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물리는 상관관계 우울증과 만성질환

 

심혈관 사망률 높은 이유
성명서에서는 조현병, 우울증, 양극성장애 등 중증 정신건강질환 환자들이 일반인에 비해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기대수명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전제했다. 관련 연구에서는 사망률이 2~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사망률의 증가가 자살률의 증가만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즉 심혈관질환 사망률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

성명서에서는 중증 정신건강질환자들이 과체중이 되기 쉽고, 흡연,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동반 위험도가 높으며, 당뇨병 가족력, 만성적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 등의 경향을 보인다며 심혈관질환 사망률 증가의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항정신병약물은 체중증가 위험도가 높거나 다른 대사성 심혈관질환 위험요소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명서에서는 “지속적으로 양극성 장애 환자, 우울증 병력자, 항우울제 복용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요소의 발생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혈관질환, 일관된 증가양상
중증 정신건강질환 환자들의 높은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대해서는 다양한 근거들이 제시되고 있다.
우선 조현병 환자에 대해서는 25개국 37개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가 있다. 이 연구에서 사망자 2만 30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모든 원인으로 인한 표준화 사망률은 2.58%였고, 이 중 자연사는 2.41%, 특정 원인으로 인한 사망은 7.5%였다. 주목할 부분은 심혈관질환 원인부분으로, 표준화 사망률은 1.79%로 높게 나타났다. 성명서에서는 조현병 환자의 모든 원인으로 인한 평균 사망률이 1970년대에 1.84%, 1980년대에 2.98%, 1990년대에 3.2%로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심혈관질환 사망률도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정신건강질환에서도 일관된 양상이 보고되고 있다. 우울증 또는 양극성장애 환자 400명을 34~38년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관상동맥심질환 사망률은 1.61%였고, 여성 환자들에서 우울증이 관상동맥심질환 위험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볼티모어 메릴랜드 역학 연구 13년 관찰 결과에서도 우울증 환자의 심근경색 위험도가 4.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들은 정신건강질환 환자들의 심혈관질환 위험도 상승의 원인을 우선 생활습관과 관련한 치료전략에서 찾았다. 성명서에서는 “정신건강질환 환자들에서 비만, 흡연,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개선 가능한 심혈관질환 요소들의 상대 위험도가 높게는 5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부연했다.

다수의 근거들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조현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CATIE 연구에서 환자들의 흡연률은 68%, 비환자군은 35%로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고, 당뇨병 유병률도 13% 대 3%, 고혈압은 27% 대 17%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조현병 환자들이 HDL-C가 유의하게 낮았으며, 전체 환자들 중 3분의 1이 대사성 위험요소나 심혈관질환 위험요소를 동반하고 있었다.

당뇨병 위험도 2배 가까이 높아
심혈관질환과 별도로 당뇨병 위험도도 중증 정신건강질환 환자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다수의 연구에서는 당뇨병 위험도가 2~3배 높고, 볼티모어 메릴랜드연구에서는 우울증 환자에서 당뇨병 발생률이 2.2배, 심근경색 발생률이 4.5배 높았다.

양극성장애 역시 당뇨병과 연관성을 보이고 있는데, 1966~2004년의 유럽의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 일반인보다 3배 가량 위험도가 높다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성명서에서는 우울증과 당뇨병 간 복잡한 연관성이 있고 상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뇨병 환자에서 우울증 위험도가 높게 나타나고 반대로 우울증이 당뇨병의 위험요소로 간주되기도 한다는 것. 이에 대한 원인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사이토카인과 스트레스 호르몬에 변화를 줘 감정적 장애를 야기한다는 가설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조현병과 양극성장애 환자에서 당뇨병 위험도가 높은 원인으로는 연령, 가족력 등이 꼽혔고, 성명서에서는 항정신병약물로 인한 영향도 가능한 원인으로 제시했지만, 명확한 근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약물치료로 인한 체중·지질·당뇨병에의 영향
정신건강질환과 동반질환 간 연관성과 함께 약물치료로 인한 영향도 고려해야 할 요소로 꼽혔다.  항정신병약물, 항우울제, 기분조절제 등 정신약물학적 치료는 중증 정신건강질환 환자들의 사망, 자살, 입원 위험도 관리에서 중요한 전략이라는 점은 명확한 사실이다. 하지만 항정신병약물과 기분조절제 치료로 인한 체중증가는 널리 알려져 있고 항우울제와 기분조절제로 인한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에 대한 근거도 축적돼 가고 있다. 게다가 소아환자에서 항정신병약물 복용의 체중증가 및 대사적 영향이 일반 성인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체중증가

 

조현병 급성 및 유지치료의 경우 15%, 많게는 72%의 환자에서 체중을 유의하게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의 메타분석에서는 치료 10주 이후 평가에서 클로자핀은 체중을 4.45kg, 올란자핀은 4.15kg, 리스페리돈은 2.1kg, 아리피프라졸, 아미설프라이드, 지프라시돈은 1kg 미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명서는 “근거를 검토한 결과 궁극적으로 체중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약물은 없었고, 약물에 따라 최고 7%까지 체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정리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클로로프로마진 등 1세대 항정신병약물도 체중 증가 위험도가 컸고, 항우울제 중 삼환계제제, 미르타자핀, 파록세틴의 체중증가 위험도가 높았다<표>.

◇ 심혈관사건
중증 정신건강질환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사망위험도는 전반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항정신병약물이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제시됐다.

