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불량→예후불량' 알아도 속수무책..."인력확보 핵심, 기초영양관리료 수가화" 요구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기관 기초영양관리료 수가 도입' 정책 토론회.

벽장 속의 해골처럼 남 보이기 부끄러워 꽁꽁 감춰두었던 문제, 임상영양사들과 병원계가 입원환자 영양관리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용익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23일 국회에서 '의료기관 기초영양관리료 수가,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병원 임상영양사들이 주축이 된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국내 병원들의 입원환자 영양관리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의 해결을 위해 제도정비와 수가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각종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입원환자 가운데 28%~37% 가량이 영양불량 상태이거나 영양불량 위험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영양불량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상처회복이 더디고, 감염율과 합병증 발생 확률이 높아지며, 질병예후는 떨어진다. 일반환자에 비해 입원기간이 길어지고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관리부실은 사회적 비용 증가로도 이어진다.

특히 입원환자의 영양불량은 재원기간이 길어질 수록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불량 환자이거나, 영양불량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는데고 불구하고 이를 선별해 관리하는 시스템이 미흡하다보니 조기에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용익 의원은 "환자 질병 개선과 합병증 예방을 위해 모든 입원환자에게 기초영양관리를 수행해야 하나, 현행 우리나라 제도는 기초영양관리와 관련된 제도적 뒷받침이 미비, 영양사들이 적극적으로 영양관리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초영양관리 프로세스.

이의 중요성을 감안, 국내에서도 2010년부터 병원인증평가 때 영양초기평가 수행 및 기록, 영양불량 위험환자에 대한 영양관리 여부 등을 평가항목으로 포함시켰지만, 실제 영양불량 환자의 치료와 관리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2013년 실시된 정책평가에 따르면 상급병원의 97%, 종합병원의 65%, 요양병원의 9% 가량이 현재 입원환자 영양초기평가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 가운데 실제 환자 관리로 이어진 경우는 각각 8%, 9%, 19%에 그쳤다.

이송미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은 "영양불량 환자는 조기발견과 관리가 매우 중요하나, 인력이 수반되지 않다보니 현재의 시스템안에서는 영양불량 환자를 발굴해도 관리할 기전이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임상영양사들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관련제도의 개선과 더불어, 기초영양관리료 수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팀장은 "병원신임평가나 국내병원인증제도 시행시, 보다 실효성 있는 문항 개발로 궁긍적으로 의료 질 향상을 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더불어 선진 외국과 같이 의료기관이 임상영양사와 영양사를 적절히 고용해 영양불량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관련 수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민 성신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미국와 일본 등 외국의 사례들을 언급하며, 영양관리료 수가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JCAHO(의료기관신임합동위원단)는 모든 입원환자들에 대한 영양초기평가를 실시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영양불량 환자가 발견된 경우 진료비 상향을 전제로 의료기관들로 하여금 해당 환자에 대한 모니터링과 의무기록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후생노동성 또한 일정한 영양관리체계 기준을 갖춘 의료기관의 모든 입원환자에게 입원기본료로서 1일당 120엔의 영양관리 가산을 적용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일본의 경우 환자 영양관리 가산제도 실시 이후, 환자들의 재원일수가 획기적으로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사례. 환자 영양관리의 재원일수 감소 효과. 

병원계도 힘을 보탰다.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은 "입원환자에 대한 영양관리는 매우 중요하며, 그 중요성을 인정해 의료기관인증에서도 관련 항목을 포함해 평가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일본과 달리 별도의 금전적인 보상이 없음에도 환자의 치료를 위해 많은 의료기관에서 영양관리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환자의 건강증진을 위해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적정한 보상은 당연히 이뤄져야 할 상황"이라며 "환자에게 충분한 영양공급이 가능토록 적정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며, 이와 더불어 저평가 되어 있는 건강보험 식대 급여 또한 시급히 현실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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