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 목표치 고수···"美 치료기준 한국적용에 한계"
고LDL-C·고TG·저HDL-C 포괄···비스타틴계 약물도 권고

새 한국형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이사장 김치정, 중앙의대)는 지난 25일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 제정 공청회'를 열어 한국인 지질이상의 특성과 임상근거를 반영한 새로운 개정판의 일면을 선보였다. 공청회에 이어 유관학회와 각계각층의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 말 새 지침이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지침은 1996년 첫 선을 보인 이래 두번째 개정판이자 세번째 정규집(3판)으로, 2009년 2판 수정보완판 이후 5년 만에 임상환경의 변화를 고스란이 담아낸 터라 학계의 지대한 관심을 받아 왔다.

특히 2011년과 2013년 발표된 유럽과 미국의 가이드라인이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관점과 치료전략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며 임상현장의 혼선을 초래한 바 있어, 한국형 지침이 어떤 모양세를 취하고 어떻게 방향을 잡아 나갈지가 큰 관심사였다.

우선은 유럽 쪽에 더 무게를 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아직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아시아 인종의 임상특성과 과학적 근거들을 십분 반영해 한국형 치료 권고안을 내놓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논거도 제시하고 있다.
 
특히 (LDL-C에 집중하며 지질 목표치를 내려 놓는 등) 급진적인 변화를 꾀한 미국과 (고지혈증,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을 포괄하는) 이상지질혈증의 새로운 정의를 담아냈던 유럽, 그러나 서양인만을 대변해 온 이들 가이드라인 사이에서 지역특성에 맞는 독자적인 지침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美 가이드 치료기준과 거리···목표치 고수

이러한 모습은 이상지질혈증의 치료기준과 약물선택 섹션에 그대로 투영됐다. 먼저 새 지침은 미국심장학회(ACC)·심장협회(AHA) 지질가이드라인이 LDL-C 목표치를 정하지 않고 위험도에 따라 고·중강도 스타틴을 사용토록 한 것과는 거리를 뒀다.

이상지질혈증의 치료기준에 있어 심혈관질환 위험인자 유무에 따른 위험도에 기반해 LDL-C 목표치를 차등 설정하는 틀을 유지한 것이다.

지침제정위원회 증거평가분과위원회 자료를 발표한 정창희 교수(울산의대)는 "미국 가이드라인을 따를 경우 치료가 고·중강도 스타틴에 집중되는데, 투약강도에 따른 지질강하 정도는 인종간·개인별 등 환자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기존의 목표치를 없애고 일괄적으로 중등도 이상 용량의 스타틴을 투약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며 목표치 유지의 논거를 밝혔다.

또 "우리나라 환자에서 스타틴 저용량 또는 상용용량을 통한 LDL-C 강하의 정도가 서양인에 비해 높다는 연구결과들이 있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에서 고강도 약제 투여의 이점 및 부작용에 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7.5% 이상에서 1차예방을 위한 스타틴 투약을 규정했는데, 실제로 이 같은 기준이 아시아인에서는 심혈관질환 위험을 과대추정한다고 보고된 바 있어, 이 기준을 아시아인에 적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는 설명도 논거로 활용됐다.

요약하면 △약물반응의 개인별 차이를 반영하지 않은 점 △아시아인에서 고용량 스타틴 투여에 따른 이점 및 부작용이 불확실한점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과대추정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미국 가이드라인의 치료기준을 국내에 적용하는 데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 지침은 스타틴 투여의 유용성이 증명된 기저에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이에 상응하는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에서는 적극적으로 스타틴 투여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 또한 명확히 했다.

△심혈관 위험도와 LDL-C에 따른 치료기준

이에 근거해 지침은 심혈관질환 위험도와 LDL-C 수치에 따른 치료기준을 제시했으며, 각각의 위험도에서 LDL-C를 얼마나 낮출 것인지에 대한 목표치도 설정했다. 심혈관질환 위험도는 기존의 고·중등도·저위험군에서 초고위험군·고위험군·중등도위험군·저위험군으로 확대해 분류했다.

 
이전 판에서 고위험군이었던 심혈관질환 과거력의 환자들은 이번에 초고위험군(관상동맥질환, 허혈성 뇌졸중, 말초혈관질환)으로 분류돼 LDL-C 기저치에 관계없이 약물치료를 시작하도록 했다. 또 이들에게는 심혈관질환 2차예방을 위해 LDL-C를 70mg/dL 미만 혹은 기저치보다 50% 이상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권고했다(Class I, Level A).

기존의 치료지침에서 고위험군에 해당됐던 관상동맥질환에 상당하는 위험인자(경동맥질환, 복부대동맥류, 당뇨병)가 있는 환자는 고위험군에 그대로 남아, 1차예방을 위해 LDL-C 농도가 100mg/dL 이상인 경우 약물치료를 시작하도록 권장했다(I, A). LDL-C 목표치는 100mg/dL 미만이다. 중등도와 저위험군은 기존과 변화가 없으며 LDL-C 목표치는 각각 130mg/dL과 160mg/dL 미만이 권고됐다(II/B).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는 당뇨병 환자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한 것과, 이들을 심혈관질환에 준하는 위험도로 봐야 할 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유럽 가이드라인의 경우, 당뇨병 환자를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으로 분류 LDL-C 70mg/dL 미만을 목표치로 권고하고 있다. 이어 미국 가이드라인은 당뇨병이 있고 LDL-C 수치가 70~189mg/dL인 환자들에게 고·중강도 스타틴 요법을 권고했다.

△비스타틴계 약물 권고

새로운 한국형 지질지침의 또 다른 특징 중의 하나는 근거중심을 내세워 LDL-C와 스타틴에만 초점을 맞췄던 미국과 달리 고콜레스테롤혈증과 더불어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은 물론 비스타틴계 약물에까지 권고의 폭을 확대·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근거가 없거나 제한적이라는 점을 들어 스타틴만을 1차약제로 권고하고 있다.

반면 새 지침은 이상지질혈증 환자 약물치료의 1차목표를 LDL-C를 목표치 이하로 조절하는 것으로 잡는 동시에 2차목표로 non-HDL-C의 목표치 이하 조절 또한 제시하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대목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에서 중성지방이 높게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우선 고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 모두에서 스타틴이 1차약제로 권고됐다(I/A). 약물분과위원회 자료를 발표한 김상현 교수(서울의대)는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에서는 서양인에 비해 동일한 용량의 스타틴을 투여하더라도 LDL-C 강하효과가 더 우수하며, 서양인에 비해 보다 적은 용량으로도 LDL-C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다는 근거에서 통상용량으로 시작해 증량할 수도 있고 허용 가능한 최대용량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고콜레스테롤혈증에서 스타틴에 불내약성을 보이는 경우에는 에제티미브를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담즙산결합수지 또는 니코틴산과 병용할 수 있도록 했다(IIb, C). 또 최대내약용량까지 스타틴을 사용해도 LDL-C 목표치 미만으로 조절되지 않으면 스타틴에 더해 니코틴산, 에제티미브, 담즙산결합수지를 병용할 수 있도록 했다(IIb, C).

고중성지방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의 경우에는 각각의 수치에 따라 스타틴과 함께 피브린산유도체, 니코틴산, 오메가-3지방산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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