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혈전색전증 예방 및 출혈 위험

다비가트란, 리바록사반, 아픽사반 등과 같이 최근 출시된 신규 항응고제를 암환자에게 써도 되는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신규 항응고제는 주 적응증은 심방세동에 의한 뇌졸중이지만 정맥색전혈전증 치료와 예방에도 쓰인다. 현재 나와 있는 3개 항응고제의 경우 뇌졸중 예방외에도 심재성 정맥혈전증(DVT) 및 폐색전증(PE) 등과 같은 정맥혈전색전증의 치료 및 재발 위험 감소에도 쓸 수 있으며 급여도 가능하다.

문제는 암환자의 정맥혈전색전증에 대해서도 쓸 수 있느냐인데 이에 대해 가능성만 제기될 뿐 아직 확실한 답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최근 성료된 세계내과학회(WCIM)에서도 찬반토론 주제로 채택되기도 했다. 암환자에서의 신규 항응고제 투여 문제와 가능성을 살펴봤다.

암환자 정맥혈전색전증 발생 50%로 높아
한국은 20% 수준...췌장암 환자가 특히 많아 

암환자와 정맥혈전색전증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암환자들은 암이 발생하면서 주변부 혈관과 혈액에 대한 변화가 일어나는 데 이 과정에서 떨어져나간 혈전이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특정부위에 막히면서 병을 유발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100여년전에 독일의 한 병리학자가 정맥혈전색전증으로 사망한 환자를 부검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과학자들은 부검 과정에서 암환자들의 혈관이 손상된다는 점과 혈액이 흐름이 정체된다는 점 그리고 과응고로 인해 혈액의 점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보고했다.

이러한 원인기전은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고 있다. 암환자의 경우 암이 생긴 부위의 혈관이 손상되며 또한 암이 커지면 주변 혈관을 눌러서 혈액흐름이 느리게 만든다. 게다가 암은 혈액의 과응고 물질을 배출하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요인이 합쳐져 혈전을 만드는 것이다.

대표적인 암은 췌장암

문제는 암이 진행성 일수록, 또 선암일수록 혈전이 잘생긴다는 점이다. 선암 중에는 췌장암이 잘생긴다고 잘 알려져 있다. 서양인에서는 진행성 췌장암에서는 50%에 이를 정도로 많이 생기며 우리나라는 20% 로 보고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폐암 빈도가 높고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혈전증 빈도수로는 폐암이 많은데 발생률면에서는 폐암보다는 췌장암이 많다는게 암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때문에 해외에서는 암환자의 정맥혈전색전증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신규항응조제들의 정맥혈전색전증 예방효과를 살펴본 연구. 하위연구를 분석한 것이 대부분이다.
미국국립암센터(NCCN) 가이드라인과 미국임상암학회(ASCO) 가이드라인 그리고 유럽종양학회(ESMO)는 암환자의 정맥혈전색전증 치료를 위해서 급성과 만성할 것 없이 모두 1차 약제로 저분자량헤파린(LMWH) 치료를 권고하고 있으며, 1차 치료를 할 수 없는 경우 2차로 와파린을 경구투여할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배경에는 두개의 무작위 연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맥혈전색전증 예방 효과를 보기위한 무작위 대조군 임상연구는 지금까지 4개가 전부다.

그중 지난 2003년 NEJM에 실린 CLOT 연구는 가장 많은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유일한 연구로 저분자량헤파린을 1차 치료에 쓸 수 있도록 근거가 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저분자량 헤파린인 달테파린(Dalteparin)이 와파린대비 52%의 위험을 낮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또 그외 캐나다 Hull 박사팀이 2006년에 Am J Med에 틴자파린(Tinzaparin)이 와파린대비 56% 위험성을 낮춘다는 결과를 발표한바 있다.

