조사를 진행한 서울의대 조맹제 교수팀은 “개발도상국에 비해 선진국에서 우울증이 더 많은 경향이 있다. 미국의 대규모 역학연구인 ECA 연구에서도 1981년, 1993년, 2004년에 추적한 결과 중년 여성에서 우울증이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고 말했다.

ECA 연구팀은 우울증 증가의 원인으로 우울증에 대한 편견의 감소 및 치료율의 증가 등 긍정적인 원인과 여성의 사회적 역할의 변화, 이혼과 사회적 지지체계의 감소를 제시한 바 있다.

한편 정신질환 실태조사에서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 흥미의 저하, 체중감소 또는 증가, 불면 또는 수면과다, 정신운동성 초조 또는 지체, 피로 또는 에너지 상실, 무가치감 또는 죄책감, 사고력 또는 집중력의 저하, 자살사고, 자살계획 또는 자살시도 중 다섯 가지 이상의 증상이 최소 2주일 간 거의 매일 지속될 때 진단했다. 이번 조사에서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인 주요우울장애의 관련 요인으로는 여성, 35세 이하, 학생 또는 주부, 무직, 낮은 소득 등이 주를 이뤘다.

우울증, 자살과의 연관성도 무시못해

조사에서는 자살 고위험군의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정신질환이 자살 관련 행동을 모두 설명해 주지는 못하지만,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조사에서 평생 자살사고(suicidal idea) 유병률은 15.6%, 자살계획(suicidal plan)은 3.3%, 자살시도(suicidal attempt)는 3.2%로 나타났다.

 

1년 간 자살관련 행동 유병률은 3.7%였고, 세부적으로 자살계획은 0.7%, 자살시도는 0.3%였다. 자살사고 1년 유병률은 남성은 50·60대, 여성은 18~29세에서 가장 높았고, 자살계획 비율은 남성에서는 50대, 여성에서는 18~29세가 가장 많았다. 최근 1년 간 자살시도 경험자는 남자는 70대에서, 여성은 18~29세, 40대에서 많았다.

연구팀은 “자살은 국내 사망원인 중 4위, 10·20·30대에서는 1위, 40·50대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자살사고 경험자의 57%, 자살계획 경험자의 73.7%, 자살시도자 중 75.3%가 한 가지 이상의 정신건강질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역학조사와 별개로 고려의대 이민수 교수(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병원약사회지(2013;30:505)에  게재한 원고를 통해 우울증과 자살이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우울증 환자 3명 중 2명이 자살을 생각하고, 10~15%의 우울증 환자들이 결국 자살을 시도한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국내에서 진행된 CRESCEND(Clinical Research Center for Depression in Korea) 연구에서도 나타난다. 연구에서는 1183명 연구 대상자 중 21.4%가 자살을 시도했고, 45세 미만의 연령, 부정적 생활사건, 정신병적 증상, 우울삽화 병력, SSI-B(Beck Scale for Suicide Ideation) 점수 20점 이상 등이 위험요인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 교수는 “우울증 환자에서 자살 위험도를 평가해 즉각적인 치료 개입 또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이들을 선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교수는 자살 위험도는 불안, 공황발작, 불면, 무쾌감증 등 우울증 여부와 중증도뿐만 아니라 공존질환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부연했다. 대표적인 공존질환으로는 신체질환, 만성통증장애, 알코올 또는 물질남용, 공황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B군 인격장애, 기질성 정신장애 등을 꼽았다.

한국인 우울증의 특징

이 교수는 외국과 유병률에서도 차이를 보이지만 환자들의 특성도 차이점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우울증의 다양한 증상 중에서 기분증상보다는 신체 및 생장 증상을 주로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언급했고, 근거로 국내에서 진행된 연구를 제시했다.

우선 보건복지부 지정 우울증임상연구센터에서 2006년 진행한 연구에서는 우울증으로 진단된 환자들의 70%가 우울증을 앓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변했다. 또 우울증 환자에서 가장 흔한 증상으로 보고된 것은 불면(22.9%)이었으며, 위장관계, 소화기계, 호흡기계 증상 및 만성 피로감은 20.6%였다.

이와 함께 대한우울조울병학회에서 2010년 13개 병원에 내원한 주요우울장애 환자 39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90%의 환자들은 호흡곤란, 신체 각 부위의 통증을 호소했고, 통증 중에서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은 두통(71.4%)이었으며 우울증의 중증도가 심해질수록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의 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교수는 “한국인 우울증에서 신체증상이 흔하게 나타나는 원인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아직도 부족하지만, 한국인들이 우울감, 슬픔, 낙담, 공허감 등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거나 인지하기 보다는 신체 증상으로 이를 대체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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