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증학회 신근만 회장 과잉수술 지양 촉구

국내 척추수술 시행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100명 중 3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 대한통증학회 신근만 회장

대한통증학회 신근만 회장(강동성심병원 마취통증의학과)은 16일 '통증의 날' 캠페인 기자간담회에서 "일반적으로 디스크(추간판탈출증)의 70%가 재흡수되고 거대디스크의 경우 80~90%까지 재흡수가 일어나 자연적으로 소실된다"며 "척추수술을 받은 환자 100명 중 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는 3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추간판탈출증 환자는 자연적으로 치유되고, 신경손상 등으로 척추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는 3%에 불과하다는 것.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디스크의 재흡수 현상은 신 회장 개인의 주장이 아니라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확증된 사실이다. 

1945년 Key가 척수조영술을 이용해 탈출된 추간판의 자연흡수 사례를 최초 발견하고 보고한 바 있고, 1980년대 들어서는 CT와 MRI 등을 통해 이런 사실이 입증됐다. 주요 학술지 등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42명의 요추 디스크 환자 중 88%는 12개월 내에 50% 이상의 디스크 크기 감소를 보였고, 척수강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디스크를 가진 환자 15명 중 14명은 평균 1년(5~56개월) 후 극적인 감소를 보였다.

최근 대한통증학회가 거대디스크를 가지고 있으면서 운동신경의 손상이 없는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평균 9개월 동안 보존적 통증치료를 지속한 결과에서도 25명의 환자에서도 디스크의 크기가 평균 5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 회장은 "이런 명백한 데이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은 물론 척추질환을 전문으로 다루는 의사들에게조차 질환에 대한 이해와 확신 부족으로 무분별한 수술이 자행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날 대한통증학회가 제시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주요수술통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청구된 척추수술건수 98만건 중 조정된 건수는 12만9000건에 달해 13.2%의 조정률을 보였다. 척추수술 10건 중 최소 1건 이상은 과잉수술을 의심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보건복지부 지정 척추전문병원의 척추수술 조정률은 18.7%로 평균보다 높았고, 그 중에서는 전체 청구건수의 60% 이상이 조정된 병원도 있는 것으로 확인돼 정부가 지정한 병원에서 무리한 척추수술이 더 빈번하게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대한통증학회 심재항 홍보이사가 국내 환자에서의 디스크 크기 감소 사례를 소개했다.

대한통증학회 심재항 홍보이사(한양대구리병원 마취통증의학과)는 "서울 및 수도권 소재 12개 대학병원의 마취통증의학과를 찾은 환자 13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팔, 다리의 마비증세와 같은 실제 적응증에 따라 수술을 받은 환자는 약 18%에 불과하고, 절반 이상이 통증으로 인해 수술을 결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통증이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심 이사는 "척추수술을 고려할 수 있는 경우는 2~3개월간 비수술적 치료로도 통증관리가 전혀 되지 않거나 팔, 다리 등 신체기관에 마비가 발생하는 경우, 성기능장애 또는 배뇨장애가 발생하는 경우이고, 이외에는 대부분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며 "무조건적인 수술을 지양하고 비수술적 치료로 통증을 관리하면서 질환을 치료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통증학회는 이번 달부터 '통증의학, 100세 시대를 준비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통증질환에 대한 이해와 통증으로부터의 해방을 돕기 위해 전국 28개 병원에서 건강강좌를 진행하는 등 대국민 홍보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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