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선선해지는 바람 탓인지 아니면 저물어가는 한 해가 아쉬워서인지
음악을 들으며 책 한 권 읽는 여유를 누리고 싶어진다. 무대도 마찬가지다.
가을이면 많은 관객들이 연극을 찾는 탓에 한해의 기대작들은 으레 가을에 집중된다.
완연해지는 가을, 뮤지컬이나 콘서트도 좋지만 연극 한 편 감상하면 어떨까?
2014년 하반기 각기 다른 매력의 최고 기대작 세 편을 소개한다.

 

인간 존재에 대한 매력적이고 처절한 질문


프랑켄슈타인
10월 10일~11월 9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연극계 최고의 브랜드 연극열전과 최고의 연출 조광화 그리고 예술의전당이 선택한 작품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을 끄는 작품이 있다. 바로 연극 ‘프랑켄슈타인’이다. 2011년 영국 국립극장(National Theatre)과 영화 감독 대니 보일, 드라마 ‘셜록’의 인기 스타 베네딕트 컴버배치, 드라마 엘리멘트리의 조니 리 밀러의 만남으로 수많은 화제를 모으며 비평가협회상, 이브닝 스탠다드 어워드,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각종 부문을 휩쓴 이 작품은 올해 10월 첫 한국 초연 무대를 갖는다.

특히 이 작품은 ‘남자충동’ ‘미친키스’ ‘됴화만발’ 등에서 뛰어난 미장센과 에너지 넘치는 무대, 그로테스크한 동시에 환상적이라는 독특한 스타일로 본인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조광화가 연출을 맡고, 무대미술상을 휩쓸며 배우만큼이나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정승호 무대디자이너, 차별화된 특수분장을 선보여 온 채송화 분장디자이너, 작품 자체의 콘셉트를 부각시키는 이유선 의상디자이너가 최고의 무대를 선사할 것이다. 또한 뮤지컬 작품에서도 손에 꼽히는 음악감독 원미솔이 참여해 무대의 아름다움을 소리로도 채울 것으로 기대된다. 연일 극단과 관객의 호평 및 사랑을 받았던 ‘됴화만발’의 크리에이터들과 영국 최고의 원작이 만나 정통연극의 진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작품에 대한 기대는 최고의 캐스팅을 가능하게 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에 박해수, 피조물인 괴물에 이율이 캐스팅됐다. 원작 프랑켄슈타인을 좋아하고 철학적 사색에 깊은 감동까지 원한다면 꼭 놓치지 말고 관람하기를 권한다. 특히 극초반 10분의 긴장감과 충격은 어떤 연극에서도 보지 못할 경이로움을 제공할 것이다. 대학로 극장에 비해 비교적 쾌적한 극장 구조는 좋은 작품에 매력을 더한다. 다소 짧은 공연기간이 아쉽다.

△ 문의: 연극열전 02-766-6007


‘오싹’ ‘깔깔’ ‘반전’ 최고의 코미디 스릴러


데스트랩
9월 21일까지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연극이면 다소 무겁고 어렵다는 편견이 많다. 이런 편견을 깨고 연일 극장을 꽉 채우며 매진사례인 연극이 있다.

바로 데스트랩이다.

배우로 유명한 김수로가 공연 프로듀서로 입지를 다지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데 이 연극은 김수로 프로젝트 9탄이다. 1978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토니상 최우수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될 정도로 브로드웨이 최고의 코미디스릴러극이자 최장수 작품이다. 사실 스릴러에 코미디라는 장르가 이미 알려주듯이 이 작품은 계속되는 코미디와 스릴러로 보통 연극이 주는 지루함을 전혀 주지 않는다. 웃고 소리지르고 같이 추리를 하다 보면 어느새 커튼콜이다.

연극 데스트랩은 1978년 미국 코네티컷 웨스트포트의 한 저택을 배경으로 한때 유명한 극작가였던 시드니 브륄에게 그의 극작가 수업을 듣는 학생으로부터 '데스트랩'이라는 희곡이 도착하면서 희곡 '데스트랩'을 차지하기 위해 펼쳐지는 이야기를 코믹하고 스릴 넘치게 담아낸 작품이다.

작가가 짜놓은 추리게임은 다섯번이 넘는 대반전을 주고 살인에 살인을 거듭하는 작품의 구조는 숨쉴틈도 주지 않는다. 최고의 배우와 신예연출의 만남은 최고의 몰입을 선사한다. 특히 주인공 시드니 브륄역의 박호산, 김도현, 윤경호, 클리포드 앤더슨 역에 김재범, 윤소호, 전성우 등 대학로 연극계의 젊은 이야기꾼들이 2시간 남짓 쉴새 없이 웃음과 반전을 선사한다. 캐스팅 페어별 다른 재미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신선한 재미를 추구한다면 올 가을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다.

△ 문의: 아시아브릿지컨텐츠㈜ 02-548-0597


가슴 저린 아름다운 시간여행


프라이드
11월 2일까지
대학로 아트씨어터 2관


 

연극 ‘프라이드(The Pride)‘는 1958년과 2014년을 넘나들며, 각각의 시대를 살아가는 성(性)소수자들이 사회적 분위기와 억압, 갈등 속에서 사랑과 용기, 포용과 수용 그리고 자신을 지지해 주는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정체성과 자긍심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성(性)소수자라는 특정한 인물들을 그리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물었을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먹먹한 울림을 선사한다.

2008년 영국 내셔널 씨어터(National Theatre) 초연,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는 뛰어난 작품성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비평가협회, 존 위팅 어워드,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 등 공신력 있는 시상식을 휩쓸었던 흥행작이기도 하다.

남과 다른 삶은 인정되지 않던 시대 1958년, 그리고 어느 정도의 차이는 인정되는 2014년 현재. 각각의 시대를 살고 있는 '필립', '올리버', '실비아'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인 듯 보이지만 작품은 '목소리' '잠 못 드는 밤' '침묵' 등의 수 많은 은유와 암시를 통해 두 시대를 극도로 치밀하게 연결해 놓았다.

이러한 계획적인 복선들이 촘촘히 얽혀 하나로 이어지면서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역사를 만들고 마침내 자신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찾아간다. 시간여행을 따라가면서 인간적인 고뇌로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넘어서는 독특한 구조는 기존 어떤 작품에서도 느끼지 못한 감동을 선사한다. 원작의 아름다운 구조와 각각의 캐릭터에 너무나 부합하는 배우들이 주연을 맡고 같이 숨쉬고 고뇌하는 소극장 중에서도 비교적 작은 극장에서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 문의: 연극열전 02-766-6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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