그외 미국 Deitcher 박사팀과 Meyer 박사팀이 암환자를 대상으로 에녹사파린과 와파린을 비교한 연구가 각각 2006년 Clin Appl Thromb과 2002년 Arch Intern Med에 실린바 있지만 모집단도 작았고, 위험성에 대한 통계적인 유의성도 없었다.

최근 나온 신규 항응고제는 1차에 포함돼 있지 않는데 아직 근거가 충분하기 않기 때문이다. 기존의 연구에서 암환자를 골라낸 하위분석 데이터만 있을 뿐이다.

다비가트란의 경우 RE-COVER I, II 연구 하위 분석을 통해 암환자에서의 정맥혈전색전증 재발과 주요 출혈이 와파린과 유사하다는 결과를 얻은 바 있고, 리바록사반과 아픽사반은 각각 EINSTEIN 연구와 AMPLIFY 연구를 통해 정맥혈전색전증 재발률은 유사하지만 주요출혈이 와파린대비 적었다는 결론을 냈었다.

때문에 주요 암기관에서는 근거 불충분으로 신규 항응고제를 권고 하지 않고 있는데 다만 미국흉부학회(ACCP)만이 2012년에 암환자에서 다비가트란, 리바록사반을 3번째 약물로 권고하고 있다.

▲ CHA의대 종양내과 오도연 교수. 지난 24일 세계내과학회 항응고제 세션에서 암환자를 대상으로 신규 항응고제 투여 필요성에 대해 강연을 했다. 이날 입장에서는 반대입장을 제시한 연자로 나와 주목을 끌었다.
"근거는 부족하지만 가능성은 충분"
CHA의대 오도연 교수 인터뷰

Q. 암환자의 정맥혈전색전증 예방을 위해 신규 항응고제를 쓰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암환자의 경우 암발생으로 인한 이상기전으로 혈관을 막거나 혈액의 흐름이 느려지면서 혈전이 생기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항응고요법을 쓰는 것은 일반 치료와 다르지 않다. 다만 CLOT 연구를 근거로 표준치료법으로 저분자량헤파린을 우선 쓰고 있을 뿐이다. 최근 안전성이 개선된 신규 항응고제가 나온데다 하위 분석에서 재발률과 출혈에서 동등한 것으로 나오면서 적용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Q. 근거는 충분한가?
불행히도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신규 항응고제 중 애초 암환자를 대상으로 정맥혈전색전증 예방효과를 입증한 연구는 없다. 다만 하위분석연구를 통해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만 나오고 있는 상태이다. 특히 후향적 분석이다보니 암에 대한 정의도 다르다. 연구마다 심재성 정맥혈전증이 생긴시점부터 암의 유병기간이 서로 다르고, 액티브 암에 대한 정의도 서로 달라 심도있는 해석은 필요하다.

Q. 그렇다면 왜 쓸 수 있다고 하는 것인가?
신규 항응고제는 저분자량헤파린 보다 역가는 동등하면서 출혈은 적다. 이러한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특히 하위분석에서 재발률은 와파린대비 비열등성하면서도 출혈예방에서 우월성이 입증됐다. 따라서 치료의 편리성 차원에서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더구나 암치료에 대한 내약성이 개선되면서 90% 암환자들은 신규 항응고제의 투여를 감당할 수 있는 환자라고 판단되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Q. 나머지 10%는 어떤 군인가?
암환자는 여러가지 약물을 복용한다. 항암제를 비롯해 진통제, 항구토제를 복용하고 이과정에서 신장과 간손상을 모니터닝해야한다. 때문에 장기 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예외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장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은 흡수률이 떨어질 수 있어 불가능하다. 해독제도 아직 개발단계이기 때문에 이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금기라고 할 수 있다.

Q.앞으로 치료방향은?
일차적으로 저분자량 헤파린이 표준치료이지만 신규 항응고제는 이론적인 장점이 충분한 약물이라서 언젠가는 연구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신규 항응고제는 표준치료로 자라잡을 것이다. 단 시기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현재 많은 의사들이 임상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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