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실력, 병원 브랜드, 내부 조직 탄탄하게 만들어야 생존 가능

교육도 받지 못하고 제대로 경험도 하지 못해 미흡한 리더십, 채용조차 힘든 의사나 간호사, 정부의 저수가 정책 등 중소병원을 어렵게 하는 요소는 많다. 여기에 환자들은 최신시설로 무장한 대형병원을 선호해 그리로 몰려간다. 그야말로 악조건의 연속이다.

하지만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중소병원의 특성을 살리며 살아남은 강자들이 있다. 오랫동안 같은 진료과목을 고수하며 앞서가는 병원도 있고, 금전적인 수익은 많이 올리지 못해도 병원들이 투어를 올 정도로 수준 있는 병원을 만들어 놓은 중소병원장도 있다.

이들 중소병원들이 대형병원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은 키워드는 의사의 실력, 병원 브랜드, 탄탄한 내부조직, 한우물 전략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의사 실력은 가장 강력한 경쟁력

중소병원에서 의사의 실력은 가장 강력한 무기다. 대학병원의 유명의사가 개원을 하면 환자들이 의사를 따라 이동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중소병원들도 핵심 무기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 카자흐스탄과 몽골 등 외국인 의사가 윌스기념병원에서 첨단 척추수술기법을 배우러 오고 있다

지난 2002년 개원한 척추전문병원인 윌스기념병원은 '끊임없이 치료법을 개발하라. 1주일에 하루는 연구에 투자하라. 후학을 양성하라'는 모토 아래 최근 최소침습수술법으로 환자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병원은 척추환자의 90%를 비수술로 치료하고, 최초로 '미세현미경 최소침습 후방 신경공 감압술'을 해외저널에 발표하기도 했다. 병원의 최소침습수술법은 보건산업진흥원으로부터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대표 의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재활의학과병원으로 명성이 높은 곳을 꼽으라면 부산의 파크사이드재활의학병원을 언급하는 사람이 많다. 금전적인 성공은 아니지만 재활병원을 운영하는 원장의 철학이나 실천 등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병원의 박인선 원장은 환자들에게 비난을 많이 받는다. 환자에게 친절하지도 않고, 치료해 좋아질 것이 예상되는 환자만 가려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원장을 만난 환자는 박 원장이 환자 재활에 철학을 갖고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한다.

박 원장은 한번 치료한 환자는 환자가 거부하지 않는 한 끝까지 치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끝까지란 의미는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집으로 돌아갈 상태가 아닐 때는 요양병원으로 전원 할 때까지, 직장으로 돌아갈 때까지를 뜻한다.

지난해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박 원장은 "우리 병원은 삭감된다고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일은 없다. 이런 상황을 심평원에서 알면서도 그들의 룰에 따라 삭감 시키는 경직된 무심함에 속상한 마음도 있지만 언젠가는 고쳐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토로했다.

▲ 파크사이드재활의학병원

또 "병원을 시작한 이후로 돈을 전혀 벌지 못했다. 투자비용 회수는커녕 병원 운영만 근근이 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재활병원을 제대로 운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 병원처럼 환자들을 살리는 재활병원이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돈은 안 되지만 정착 필요한 일이라면 재활의료의 공공의료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주장했다.

중소병원도 브랜드를 만들어라

브랜드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던 병원에 이 브랜드가 쓰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9년 한국능률협회에서 평가 대상에 병원을 포함시키면서부터다. 의료계에서 브랜드하면 서울대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 아산병원 등이 꼽히지만 이제 중소병원도 브랜드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척추'하면 우리들병원, '눈'하면 김안과 등이 생각날 정도로 중소병원들도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고, 새롭게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병원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대한병원협회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엘리오앤컴퍼니 정철 팀장은 "병원의 비전과 고객의 인식이 일치하면 브랜드가 된다"며 "환자가 병원을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하면 각 병원이 갖는 속성(attribute)을 연상하고, 이후 혜택(benefit)을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 바로선병원 HI

최근 무릎, 척추, 골절병원으로 창동에 있는 바로선병원은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병원이다.병원에서 사용되는 명함, 봉투, 서류 등 각종 서류는 물론 병원의 게시판 및 홍보 게시물 등도 바로섰다는 이미지로 통일화했다.

또 병원의 사회공헌 활동을 SNS를 이용해 대중의 입소문을 탈 수 있도록 했고, 의료진과 직원이 함께 만든 책도 편찬해 병원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내부조직을 탄탄하게 만들어라

조직의 규모에 관계없이 좋은 병원일수록 직원의 이직이 적다. 특히 중소병원은 직원의 경력이 병원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좋은 직원이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내부조직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사 헤드헌팅 회사 한 관계자는 "요즘 의사들은 무조건 대형병원을 선호하지 않는다. 월급과 업무가 괜찮은 중소병원은 의사들이 잘 움직이지도 않고, 자리가 나더라도 자신들의 네트워크로 금방 채워진다"며 "중소병원들도 환경 탓만 할 것이나 아니라 조직문화나 분위기를 전략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화상전문병원으로 알려진 베스티안병원은 탄탄한 조직운영으로 유명한다. 초기 오갈 곳 없는 화상환자를 무조건 치료한다는 원칙으로 시작한 이 병원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환자가 증가해 결국 전국 5개 네트워크를 갖춘 화상전문병원으로 성장했다.

병원이 성장에 가속도를 낼 수 있었던 바탕에는 조직 문화 혁신운동인 '뉴베스티안운동'이 자리한다.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이 운동은 베스티안그룹 전 직원이 병원의 미션과 비전을 성실히 수행하고 이를 통해 자부심과 애사심을 고취시켜 올바른 행동문화를 실천해나가는 전사적인 움직임이다.

병원은 행동대장 35명을 임명해 이들이 형식적인 행동을 탈피하고 스스로 움직이고 변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병원은 또 직급을 떠나 내가 먼저라는 의식을 심어주고 병원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우물 전략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중소병원들은 '한우물 전략'을 구사하는 게 좋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병원처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기보다는 한가지 질환을 특성화해 오랫동안 집중하는 것이다.

하나닥터스넷 박병상 대표는 "한우물을 판다는 것은 온리 원(only one)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몇 가지 질환을 제외하고는 대학병원에서 하던 수술을 동네병원에서도 한다"며 "한우물 전략을 쓰려면 이러한 것들을 고려해 그 병원만의 기술이 있어야 한다. 경쟁자가 따라 하기 어려운 독점기술을 갖고 있고 그것을 계속 갈고 닦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가락접합으로 알려진 두손병원은 한우물 전략으로 성공한 병원으로 꼽힌다. 실력이 없으면 손도 대지 못한다는 미세수지접합수술 분야에서 지난 1994년에 개원해 지금까지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개원 초기 주변의 만료에도 현재 200병상의 수지접합 단일병원으로 성장했다.

병원의 황종익 원장은 아시아태평양수부외과학회에서 아시아 지역 전문병원으로 소개됐고, 대학교수들 선정된다는 대한미세수술학회장을 맡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소병원 경영에 묘수는 없고, 모든 것은 원장의 몫이라고 입을 모은다. 내부 구성원이 열정을 갖고 비전을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경영의 비법이라면 비법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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