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의 해외진출이 눈길을 끌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내달 들어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의 의료진들이 파견을 나가게 된다. 세브란스병원은 우리나라 해외환자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으로 의료진들을 보내 검진 및 외래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전체 해외진출 의료기관은 4년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2010년 58곳, 2011년 79곳, 2012년 91곳에 이어 2013년 12월 111곳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들어서 빅5병원들이 해외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 아랍에미레트 수도 아부다비 위치.

우선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는 우리나라 정부의 협약으로 병원은 물론 의료진들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됐다.

지난달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건부와 아부다비보건청과의 공식 회담과 양국간 협력사업을 체결했다. 또한 UAE보건부 방문을 비롯해 UAE군 산하 자이드군병원 방문, 현지 진출 의료인 간담회 등을 실시했다.

고무적인 것은 아부다비보건청에서 한국 의료인 면허를 인정키로 추진했고, 보건의료정책 및 건강보험시스템 협력 확대 등을 약속한 것이다.

게다가 보건복지부 산하 해외환자 유치와 의료기관 진출 사업을 총괄 지원하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아부다비병원관리청(SEHA)과의 보건의료협력 MOU 체결에 최종 합의하면서, 우리나라 병원 진출의 활로가 더욱 넓어졌다.

이에 따라 서울대병원은 아부다비 왕립병원 위탁경영을 오는 11월로 확정됐다. 이전에 위탁경영에 대한 협약이 체결됐지만 면허인정이 되지 않아 정확한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 서울대병원이 위탁운영하는 아부다비 왕립 쉐이크 칼리파 전문병원.

앞으로 5년간 서울대병원이 위탁하는 왕립 쉐이크 칼리파 전문병원은 UAE 대통령이 국가 통합을 위해 지역사회에 기부하고자 설립한, 248병상 규모의 비영리 공공병원이다. 라스알카이마(Ras Al Khaimah)에 위치해 있다. 암, 심장질환, 어린이질환, 응급의학, 재활의학, 신경계질환 등에 중점을 둔 3차 전문병원이다.

서울대병원 문주영 아부다비지사장은 "사실 경쟁이 극심했었다. 독일, 미국 등 유수 대학과의 경쟁을 했지만, 서울대병원에서는 인력 20%를 직접 파견키로 약속했고,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한 교육을 실시한다고 밝히는 등 차별화된 제안을 내세웠다"면서 "여기에 선진화된 의료시스템 구축까지 돕는다고 약속하니 결국 우리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모두 후배들의 발판을 위한 국제사업이다. 이 사업만 노조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위탁 운영 기간인 5년 뒤 성공적인 스토리들이 무수히 쏟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도 심사평가원 등 심사평가기관이 없어 의료에 대한 심사나 규제가 까다롭지 않은 점에 대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서울성모병원도 아부다비로 

아부다비에는 서울대병원만 가지 않는다. 서울성모병원은 민간기업인 VPS 헬스케어그룹과 합작해 아부다비 중심지인 마리나몰(Marina mall) 내에 오는 11월 건강검진센터를 세운다.

병원에서는 의료진 25명을 투입해 매출액 대비 10%를 운영 수수료로 배분받기로 했다. 시뮬레이션을 거친 결과 5년간 최소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계된다. 

서울성모병원에서는 한 곳에 그치지 않고 두바이 등 여러 중동국가에 검진센터 2, 3호점을 지속적으로 개원할 예정이다. 아부다비는 첫 발판을 다지는 곳이 되므로, 본원차원에서 조금 어려움이 있더라도 핵심인력을 투입할 방침이다.

센터는 검진 뿐 아니라 간단한 시술, 한국으로 전원(트랜스퍼) 등 추가적인 일도 하게 된다. 승기배 원장은 "사막지역이다보니 호흡기 계통 환자가 상당하다. 또한 식습관 등으로 인해 당뇨병이나 관절, 심장병, 골다공증 등 각종 만성질환자가 많다"면서 "건진센터가 생기면 상당히 많은 환자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만약 검진 도중 바로 절제할 수 있는 간단한 시술은 검진센터에서 하고, 경증환자의 경우 일단 VPS에서 운영하는 200병상 정도의 병원으로 전원시킬 예정이다. 중증환자라면 비행기를 타고 서울성모병원으로 전원시켜 수술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국가, 같은 시기에 진출하는 서울대병원과의 환자 중첩 현상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는 일부터 시작해 지역이나 진료과목 모두 다르기 때문.

서울대병원은 왕립, 즉 공공의료기관에 해당되지만, 성모병원의 검진센터는 말 그대로 '검진'이 우선시 되는 센터다. 또한 성모병원은 왕립이 아닌 인도계 민간기관과 함께 진행되는 사업으로 개념 자체가 다르다.


세브란스는 중국으로

▲ 중국 이싱시에 지어지는 세브란스병원 로비 조감도.

세브란스병원은 중국으로 진출한다.

세브란스는 내년초 상하이에서 2시간 떨어진 인구 124만명의 이싱시에 건강검진센터를 짓는다. 주변에는 요양원, 재활병원은 물론 노인커뮤니티, 주택단지, 건강호텔, 연구센터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현재 중국에서 외국인 투자는 대부분 주요 도시에서 이뤄지며, 진료과목은 치과·성형외과에 한정돼 운영 중이다. 게다가 진출을 위해 현지파트너를 찾는 것이 쉽지 않고, 외국인 투자에 대한 이익을 정부에서 관여하기 때문에 여러 어려움이 뒤따른다.

세브란스병원은 중국 진출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도록 중국 문화와 언어를 공부했고, 규정이나 법률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조사했다. 또한 현지 주지사와의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지역주민들을 위한 사회공헌도 계획했다.

세브란스 검진센터는 VIP고객을 대상으로 검진을 하면서, 치과, 피부과, 비뇨기과, 소화기, 내분비내과, 안과, 산부인과, 호흡기내과 등 외래서비스도 실시한다.

▲ 세브란스병원의 이싱시 검진센터 설립 및 운영 타임테이블.

연세의료원 윤영설 국제처장은 "상해에서 감기 같은 경증질환으로 진료 한 번 받으려면 35~40만원은 족히 들어간다. 또 의료기술도 낙후된 편"이라며 "이러한 환경에서 세브란스병원이라는 브랜드이미지로 적정가격을 받게 되면 매우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곳은 설립과 인테리어 등을 내년 1월까지 마무리하고, 1년간 사전교육을 마친 의료진을 내년 1~2월에 걸쳐 파견할 예정이다. 정식오픈은 내년 3월이다.

그러면서 "첨단기술과 장비, 의료팀으로 신뢰도는 이미 확보됐다"며 "예약, 검진, 치료, 상담을 원스톱으로 실시하는 등 서비스 부분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아직 예방의학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중국에서 예방의학의 선두주자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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