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용 교수팀 환자분석 결과, 비만환자 '덜 위험'...상식 뒤짚은 비만의 역설

▲삼성서울병원 한주용 교수.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비만환자가 정상체중 환자에 비해 심근경색 발생범위가 작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뚱뚱한 사람이 마른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이른바 '비만의 역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한주용 교수팀(순환기내과)은 2006년 1월부터 2009년 11월 사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193명을 분석한 결과, BMI가 25kg/㎡ 이상인 비만 환자가 정상체중 환자에 비해 심근경색 발생범위가 작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25일 밝혔다.

심근경색증의 발생범위가 작다는 것은 위험도가 낮다는 의미. 심근경색증으로 한 번 손상된 심장 근육은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범위가 작을수록 치료결과는 물론 치료 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한주용 교수팀은 비만환자(83명)와 정상체중 환자(110명)의 심근경색 발생부위와 발생가능 영역의 크기를 비교하는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심장 MRI 촬영결과 비만환자에서는 좌심실 전체 용적 대비 심근경색 크기가 17.9%였던 데 반해 정상체중 환자에서는 20.8%로, 비만환자의 심근경색 발생범위가 정상환자에 비해 작았다.

심근경색 발생 가능 영역을 측정한 값 역시 비만환자에 비해 정상체중 환자가 더 넓었다. 비만환자의 경우 좌심실의 29.4%에서 심근경색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평가됐으나 정상체중 환자의 경우 36%로 비만환자에 비해 더 높게 나타났다.

일반환자 군에서 향후 심근경색이 재발하거나 관련 질환으로 인해 사망할 가능성이 더 큰 셈이다.  실제 6개월 추적관찰 결과에서도 비만환자 그룹의 경우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던 반면 정상체중 환자 그룹에서는 3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에 참여한 두 환자군은 신체질량지수(BMI)를 제외하고는 유사한 특성을 보였다.

비만환자 그룹과 정상체중 환자 그룹의 평균 나이가 각각 56.2세와 58.3세로 같은 연령대이면서 남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90.4%, 84.5%)이 비슷했고, 흡연율을 포함해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 등 심근경색과 관련한 요인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비율도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연구에 참여한 비만환자 그룹의 평균 BMI는 27kg/㎡로 고도비만 환자(30kg/㎡)도 5명이 포함됐으며, 정상체중 환자의 평균 BMI는 22.6kg/㎡ 이였다.

이전 연구에서 비만한 환자가 심근경색 후에 오히려 사망률이 낮다는 보고가 있었는데 이에 대한 기전이 잘 밝혀져 있지 않았으며, 상반된 연구 결과도 있었기 때문에 의학계에서는 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어 왔다.

한주용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비만의 역설'에 대한 기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연구로 평가된다. 

한주용 교수는 "심근경색에서 비만의 역설이 성립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비만한 환자에서 심근색의 크기가 작다고 해도, 비만이 다른 심장질환의 발병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사실은 여전한 만큼 적당한 운동과 건강한 식생활습관을 통한 균형 잡힌 몸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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