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낳는 '황금알' 만들기 브랜드 이미지 강화 고심

 

전문의약품(ETC) 중심의 국내 의약품 시장이 각종 정부 규제에 따라 성장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반의약품(OTC) 시장을 공략하려는 국내 제약사들이 늘고 있다.

2013년 한국제약협회의 의약품 생산실적표에 따르면 ETC 생산실적은 11조 4533억원으로 전체 의약품의 82.47%를 차지했으며, OTC는 2조 4353억원 규모인 17.53%로 상대적인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OTC 생산은 ETC 생산 증가율 2.03% 보다 높은 5.44%를 기록하며, 제약사들의 꾸준한 관심을 반증했다. 특히 건강한 삶에 대해 높아진 관심, 셀프 메디케이션(self medication) 흐름 등도 OTC 시장에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트렌드에 발맞춰 제약계의 OTC 마케팅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야말로 '단순히 약국에 공급하고 광고하면 팔리는' 시대는 지나간 셈이다. 이에 OTC를 '황금알'로 만들고자 하는 제약계의 노력과 향후 OTC 시장에 대한 전망 등을 짚어봤다.

브랜드 강화…팜 네트워크 도입

최근 OTC 시장에서 눈에 띄는 행보는 근화제약 OTC·건강기능식품 통합 브랜드 ALVO(알보)의 론칭이다. 근화제약은 내년 상반기까지 약 25종의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이후에도 알보젠의 여러 제품들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근화제약은 ALVO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자 기존 제품도 리뉴얼해 용량확대, 패키지 고급화 등을 시도했다.

특히 ALVO 제품들은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고 있는 PNK(Pharm Network Korea)연합에 독점 공급된다. 전국 각 지역의 유통업체인 태전약품, 동원약품, 복산약품, 유진약품 등 7곳으로 구성된 PNK연합은 메나리니의 풀케어를 독점 공급해 엄청난 매출 신장을 기록(2013년 1분기 4억원대→4분기 33억원대)한 바 있으며, 지난 2월에는 근화제약과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근화제약은 PNK연합을 통해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안착시키고, 향후 출시되는 제품도 유통사에 독점 공급 및 마진 등 여러 이점을 제공해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 이주형 근화제약 대표

이주형 근화제약 대표는 ALVO 론칭 행사에서 유통업체 대표들에게 "자리에 모신 유통업계 분들은 파트너도, 갑을 관계도 아니다. 고객이라고 생각하며 섬기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다"며 협력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현준호 동원약품 사장은 "약 3년 전 유통업체 다섯 곳의 모임이었던 PNK연합이 7곳으로 확대돼 제약사와도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며 "좋은 제약사와 좋은 제품으로 함께하면 서로간 이점이 크다"고 밝혔다.

PNK연합은 매일 전화와 메신저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매달 회의를 열어 제품 성공사례와 시장분석 등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 협력 관계를 제안하는 제약사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의약품 유통 시장에서 향후 이 같은 선순환 사례는 꾸준히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SNS 마케팅으로 소비자 맘 사로잡기

예전에는 광고가 OTC 황금기를 견인했지만 점차 광고 비중이 감소했으며, 시대에 따라 광고의 양상도 변화했다.

1969년 대한민국 10대 광고주(매출기준) 순위에는 동아제약, 유한양행 등 7곳의 제약사가 포함될 정도로 OTC의 광고 수요가 많았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정부의 중공업 육성정책, 전자·IT산업의 발전, 드링크제 광고금지를 비롯한 연이은 광고규제 정책으로 크게 위축됐다.

특히 대중매체와 인터넷 등의 광고가 허용되는 OTC가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제약시장 내에서 비중이 축소되며 광고 역시 하락세를 맞았다. 상위 20개 제약사 매출 대비 광고선전비 비율도 1986년 8%에서 2013년 3.6% 선으로 감소했으며, 매체들의 광고비 중 제약산업 비율 또한 1987년 12%에서 2013년 5%로 줄었다.

그럼에도 OTC는 소비자의 자발적인 선택으로 구매가 이뤄지는 만큼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제약사의 경쟁은 치열하다.

이제는 단순한 CF가 아니라 SNS와 포털사이트를 이용해 자발적인 콘텐츠 생산을 유도하고, 소비자의 참여를 독려하는 한편 웹툰과 애니메이션 등을 활용해 친근하고 재미있게 접근하고 있다.

