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CESS 및 ARISE 연구, 사망률 일반치료군과 차이 없어

패혈증(sepsis) 치료는 응급의학과 의사에겐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다.

응급실에서 가장 먼저 발견되고 원내 사망률이 30% 수준에 이르고 있는데, 문제는 패혈증의 빈도가 지속적으로 늘어 2020년까지 연간 100만례 이상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환자의 생존결과는 치료의 황금시간(golden hour)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해 조기 중점치료를 적용하는 것이 최대의 효과를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올해 5월, 논란은 이 부분에서 불거졌다. 이러한 조기목표지향치료(EGDT)가 패혈성 쇼크 환자의 사망률 개선에 있어 일반적인 치료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 잇따라 발표됐다.

응급의학, 중환자의학, 감염의학 전문가들이 모여 패혈증 환자의 표준치료를 정립한 ED-SEPSIS Working Group 가이드라인과 정확히 대치가 된다. 급성 패혈증 환자의 소생 및 관리에 있어 EGDT 시행의 논쟁을 들여다 봤다.

*ProCESS
미국 31개 병원 응급실
패혈성쇼크 환자 1341명
60일·90일·1년 관찰
사망률·장기유지치료필요성
EGDT 우월성 확인 안돼

*ARISE
호주·뉴질랜드  51개 센터
응급실 내원환자 1600명
EGDT 796명·일반 804명
90일 시점 사망자
각 147명·150명

논쟁은 중심정맥관 혹은 Swan-Ganz catheter까지 동원하는 EGDT가  이 보다 강도가 덜 한 표준치료와 비교해 환자의 사망률에서 유의한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 ProCESS(Protocolized Care for Early Septic Shock) 연구결과가 발표되며 시작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실제 진단상에도 애로사항이 존재했다. 패혈증이라는 진단 자체도 신뢰성 검증이 불충분한 상황에서 단순히 열이 나거나 백혈구증가증(leukocytosis)만 있어도 동 질환으로 판정하는 것은 사실상 과잉진단과 관련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실제 패혈증이 아님에도 패혈증으로 보고되는 사례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2014년 4~5월 NEJM에는 패혈증의 치료 방침에 대해 다각도 검증결과를 담은 논문들이 집중적으로 게재됐다. 지난 5월 1일자에 발표가 되며 논란을 불러일으킨 ProCESS 연구는 '프로토콜에 근거한 초기 패혈성 쇼크 치료 결과'를 주 내용으로 했다.

연구의 배경에 대해 연구팀은 "이미 십여년 전부터 중증 패혈증이나 패혈성 쇼크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에 관한 단일기관 연구는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6시간동안 치료 프로토콜인 EGDT에 따라 수액, 혈압상승제 및 항생제의 사용, 적혈구 수혈을 환자의 중추혈역학적 목표에 맞춰 시행했을때 일반적인 치료군보다 사망률을 주효하게 낮춘다고 알려져 있지만 과연 이러한 임상적 결과들을 실제로 도출해 내는지 검증작업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31개 병원 응급실에서 총 1341명의 패혈성 쇼크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치료 60일째를 비롯해 90일째, 1년 사망률 혹은 장기유지치료의 필요성에서 EGDT의 우월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정확히 5개월이 지나서 NEJM  10월 1일자에 ARISE 연구가 발표됐다.

결과는 EGDT가 환자의 생존율 개선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가 더욱 주목을 받은 것은 호주 국립보건의료연구협의회(NHMRC)의 지원을 받은 연구결과로 앞서 공개된 ProCESS와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DOI: 10.1056/NEJMoa1404380).

연구는 호주 또는 뉴질랜드 지역의 51개 센터에서 실시됐으며, 응급실에 패혈성 쇼크로 내원한 환자들을 무작위로 선정해 EGDT 시행군 혹은 일반적인 치료군으로 나누었다. 1차 종료점은 치료 90일 후 모든 원인에 근거한 사망이었다.

총 1600명이 등록된 가운데 EGDT군 796명, 일반적인 치료군은 804명이었다. 주목할 점은 연구 90일 시점에서 EGDT 시행군은 147명, 일반적인 치료군은 150명이 사망했다.

