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O, 비만과의 전쟁 선포 "예방 위해서도 퇴치해야"
비만, 암 치료 방해하고 동반 질환 발생위험도 높여

미국임상종양학회(ASCO)가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ASCO는 최근 미국임상종양학회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 온라인판 2014년 10월 1일자)를 통해 비만을 암의 주된 위험인자로 지목하고, 암에 대한 비만의 영향을 줄이겠다는 공식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번 성명서를 집필한 다나-파버암연구소의 Jennifer A. Ligibel 박사는 "비만은 예방 가능한 암의 주원인으로서 담배를 빠르게 추월하고 있다"며 "비만이 암환자에서 예후악화와 관련이 있고 전신요법 등의 치료효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차암 또는 동반질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암 진단 후 위기의 순간에 처해있는 환자들과 가장 가까운 관계를 맺게 되는 종양치료팀은 체중감량과 건강한 생활습관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특별한 위치에 있다"며 "종양내과 전문의를 포함해 간호사, 상담사 등 치료에 참여하는 모든 의료진들이 적극적으로 암환자들의 체중감량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올해 초 ASCO에서 발간한 전문가용 비만치료 가이드북

이번 성명서에는 교육, 자원, 연구, 정책의 4개 분야에 걸친 다면적인 종합계획이 포함됐다.

가장 먼저 비만과 암의 연관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관련 근거에 대한 교육을 증가시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고, 종양내과 의사들이 환자들의 비만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도구와 자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에너지 균형 변화에 따른 병태생리와 행동요법이 암 관련 아웃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생활습관 변화를 가장 효율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결정하기 위한 연구 아젠다를 조성할 것과 함께 암환자들이 체중관리서비스에 접근하는 경로와 비만에 기여하는 사회적 요소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 마련을 제언하고 있다.

비만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이고 암으로 진단된 초기 단계의 환자에서 재발, 암관련 사망률을 증가시킨다는 근거는 이미 충분하다.

유방암 환자 21만 여 명이 포함된 82개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에서는 유방암 진단 당시 비만이었던 여성들 중 폐경 전이었던 환자의 75%와 폐경 후 환자의 34%에서 정상 체중군 대비 사망률이 증가했다(Ann Oncol. 2014;25:1901-1914).

2007년에는 국소 진행성 전립선암 환자에서 체질량지수(BMI)가 높을수록 암사망률이 높고 생물학적으로 공격적인 암으로 진행할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고(Cancer 2007;110:2691-9), 상대적으로 일관성이 낮긴 하지만 대장암에서도 초고도비만(BMI≥35㎏/㎡) 환자는 사망률과 재발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연달아 발표됐다(Cancer 2003;98:484-95, J Natl Cancer Inst. 2006;98:1647-54).

다만 아직까지 체중감소가 암환자들의 생존율을 향상시킨다거나 암 발생을 예방한다는 데이터는 마련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Ligibel 박사는 "무작위대조연구(RCT)가 시행되지 않았을 뿐 이미 여러 연구들에서 체중감량을 포함한 생활습관 변화가 암환자들의 피로감, 삶의 질, 예후 관련 바이오마커 등 구체적인 아웃컴 개선 혜택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그는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비만과 생활습관 중재에 관한 더 많은 연구가 시행돼야 하고 여기에 드는 자금과 연구 분야를 조직화 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종양학, 영양학, 행동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소집해 다음달 워싱턴 D.C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인에서도 비만과 암 연관성 근거 확보
대장암, 유방암, 갑상선암 등 비만관련 암 증가 패턴

▲ 동국의대 오상우 교수

비만에 의한 암 발생 위협은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최근 12년간의 건강검진 빅데이터 1억 여 건을 분석한 결과 2013년 기준 고도비만율(BMI≥30㎏/㎡)이 4.2%로 2002년(2.5%) 대비 1.7배 증가했다면서 이와 관련해 오는 27일 '비만대책관리위원회' 출범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암종별 발생 현황도 유방암, 대장암 등과 같은 서구형 암이 증가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대한비만학회 오상우 정책위원회 이사(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는 이미 2005년도에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비만이 한국인 암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미국임상종양학회지(J Clin Oncol. 2005;23:4742-54)에 발표했다.

한국인 성인 남성 78만명을 대상으로 10년간 추적한 결과에서 비만군은 정상 체중군에 비해 대장암 또는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1.9배, 담도암과 갑상선암이 2.2배, 흑색종이 2.8배 높았고, 고도비만자는 정상 체중인 사람들보다 암에 걸릴 위험이 26% 증가했다.

▲ 고려의대 김열홍 교수

오 이사는 "10년 전 연구에서 비만이 한국인에서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고, 비만인구 증가와 더불어 유방암, 대장암, 갑상선암, 전립선암 등 비만과 관련된 암들이 늘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감이 적중했다"며 "한국인에서도 비만의 예방과 치료는 암 예방을 위해 필수적이고, 국가적으로 이를 관리하는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대한암학회 김열홍 학술위원장(고대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은 "아직까지 학회 차원에서 관련 연구나 정책적 논의는 진행된 바가 없으나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며 "대한암협회가 암예방을 위한 비만퇴치 활동을 주도해 나가고 대한암학회가 이에 대한 학술적 뒷받침을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특히 젊은 연령층에서 비만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어 15~20년 후에는 가장 활동적으로 일을 할 40~50대 연령층에서 암 발생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대한 경각심 조성과 함께 체중조절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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