영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결과 항정신병약물을 복용하는 18~49세에서는 3.22배, 50~75세에서 1.86배, 75세 이상에서 1.0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 사망위험도 50세 미만에서 2.53배, 50~75세에서 1.89배, 75세 이상에서 1.34배 높았다.

이와 함께 약물-역학 코호트에서는 정형 및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들의 급성 심장사 위험도가 1.99~2.26배 높았고, 용량에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성명서에서는 세부적으로 분석했을 때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은 위험도를 높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건강한 이들과 중증 정신건강질환 환자들의 관상동맥 심질환 사망위험도를 비교한 결과 전반적인 위험도는 38%였지만,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을 복용하는 이들에서는 관상동맥심질환 사망률이 오히려 14% 감소했다.

◇ 당뇨병 위험도
항정신병약물이 당뇨병 위험도를 높인다는 점을 명확하게 뒷받침해주는 근거는 없지만 여러 연구들에서  연관성을 제시하고 있다. 여러 관찰연구에서는 일관되게 항정신병약물의 당뇨병 위험도 상승에 대해서 보고하고 있고,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2세대 항정신병약물이 다른 계열의 약물들보다 당뇨병 위험도를 1.32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성명서에서는 “2세대 항정신병약물로 인한 당뇨병 위험도가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지만, 장기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무게를 뒀다. 대표적인 연구로는 CATIE 연구를 꼽았다. 이 연구에서 약물별 혈당 증가정도를 평가한 결과 올란자핀은 당화혈색소(A1C)를 0.4%, 퀘티아핀은 0.04%, 리스페리돈 0.07%, 페르페나진 0.09%, 지프라시돈 0.11%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치료기간이 길어지면 유의한 변화를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에 대한 주의를 재차 강조했다.

◇ 중성지방
지질 역시 약물치료로 인한 영향을 받는 요소로 꼽혔다. 아직 장기적인 연구결과는 없지만 비교적 단기간 전향적 연구에서는 항정신병약물이 LDL-C를 높이고 HDL-C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고, 일부 비교 연구에서는 항정신병약물별로 총콜레스테롤 및 LDL-C에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보였다.

중성지방도 예외가 아니다. 가장 큰 폭의 체중증가를 보였던 클로자핀과 올란자핀의 경우 혈중 중성지방도 가장 많이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적으로 중성지방은 초기 약물치료 기간에 체중과 함께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고, 약물별로 차이도 있었다. 유럽에서 1984~1995년과 2000~2006년 조현병 환자들의 심혈관 위혐요소를 평가한 결과 2세대 항정신병약물로 치료받은 환자들이 1세대 항정신병약물로 치료받은 이들에 비해 3년 동안 체중은 2배 증가했고 중성지방 수치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의료기관에서 심혈관질환 위험도 평가해야

성명서에서는 이들 환자들이 실질적으로 관리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CATIE 연구 분석결과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 환자 중 88%는 치료를 받지 않고 있었고, 고혈압 동반환자 62%, 당뇨병 동반환자 38% 역시 치료를 받고 있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유럽 12개국에서 조현병 환자 246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10.9%, 지질장애 치료를 받고 있는 이들은 7.1%, 제2형 당뇨병 치료를 함께 받고 있던 이들은 3.5%로 저조한 수치를 보였다.

이에 성명서에서는 정신건강 전문의들과 함께 1차 의료기관에서 중증 정신건강질환 환자들의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평가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초치료 시 평가해야 하는 사항들로 △이전 심혈관질환, 당뇨병 및 다른 관련 질환의 병력 △심혈관질환, 당뇨병, 관련 질환의 가족력 △흡연 △BMI 및 허리둘레 △공복혈당 △공복지질,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LDL-C, HDL-C △혈압, 심박, 심장과 폐의 청진검사 △심전도 등을 꼽았다.

이와 함께 초치료를 시작한 후 급격한 체중증가의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고, 당뇨병이 동반된 환자에게는 A1C의 주기적인 평가도 요구했다<그림>.

 

평가 후 위험요소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 당부
심혈관질환 및 당뇨병 위험도 평가와 함께 관련 위험요소의 관리도 시행할 것을 강조했다. 심혈관질환에서는 금연, 체중관리를 주요 관리요소로 꼽았다. 특히 치료시작 시점에 과체중(BMI 25kg/㎡ 초과, 또는 허리둘레가 여성은 88cm, 남성은 102cm 이상)이거나 초기 항정신병약물 치료로 체중이 증가한 환자들은 우선적으로 체중조절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메트포르민이 일부 연구에서 성인과 소아·청소년 모두에서 항정신병약물 치료로 인한 체중증가 정도를 완화해주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대규모 장기간 연구가 필요하지만, 메트포르민은 대사성 기능부전에 대한 가족력이 있는 환자 등 추가적인 위험요소가 있을 경우 투여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뇨병에 대해서는 적절한 혈당조절을 강조했고, 혈당 위험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을 인용했다. 기본적으로 생활습관개선 위주의 전략을 시행하되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메트포르민을 우선적으로 투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지질도 총콜레스테롤 190mg/dL, LDL-C 115mg/dL 미만으로 조절하고,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당뇨병이 동반된 경우에는 각각 175mg/dL, 100mg/dL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했다.

특히 스타틴은 중증 정신건강질환 환자에서 이상지질혈증 관리에 효과를 입증했지만, 간기능과 크레아티닌 키나아제 검사도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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