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부터 `내리막`

신약 파이프라인 감소·주력제품 특허만료 초읽기
떠오르는 맞수 제네릭 업계 M&A 쪽으로 눈돌려

 지난 18일 전세계 제약업계의 시선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한 회의에 집중됐다. FDA 약물안전자문위원회가 최근 심혈관 부작용을 야기하며 문제로 대두된 COX-2억제제의 규제 여부와 수준을 논의, 결정하는 자리였다.
 비스테로이드성소염진통제(NSAIDs)의 부작용을 극복한 `슈퍼 아스피린`으로 불리며, 관절염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큰 도움을 주었던 COX-2억제제 처방을 접고 과거로 회귀하느냐의 중대한 기로였다. 하지만, 제약업계의 가장 큰 우려는 규제 수위에 따라 전세계 제약시장이 동반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다국적제약사 주축의 세계 제약업계는 시장판세에 영향을 줄 여러 변수들에 둘러싸여 생존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약물 부작용 파동의 악재를 기점으로 심각한 위기에 돌입했다는 진단을 받아왔다. 위기의 기폭제 구실을 했던 COX-2 억제제가 판매금지라는 케이오 펀치를 맞을 경우, 대중의 회의적인 시선과 보건당국의 약물 규제강화에 직면해 고전을 면치 못했던 제약시장이 혼돈과 침체 속으로 주저앉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FDA 자문위가 논란 끝에 문제 약물에 대한 판매 지속을 권고, 일단 발등의 불은 끈 듯 싶다. 하지만, 심혈관 부작용 위험이 동계열 약물의 클래스 이펙트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최고 수위의 경고가 권고됐기 때문에 과거 수준의 영화를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최근 들어 더딘 성장을 보이는 세계 제약시장이 부작용 파동의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침체의 어두운 터널로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의약계 정보·컨설팅 전문기업 `아이엠에스 헬스(IMS Health)`는 지난해 미국내 처방약물 매출이 2354억 달러로 전년 대비 8.3% 성장에 그쳤다는 성적을 내놓으며 이같은 우려에 설득력을 실어줬다. 미국시장이 한자리수 성장에 머문 것은 1994년 이후 지난해가 처음이다. IMS는 향후 성장률을 7.5~8.5% 수준으로 내다봤다.
 미국 처방약물 시장이 2002년을 기점으로 성장률 하향곡선을 그리며 침체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우선 다국적제약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신약 파이프라인이 줄고있는 가운데 블록버스터급의 주력제품은 특허만료 등으로 제네릭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일대 전쟁을 불사해야 할 판에 정작 무기는 바닥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들어 세계 다국적제약업계의 R&D 투자비용은 매출액 증가에 비례해 상승했음에 반해, 신물질 신약의 수는 답보상태에 완만한 하강곡선까지 긋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FDA 승인된 약물 73개중 신분자물질 신약(New Molecular Entity)은 16개에 불과했다.
 한편, MSD는 대표적 골다공증치료제 포사맥스의 특허만료 시한을 2008년으로 10년 앞당긴다는 법원명령에 또 다른 난관을 맞았다. 한 언론은 이를 두고 `강력한 일격(a devastating blow)`이라고 묘사했다. 이미 바이옥스를 회수한데다, 2006년 스타틴제 조코의 특허만료를 앞둔 MSD는 2008년 이후 3개 주력제품의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지난 2003년 3개 제품의 매출은 96억 달러로, 전체(220억 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성과를 거뒀다. 화이자의 리피토와 노바스크·사노피-아벤티스의 플라빅스와 아마릴·일라이 릴리의 자이프렉사 등 상당수의 블록버스터급 제품들도 특허만료와 관련 제네릭업계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종근당 중앙연구소 안순길 소장에 의하면, 미국정부는 의료비 절감책의 하나로 적극적인 제네릭의약품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처방의약품 시장에서 제네릭의 비중이 50%를 차지하며, 전세계적으로도 최근 5년간 7%에서 31%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온 화이자의 고혈압치료제 노바스크와 사노피-아벤티스의 당뇨병치료제 아마릴 등이 지난해 제네릭의 강력한 도전으로, 시장재편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다국적제약업계는 이제 제품 파이프라인 강화를 위해 생명공학(BT)업계를 넘어서 제네릭업계에까지 M&A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최고 파이프라인 보유사 중 하나인 노바티스는 독일의 `헥살(Hexal AG)`과 미국의 `이온(Eon Labs)` 등 대표적 제네릭업체의 인수 및 지분매입 계약을 체결해 세계 최대규모의 제네릭업체 `테바(Teva)`를 제치고 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노바티스는 R&D 분야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 현재 최초의 레닌억제제계열 항고혈압제 SPP100을 포함해 신약개발 프로젝트만 75건을 진행중이다.
 한편, 과거 최첨단 신약에 대해 라이센스십을 체결하는 등 BT업계와 전략파트너의 관계를 형성해 왔던 다국적제약사들이 아예 M&A쪽으로 트렌드를 전환하고 있다. 워너램버트(Warner-Lambert)와 파마시아(Pharmacia) 인수를 통해 세계 1위 제약기업으로 올라선 화이자는 새로운 심혈관질환 치료제 ETC-216을 개발한 에스페리온(Esperion)까지 인수, 최강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미국 소재 바이오기업 앤지오신(Angiosyn) 인수계획도 발표했다. 쉐링-프라우와 일본 최대 제약사 다케다제약은 미국 소재 네오제네시스(NeoGensis)와 시릭스(Syrrx)의 인수계획을 각각 밝혔다.
 국내 외자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확대해석되고 있는 제약업계 침체우려에 대해 "다소 더딘 성장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각 제약사의 신약 파이프라인이 대폭 강화되기 까지의 과도기 단계에 있을 뿐"이라며 "인구의 고령화와 건강에 대한 대중의 관심 증가 및 의학의 발전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 안목으로 R&D 투자를 확대하고 신약개발에 전념하면 새로운 도약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4년 우리나라 제약시장은 개량신약을 내세운 국내제약사들의 선전이 빛난 한해였다.
 하지만, 2003년 현재 국내 10대 제약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비율은 4~6% 수준으로 세계 10대 기업(12~28%)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세계의약품 시장 점유율이 1.5%를 넘지 못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결과인지도 모른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세계 제약업계가 위기 속에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는 이때 우리 제약계도 인식의 전환을 통해 과감한 R&D 투자 확대를 통한 신약 파이프라인의 강화에 전력해야 할 때다.
 제네릭에만 기대고 있다가는 지속적인 생존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침체기를 극복한 다국적제약업계의 재도약기가 도래할 경우, 우리는 신약으로 무장한 이들 파이프라인의 특허만료만 또 기다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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