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물리는 상관관계 우울증과 만성질환 / 심혈관질환

 

호주국립심장재단 성명서
호주국립심장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우울증이 동반된 관상동맥심질환 환자의 관리’ 성명서(Med J Aust 2013;199:179-180)에서도 우울증과 신체질환이 동반됐을 때의 위험도가 부각됐다. 이와 함께 재단은 만성질환 환자의 우울증 관리를 통한 혜택을 강조하며 1차 의료기관에서의 적극적인 선별검사 및 관리전략을 권고했다.

성명서에서는 관상동맥심질환 환자에서 우울증이 높은 비율로 나타나고, 이 환자들의 우울증 관리를 통해 삶의 질 개선, 심혈관질환 치료약물의 순응도 개선, 나아가서 질환의 예후향상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1차 의료기관에서 △심질환 환자가 최초로 외래에 방문했을 때 △최초 외래 후 다음 외래 일정을 예약할 때 △심장 관련 사건 2~3개월 후 △정기적으로는 1년 1회 선별검사를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선별검사 도구로는 PHQ(Patient Health Questionnaire)-2와 PHQ-9를 제시, 1차적으로 PHQ-2 도구 평가 후 이상소견이 있을 경우 PHQ-9로 심층평가를 하도록 했다. PHQ-2 문항은 2가지로 △지난달 우울감, 희망감 상실 등의 증상이 있었는가 △지난달 흥미 또는 즐거움의 감소를 경험했는가에 대한 예/아니오 답변으로 구성돼 있다<그림 1>.

 

PHQ-9는 9개 문항으로 구성돼 있고 각 문항 당 2주 내에 발생하는 빈도를 평가하도록 했다. 전혀 없음은 0점, 가끔은 1점, 절반 이상은 2점, 거의 매일은 3점으로 점수를 설정해 0~4점은 우울증 없음 또는 최소 우울증, 5~9점은 경증, 10~14점은 중등증, 15~19점은 중도 중증(moderately severe), 20~27점은 중증으로 구분한다.

문항은 △일상 생활에 흥미 또는 기쁨이 적다 △기분이 가라앉고 우울감이 있으며 희망상실감이 있다 △수면이 힘들거나 너무 많이 잔다 △피로감 또는 기력없음이 느껴진다 △식욕이 없거나 과도하게 먹는다 △스스로 또는 자신의 가족들에 대해서 안좋은 감정이 느껴진다 △신문읽기 또는 TV 시청에 집중하기 힘들다 △다른 사람들이 느낄 정도로 행동이나 말이 느려졌다. 반대로 평소보다 활동량이 많아지거나 큰소리로 이야기한다 △죽거나 스스로를 다치게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된다 등이다.

한편 중앙의대 민경준 교수(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도 국내 1차 의료기관에서의 우울증 선별검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가용한 평가도구로 PHQ-2와 PHQ-9를 제시했다.

우울증 장기 지속땐 관상동맥심질환 발생 증가

Whitehall Ⅱ 코호트 연구
우울증과 관상동맥심질환 간 상호 연관성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진 가운데 최근에는 장기적으로 우울증상이 지속될 경우 관상동맥심질환 발생 위험도가 더 높아지는 용량-반응성(dose-response) 패턴도 주목받고 있다.

영국 런던대학 Eric J. Brunner 교수팀이 발표한 Whitehall Ⅱ 코호트 연구(Europe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 2014;21:340-346)가 대표적인 근거로, 연구결과  장기간 반복적으로 우울삽화가 나타날 경우 관상동맥심질환 발생위험도가 점진적으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서는 전체 3만 1395명의 코호트 환자들 중 1만 36명을 대상으로 관상동맥심질환과 우울증 간 연관성을 평가했다. 우울증상은 30개 설문문항인 GHQ-30과 역학연구우울척도인 CES-D로 6회 반복해 평가했고, 주요 관상동맥사건(관상동맥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과 뇌졸중(뇌졸중 사망/이환율)은 의료기록, 심전도, 자가설문 등으로 추적관찰했다.

분석결과 총 5회 관찰주기 평가에서 GHQ-30 척도에서 1~2회 우울증으로 나타날 경우 관상동맥심질환 발생 위험도는 12%, 3~4회 나타날 경우는 106% 높아졌다. CES-D 척도로 평가했을 때는 전체 관상동맥심질환 위험도가 81% 증가했다.