사망률은 각각 18.6%와 18.8%로 차이가 없었으며 생존기간과 내원기간 및 사망률, 장기지속 기간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절대적 위험 차이, EGDT vs. 일반적 치료, 0.3%p; 95% CI, -4.1 to 3.6; P=0.90).

중증패혈증 환자 조기 중점치료 효과 정설
미국선 지난해 치료 프로토콜 규정…이행 '의무화'

■ EGDT, 어떤 치료길래
패혈증은 전신염증반응증후군(SIRS)과 감염에 의해 발생한 SIRS인 패혈증, 장기부전증이 동반된 중증패혈증, 패혈성 쇼크(septic shock)로 구분된다.

여기서 조기목표지향치료(EGDT)는 중증 패혈증 환자의 예후를 개선시키는데 수액, 항생제의 신속한 투여, 혈압상승제 투여, 적혈구 수혈, 필요 시 도부타민(dobutamine) 투여 등을 통해 신속하게 산소포화도(SvO2)가 70% 이상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있다.

정의된 기준에 따라 해당환자를 중환자실 이동 시점까지 기다리기 전에 응급실에 있는 동안 목표 지향적인 치료(Goal directed therapy), 즉 EGDT를 광범위하게 적용하자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EGDT는 첫 6시간의 소생술동안 패혈증 관련 저관류에 대한 초기 목표에 반드시 중심정맥압, 평균동맥압, 소변배출량, 혼합정맥산소포화도, 중심정맥산소포화도의 엄격한 수치 유지가 포함되는데 패혈증의 28일 사망률에 있어 의미있는 감소를 증명한 바 있다. 그래서 EGDT 는 반드시 응급실 상황에서부터 강조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6~72시간동안 EGDT 그룹의 환자들은 기존의 치료방법과 비교해 수액치료, 적혈구 수혈, 혈압상승제 치료, 인공호흡기 치료가 덜 필요했다.

기관 부전에 대한 점수도 EGDT 그룹이 첫 72시간동안 의미있게 더 좋았고, 생존자들 중 퇴원까지의 시간을 보았을때 조기 퇴원과도 연관이 있었다. 또한 심정지, 저혈압, 급성호흡부전같은 심폐 합병증의 발생도 2배나 낮았고 사망률도 EGDT 그룹에서는 30.5% 로 대조군에서의 46.5%와 비교해 낮은 결과를 보고했다.

이러한 통계만으로도 EGDT를 시행한 중증 패혈증환자의 의미있는 생존율 증진은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작년 1월 미국 뉴욕주에서는 패혈증 프로토콜인 Rory's regulation이 공표됐다. 모든 병원은 패혈증에 대한 조기 진단과 치료 지침을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며 이를 정기적으로 주지사에게 보고하도록 규정된 것이다.

물론 이 시행법의 취지는 분명하다.

실제 패혈증의 치료는 내원 6시간 내로 혈압과 산소 포화도 등의 각종 지표를 정상화시켜야만 치료 승산이 높다는 것으로 EGDT를 준수하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사망률·생존율 차이 없는 건 기존 앓던 만성질환 영향일 것"
강제화할 절대적 치료법은 없어

■ EGDT 효과, 갑론을박
이러한 무효성 주장에 반론도 적잖이 나온다.

EGDT 시행군은 질병의 일반적인 중증도를 대변하는 APACHE II 점수에 따른 사망률을 비교군 보다 낮췄고, 패혈증 환자들 사이에 이미 앓고있던 만성질환들이 결과에 미쳤을 영향이나 항생제 조기투여에 의한 왜곡 등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무엇보다 논란의 한 가운데는 미국의 응급실에서 시행되는 패혈증 집중치료 프로토콜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의료계는 정부가 규정한 치료지침이 절대적이라는 근거가 없고 진단 과잉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공식 SCI 등재 논문 발표를 통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내 대학병원의 한 응급실 의사는 "패혈증에서의 치료 프로토콜을 법규로 강제하는 것은 의료기관의 자율성 침해라는 문제를 떠나서 항생제의 불필요한 투여와 과잉진료에 따른 2차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작년 응급실 당직법 때문에 의료계가 시끄러웠던 상황을 떠올려보면 이러한 EGDT 효과 논란은 남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국내도 공공의료의 개념으로 정부의 간섭이 증가하는 추세를 따져보면 이번 EGDT 실효성 논란에 귀추가 주목되는 것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