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학회, 7년만에 지침 개정…에스트로겐요법 유방암 위험 높이지 않아

대한폐경학회가 보다 명확해진 폐경호르몬요법 치료 지침서를 냈다.

이번 지침서는 2007년 폐경호르몬요법 지침서 발간 이후 7년 만에 나오는 것으로 그간 논란이 됐던 호르몬요법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근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임상의들에게 실질적인 가이드를 제시해 줬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실 대한폐경학회는 2007년 처음으로 폐경호르몬요법 지침서를 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지침서와 반대되는 내용의 WHI(Women's Health Initiative) 2차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논란이 됐던 2차 분석에서 60세 미만의 폐경여성과 폐경 후 10년 미만인 여성에서 심혈관 질환과 유방암 위험도를 포함한 여러 지표 결과가 기존 결과와 다르게 나온 것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판에서는 WHI 연구의 2차 분석 결과를 거의 반영했고, 더불어 최근 발표된 여러 가지 폐경호르몬요법에 관한  연구 및 폐경관련학회의 의견을 보강해 최종판을 낸 것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검사 결과에 따라 에스트로겐 결핍에 의한 증상 및 신체적 변화, 폐경과 관련된 혈관운동증상, 비뇨생식계 위축증상, 폐경 후 골감소증 및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호르몬요법을 쓸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 중 홍조 등과 같은 혈관운동증상은 중추신경계에서 에스트로겐 저하와 관련돼 발생하기 때문에 폐경호르몬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제시했고, 마찬가지로 비뇨생식기 위축 및 성기능 장애 또한 에스트로겐 결핍으로 상피세포가 위축됨으로써 나타나는 증상인 만큼 호르몬 요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논란이 많았던 관상동맥질환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폐경 후 10년 이내 또는 60세 이하인 건강한 폐경초기 여성에서 호르몬요법을 시행해도 무방하다고 정리했다. 관상동맥질환에 대한 예방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이전까지 연구에서 호르몬요법은 관상동맥위험을 28% 낮추고 사망위험 또한 38% 감소시킨다고 나왔지만 이는 메타분석이었고, 이후 무작위대조군연구(RCT)에서는 예방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오히려 위험이 50~80% 증가한 것으로 나오면서 혼란이 가중됐었다.

이에 여러 가지 메타분석, WHI  2차분석, DOPS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세계폐경학회(2013)는 표준용량의 에스트로겐요법을 60세 미만인 폐경 10년 이내의 젊은 폐경여성에서 시작하면 관상동맥질환의 발생 및 사망률을 낮춘다고 발표했고 대한폐경학회도 이를 적극 반영했다.

이와 함께 폐경호르몬요법은 허혈성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키지만 60세 미만 폐경 여성에서는 위험이 낮으며, 저용량 호르몬 요법과 경피 에스트로겐 요법은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또 하나의 논란거리였던 호르몬요법과 유방암과의 상관관계도 정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단 장기간 에스트로겐요법은 유방암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것.

이는 7.2년간 관찰 연구에서 유방암 위험성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지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고, 13.2년을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는 유방암 발생이 유의한 수준인 21% 감소됐다는 근거를 적극 반영한 것이다.

반면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토젠 병용요법은 평균 5.6년까지는 유방암 위험도가 증가했으나, 처음 시작하는 여성의 경우는 7년까지 위험도가 증가하지 않았다고 정리해 임상의 입장에서는 이 권고만으로  적극 추천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상황이다.

그 외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토젠 병용요법은 난소암을 증가시키지 않는 반면, 에스트로겐 요법은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지만 절대적인 숫자는 5년 동안 1000명당 0.7명에 불과하다고 밝혀 사실상 난소암에 대해서는 위험성 없음으로 결론을 냈다.

또 자궁내막암은 자궁이 없는 여성의 경우 에스트로겐요법을, 자궁이 있는 여성에서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토젠 병용요법을 권고했다.

또한 과거 자궁내막선암, 자궁내막증으로 자궁절제술 및 부분자궁절제술을 받은 여성에게도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토젠을 병합요법으로 강조했다.

이와 함께 최근 호르몬대체요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티볼론에 대한 치료지침도 마련됐다.

티볼론은 합성 스테로이드로 19-nortestosterone 유도체로 에스토로겐 안드로겐, 프로게스테론 특성을 지니고 있다.

지침서는 티볼론이 열성 홍조 등의 혈관운동증상은 물론 비뇨생식기 위축 등 폐경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며, 호르몬요법에 비해 유방통증, 유방밀도 증가, 질출혈 빈도가 낮다고 명시했다.

또한 골밀도를 증가시키며 골절을 감소시키고, 자궁내막암과 유방암을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명시함에 따라 호르몬과 더불어 선택할 수 있는 약물임을 강조했다.

이번 지침서를 편찬한 대한폐경학회 폐경호르몬요법 치료지침편찬위원회 김탁 위원장(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은 "호르몬 제제가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가 나온 이후 위축된 게 사실이지만 실제로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면서 "실제로 호르몬요법은 폐경기 이후 찾아올 수 있는 증상을 개선하는 데 장점이 많은 약물이다. 이번 지침서를 토대로 호르몬요법에 대한 중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제 처방 적용에 대해서는 "호르몬은 용량과 개선효과가 비례하지만 부작용 또한 증가하기 때문에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 정도에 따라 저용량과 표준용량으로 선택하고 6개월 시점의 증상에 따라 용량을 변경하는 게 포인트"라면서 "무엇보다도 의사들이 호르몬제제 사용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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