Brunner 교수는 “5년 관찰주기로 평가했을 때 우울 증상 검진 횟수가 증가할수록 관상동맥심질환 발생 위험도가 높았다”고 정리했다. 이와 함께 “현재 유럽 예방 가이드라인에서는 우울증을 관상동맥심질환의 위험요소로 제시하고 있고, 이번 연구에서 이 내용이 확인됐다”며 “상호 인과관계 여부에 상관없이 만성적으로 또는 반복적으로 우울삽화가 나타나는 환자를 집중적으로 관리할 경우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연구에서는 우울증과 뇌졸중 간 연관성도 평가했다. 뇌졸중 발생 위험도 분석에서는 0~5년 위험도는 60% 증가했지만, 5~10년 위험도는 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Brunner 교수는 “우울증상은 낮은 혈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뇌졸중 위험도에 이 내용이 적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혈압은 뇌졸중의 주요 위험요소지만 관상동맥심질환에서는 다수의 위험요소 중 하나다”라고 부연했다.

우울증·항우울제 사용 모두 심혈관질환 발생 높아
Whitehall Ⅱ 코호트 연구와 다른 결과를 제시한 연구도 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Iffat Rahman 교수팀은 스웨덴 인구기반 코호트 연구들에서 3만 6654명을 모집, 4년 간 우울증과 항우울제가 심혈관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연구에서는 항우울제를 복용하지 않은 우울증 환자에서 허혈성 뇌졸중 위험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관상동맥심질환 위험도의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우울증과 항우울제 사용 모두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높였다. 이 중 항우울제를 복용하지 않은 우울증 환자들의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평가했을 때 48%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관상동맥심질환과 허혈성 뇌졸중으로 분류해 분석했을 때는 허혈성 뇌졸중 위험도가 주를 이뤘고 관상동맥심질환 위험도는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심혈관질환 치료전략에 영향 우울증 동반땐 금연율 낮아
우울증이 관상동맥심질환 발생 자체의 위험도 뿐만 아니라 관련된 치료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들도 추가되고 있다.

EPA·EASD·ESC 성명서에서도 우울증이 동반된 심혈관질환 환자에게 생활습관개선을 필수적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아일랜드 로얄외과대학 Frank Doyle 교수팀이 Psychosom Med에 발표한 연구(2014;76:44-57)에서는 우울증이 금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Frank 교수는 “금연은 관상동맥심질환 환자에서 중요한 치료전략이지만, 우울증은 금연율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관상동맥심질환 환자에서 우울증과 금연 간 전향적인 연관성을 검토하게된 배경을 밝혔다.

연구에서는 관상동맥심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 중 우울증 평가와 금연에 대해 추적관찰한 연구 28개를 선별, 이 연구에 포함된 1185명을 분석했다.

금연율의 차이를 표준화 평균편차(Standardized mean differences)로 비교한 결과 우울증이 동반된 환자군의 금연율은 비동반군에 비해 39% 낮았고, 우울제를 복용한 연구를 제외하고 각각의 민감도를 분석했을 때는 94%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구팀은 “우울증을 동반한 관상동맥심질환 환자에서 금연율이 낮았고, 우울증 치료를 받지 않은 이들에서 더 차이가 컸다”며 “관상동맥심질환 환자들의 예후 개선을 위해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인 우울증환자 정신건강치료 심혈관사건 발생률 감소
- IMPACT 연구

고령의 우울증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발생 전부터 통합적으로 정신건강치료를 시행할 경우 심혈관사건 발생률을 유의하게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Psychosom Med. 2014;76:29-37).

연구팀은 정신건강질환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전략을 1차 의료기관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IMPACT 연구 주요저자인 미국 인디애나대학 Jesse Stewart 교수는 “우울증과 심혈관질환 간 연관성에 대해서는 많은 근거들이 있지만, 우울증 임상연구에서는 기대됐던 심혈관 관련 혜택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연구의 배경을 밝혔다.

이에 연구에서는 심혈관질환이 발생하기 전 시기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1차 의료기관에서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60세 이상 환자 235명을 대상으로 12개월 간 무작위연구를 진행했다.

심혈관질환이 발생하지 않은 이들을 선별해 항우울제, 정신치료 등 통합적 치료전략을 시행한 군과 일반 치료군으로 나눠 심혈관사건 발생 위험도를 비교했다.

종료시점에서 51%의 환자들에서 치명적·비치명적 심혈관질환이 나타났다. 그리고 심혈관질환이 나타나기 전 통합적 치료전략을 받은 환자들의 심혈관질환 위험도는 28%, 일반치료군의 위험도는 47%로, 통합적 치료가 상대적으로 48% 위험도를 낮췄다. 이에 비해 베이스 라인에서 심혈관질환이 있었던 환자들을 분석했을 때는 각각 86%, 81%로, 오히려 통합적 치료전략군의 위험도가 19% 높았다.

이에 연구팀은 “고령의 우울증 환자에게 심혈관질환이 발생하기 전의 통합적인 우울증 치료는 심혈관사건 위험도 감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번 연구결과는 심혈관질환 1차 의료기관에서의 통합적 치료전략 활용의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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