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히 따가웠던 모양이다. 국회의 지적에 대처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해명에 대한 얘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재원 의원은 지난 2일 '공공기관 도덕적 해이 심각...국민이 낸 보험료로 가족 사보험까지 지원'이라는 제목으로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냈다.

정부 산하기관들이 직원들에 대한 과도한 의료비 지원을 금지한 정부의 '방만경영 정상화계획 운용 지침'에도 불구하고, 직원은 물론 직원의 배우자의 민간보험료까지 대신 내주는 방만경영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 지적의 주요 내용이다.

김 의원은 특히 건보공단과 심사평가원의 경우 공적의료보험제도 운영을 담당하는 두 축으로, 앞에서는 건강보험제도의 우수성을 홍보하며서 뒤로는 정부 지침까지 무시하면서 직원들의 사보험료를 지원해주고 있어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공단은 즉각 설명자료를 내어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는데, 결과적으로 보자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됐다. 어설픈 해명으로 또 다른 논란만 부추기게 된 탓이다.

공단은 해명자료를 통해 "단체보험은 사망·질병 등의 위험으로부터 직원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생계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으로, 공무원과 공공기관·기업 등에서도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생활보장을 위해 일반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임직원의 수가 많고 평균연령이 높은 공단의 특수성을 고려해도 1인당 보험료와 보장수준은 타 공공기관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수준"이며 "공단은 공보험을 운영하는 보험자로서 실비보장 항목은 모두 제외하고, 최초진단 시 1회 보장되는 진단비만을 본인에 한정해 가입하는 등 단체보험 가입액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공단은 여기에 다른 정부산하기관인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한국전력거래소는 1인당 보험료가 각각 448만원, 341만원에 달하지만 건보공단이 지출한 금액은 1인당 195만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표까지 친절하게 첨부해 보냈다.

정말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애써 모르는 채 하는 것일까.

김 의원의 지적에 많은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한편으로 분노한 까닭은 자신이 낸 세금이 국민을 위한 일이 아니라, 공공기관 직원들의 복지혜택을 늘리는데 '엉뚱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때문이다.

우리 국민 가운데 '생계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망'이자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생활보장을 위해 일반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제도'라는 기업체 단체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공무원과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직원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권리일지 몰라도, 국민의 눈높이와는 맞지 않는 설명이다. 하물며 이 비용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했다는데, 그 누가 박수를 쳐줄 수 있겠는가.

다른 공공기관에 비하자면 보험료가 싼 편이라는 공단의 해명도 우습다. 여러 공공기관 가운데 건보공단에 유독 비난여론이 쏠린 이유는,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보험료 지원이 많았기 때문이 아니라 건보공단이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핵심 축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양승조 의원은 건보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2014년 현재 전국 151만 8000세대가 건강보험료를 6회 이상 납부하지 못해 건강보험진료를 제한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이 월 보험료 2만원 이하의 저소득층 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전국 75만 세대가 월 보험료 2만원을 내지 못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위기에 놓여있다는 얘기다.

공단에 묻고 싶다. 건강보험료에서 사보험료를 지원받는 것이 직원들의 안녕과 미래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 지켜내야 할 당연한 권리라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몸이 아플 때 걱정없이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그보다 우선되어 지켜져야 할 기본적인 권리이자 가치가 아니냐고.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국민들 모두의 건강권을 지키고, 건강보험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단에게 주어진 최우선의 역할이 아니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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