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폐고혈압클리닉 장혁재 교수

폐동맥고혈압 병용치료에 힘 실리는데…
복지부 중증질환보장강화 관련 '급여확대' 기대

지난해 프랑스에서 열린 제5차 세계 폐동맥고혈압 심포지엄에서는 새로운 분류체계와 치료알고리듬, 신약 관련 데이터들이 대거 발표됐고, 올해 유럽호흡기학회(ERS) 연례학술대회에서는 핵심 테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포스터와 구연발표, 심포지엄 등 여러 세션을 할애해 폐동맥고혈압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특별히 폐동맥고혈압 치료와 관련해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은 서로 다른 계열의 약제를 2가지 이상 동시에 사용하는 병용요법이다.

단독요법을 우선 시행한 후 세계보건기구 기능분류 등급(WHO-FC), 운동능력, NTproBNP 수치, 심장초음파검사 등의 지표를 평가해 불충분한 임상반응을 보이는 환자에서 다른 종류의 약제를 추가하는 순차적 병용요법(sequential combination therapy)은 기존 가이드라인에서 높은 수준(권고수준 A)으로 권고돼 왔는데(권고수준 Ⅰ등급), 최근에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초기 병용전략(upfront combination therapy)이 강조되고 있다.   

ERS 2014 심포지엄 세션에 참석한 네덜란드의 Jasmijn van Campen 교수(VU대학병원)는 "폐동맥고혈압은 유병기간이 길고 섬유증이 많이 진행될수록 심실 및 심근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병용요법을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세브란스병원 장혁재 교수(폐고혈압클리닉)

연세의대 장혁재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폐동맥고혈압클리닉)는 "미국심장학회(ACC)나 미국흉부학회(ACCP), 유럽심장학회(ESC) 등 가이드라인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초기부터 공격적인 치료를 하자는 게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흐름"이라며 "이번에 발표된 AMBITION 연구 외에도 폐동맥고혈압 환자에서 다양한 병용요법이 효과적이라는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고, 국내에서도 급여확대와 관련해 병용전략에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고 밝혔다.

단일 약제만으로 반응하지 않는 폐동맥고혈압 환자에서는 다른 약제와의 병용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보험수가 체계는 병용치료에 대해서는 일체 급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평생 약물치료를 해야만 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 교수는 "폐동맥고혈압 치료제의 병용요법에 대한 급여를 인정받고자 국내 가이드라인 제정 준비작업 등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최근 보건복지부가 4대중증질환보장강화의 일환으로 이에 대한 급여확대 여부를 심의 중에 있다"며 "가이드라인에서도 Class Ⅰ 권고사항으로 강조하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치료율 향상은 환자 관심증가 덕… 적극적 관리 시스템 뒷받침을
난치성질환이어도 환자 규모 큰데 진단·치료 범위 밖 환자 여전히 많아

한편 장 교수는 "예전보다 의료계 전반에서 폐동맥고혈압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환자들의 생존율이 나아진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폐동맥고혈압은 여전히 국가와 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난치성 질환"이라며 "시스템상 허점을 보완하고 보다 적극적인 관리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많은 사람이 폐동맥고혈압의 조절률이 이전보다 높아진 데 대해 새로운 치료제 덕분이라고 믿고 있지만 단순히 특정 약제 때문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그보다는 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치료시기가 앞당겨지게 된 영향이 크고, 더불어 보조치료가 발전한 것도 한몫했다는 설명이다. 

유병률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에는 정확한 통계가 잡혀있지 않은데, 일반적으로 5000명 정도라고 알려진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수는 일본의 등록환자수가 1만 2000~1만 5000명 정도임을 감안해 인구비례로 추측한 값일뿐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장 교수는 "심평원 자료를 보면 폐동맥고혈압으로 진단을 받아 치료제를 복용 중인 환자가 1000명이 조금 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며 "국가간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아직까지 진단 자체가 되지 않거나 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지난 2008년부터 대한심장학회,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대한류마티스학회, 대한소아심장학회가 공동으로 폐동맥고혈압 환자 등록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등록을 한다고 해서 일본과 같이 치료비가 지원된다거나 하는 환자들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혜택이 없다보니 아무래도 사업을 주도하지 않는 병원들에서는 참여율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그는 "질환의 특성상 심장내과, 흉부외과, 류마티스내과, 호흡기내과 등 여러 진료과가 연계돼 있기 때문에 모든 전문가들이 한데 모이기가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학회나 연구회, 재단 등 어떤 형태건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을 모두 섭렵할 수 있는 리더십이 있어야 폐동맥고혈압 분야가 방향성을 가지고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속적으로 새로운 약물을 개발할 수 있는 산업체와 연구소, 교육기관 등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고, 국가주도의 등록사업연구도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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