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수·한정규 교수팀 세계 첫 규명 … 중간과정 없이 탈바꿈 가능

피부세포를 역분화줄기세포로 유도한 후 중간 과정 없이 바로 혈관내피세포로 탈바꿈시킬 수 있음이 우리나라 의학자에 의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허혈성 심혈관질환은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이나, 건강한 혈관을 되살리는 치료는 요원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 연구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는 피부세포로부터 바로 혈관내피세포 (iEC)를 만들어냄으로써, 혈관재생치료의 새로운 장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주인공은 선도형 세포치료 연구사업단의 김효수·한정규 교수팀(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그동안 건강한 혈관을 되살리는 방법으로 배아줄기세포나 유도만능줄기세포(역분화줄기세포)로부터 혈관내피세포를 분화시키는 연구가 진행돼 왔으나 윤리적 한계와 함께 종양발생가능성, 배양 중 이종(異種) 동물세포 오염 위험, 고난도의 배양 조건 등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김효수·한정규 교수팀은 실험용 생쥐의 피부에서 섬유모세포를 분리했다. 여기에 배아발생과정에서 혈관내피세포가 생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11개 유전자를 바이러스를 이용해 과발현 시켰다. 이어 11개 유전자가 과발현된 피부섬유모세포 중 일부에서 혈관내피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타이투 수용체(Tie2)가 발현함을 발견했고, 11개 유전자 중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Tie2 발현을 유도하는 5개 유전자 조합 (Foxo1, Er71, Klf2, Tal1, Lmo2)을 찾아냈다.

이들 5개 유전자가 과발현된 피부섬유모세포는 혈관내피세포와 유사한 형태로 모양이 탈바꿈되었고, 연구팀은 이를 유도혈관내피세포(iEC: induced Endothelial Cell) 라 명명했다.

유도혈관내피세포는 실제 혈관내피세포와 유사한 형태와 성상을 나타내었고, 배양접시 위에서 모세혈관을 형성했다. 또한 유전학적 (genetic) 및 후성유전학적 (epigenetic) 특징이, 기원이 되는 섬유모세포와 달리 실제 혈관내피세포와 유사했다.

연구팀은 다리 혈관을 묶어 제거한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섬유모세포를 주사한 그룹(대조군)과 유도혈관내피세포를 주사한 그룹(비교군)으로 나눠 새로운 혈관 형성과 혈류회복의 정도를 비교했다.

비교 결과 비교군에서 대조군에 비해 레이져도플러혈류이미징기기로 측정한 혈류회복이 2배 가까이 호전됐다. 이는 주입된 유도혈관내피세포가 새로운 모세혈관을 형성했기 때문임을 형광염색을 통한 현미경적 검사로 확인했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재생의학적 (regenerative medicine) 치료를 위해 배아줄기세포나 유도만능줄기세포(역분화줄기세포,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로부터 목표세포를 분화시키는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에는 윤리적, 기술적 한계가 있어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쉽게 얻을 수 있는 섬유모세포로부터 직접 목표세포를 이형분화시키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최근 신경세포, 간세포, 심장근육세포를 각각 섬유모세포로부터 직접 만들어낼 수 있음이 보고되어 이 분야에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와중에 피부섬유모세포를 직접 혈관내피세포로 탈바꿈시킬 수 있음을 국내 연구팀이 최초로 규명하는 연구 성과를 낸 것이다.

연구팀은 현재 인체유래 세포를 이용한 유도혈관내피세포 기술을 연구 중으로 궁극적으로 임상에 적용이 가능한 수준의 기술 개발을 계획 중이다.

김효수 교수는 "세포 분화의 과정이 비가역적이거나 일방적이지 않다는 최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지지하는 학술적 성과"라며 "이번 연구결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피부세포로부터 다량의 순수한 혈관세포를 바로 만들어냄으로써 혈관재생 치료법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 성과는 심혈관생물학 분야 최고의 권위지인 Circulation 지(誌) (인용지수 14.9)에 "Direct Conversion of Adult Skin Fibroblasts to Endothelial Cells by Defined Factors"라는 제목으로 학술지 사설(editorial)과 함께 게재(9월5일자)됐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선도형 특성화 연구사업의 일환인 선도형세포치료연구사업단의 지원과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도하는 바이오 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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