보령제약은 육아블로그를 통해 습윤밴드 '듀오덤'의 이용후기 등을 전파했으며, 동화약품은 '후시딘'과 웹툰을 접목한 '상처공감 다이어리'를 연재했다. 일동제약은 유산균제 비오비타의 스마일스타 오디션을 열어 아기모델 참여이벤트를 전개했고, 대웅제약은 유튜브에 우루사 애니메이션 티져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동아제약은 효능과 효과만을 강조하던 보수적인 광고의 틀을 벗어나 FUN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식물성 소화제 '베나치오' 마케팅을 위해 사랑과 전쟁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소화와의 전쟁' 편을 제작해 유튜브에 공개했으며, 박카스 29초 영화제를 통해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이벤트를 개최하고 이를 광고 소재로 활용했다.

특히 한독 케토톱의 '꿈을 캐라 오디션'은 TV CF와 SNS, 언론 매체를 복합적으로 활용해 제품을 대중에게 광범위하게 알린 사례로 꼽힌다.

한독은 SNS를 통한 타깃층(젊은 주부)의 참여(직접참가, 투표)로 콘텐츠를 생산했으며, 대중이 뽑은 본선진출자가 TV매체에 소개된 후 최종 수상자는 CF모델로 출연해 오디션으로 축적된 감성을 제품과 연결지어 소비자에게 전달했다.

한 제약사 마케팅 담당자는 "일방적으로 제품을 선보이는 전략이 아니라 끊임없이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알맞은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대세"라며 "약 이상의 가치를 함께 공유함으로써 의약품이 만들고자 하는 미래에 대한 공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강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의사가 추천하는 일반약'으로 어필

그 밖에도 제품에 대한 임상적 근거를 확보하고 약사는 물론 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학술 마케팅도 진행되고 있다.

RB코리아는 '개비스콘'에 대해 의사 대상 학술좌담회를 진행하거나 학회 심포지엄에 참가해 제품의 임상 내용을 설명한다. 이를 위해 RB코리아는 ETC와 유사한 형태의 병원 영업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동화약품도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잇치'의 임상 근거를 알리고, 대웅제약도 의사 대상 '임팩타민' 심포지엄을 전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의 추천을 소비자의 구매로 연결짓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연구 개발 및 엄격한 생산 공정 관리에도 노력하는 것은 물론이다. 공정경쟁규약(CP)도 적용해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나 현장 감시 활동을 강화하는 추세다.

또 소비자의 호감을 높일 수 있는 제품 디자인 변화,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제형·포장형태 변화 등도 꾸준히 시행하는 등 일부 제약사들은 의욕적으로 OTC 시장 확대를 꾀하는 상황이다.

과한 경쟁과 광고심의 정책 등은 부담

그렇다면 OTC 마케팅의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ETC에 비해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지 않는 OTC의 특성상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 과다한 경쟁이 부담되며, 기껏 제품을 키워놔도 상대적으로 허가가 쉬워 미투(ME TOO) 제품이 쏟아지기 때문에 점유율을 지키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OTC는 소비자의 선택 구매가 많은 만큼 제품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도 난점으로 꼽혔다.

또한 전국 2만여개의 약국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야 하는데, 마케팅의 기본인 STP(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에 있어서도 약국의 형태, 약사들의 지식 정도·관심사 등이 달라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적 규제로는 의약품 사전심의제도가 언급됐다. 의약품광고는 1993년부터 의무적으로 사전심의를 받아야 하며, 한국제약협회 산하 의약품광고심의위원회가 식약처로부터 심의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의약품광고에 대한 사전심의제도는 외국에서도 흔치않은 제도로, 매우 독특하고 강력한 광고 규제장치라는 것이 업계 일각의 관점이다.

한 관계자는 "한국 OTC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규제 중심의 사전심의제도 보다 자율성 강화 방향으로 정책과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다양한 미디어의 발전, 소비자가 정보를 습득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높아진 현 상황에 맞는 규제와 정책 개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ETC의 약가인하와 리베이트 투아웃제 등 정부 규제에 따라 제약사들이 사업다각화 관점에서 OTC에 투자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진통제나 감기약, 멀티비타민 외에도 틈새시장을 겨냥한 제품(월경전증후군, 정맥순환개선제, 손발톱무좀치료제, 가슴쓰림개선제, 고함량비타민 등)들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냈다.

앞으로도 OTC 시장은 수명연장과 더불어 건강한 삶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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