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12. 전주 청담내과의원 김현각 원장

- 잘나가던 대학 교수에서 동네 작은의원 원장으로...왜?
- 어려운 주변환경 속에서도 단골 환자들 '북적'..."꼼꼼한 진료 덕분"
- "내 환자 만나는 순간이, 하루하루가 소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


전주는 환자당 의료기관이 상당히 많은 지역 중 하나다.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 수는 0.7개로 서울, 대구와 비슷한 수준이며, 인근 지역보다 적게는 1.5배 많게는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전주 외곽에 자리잡은 청담내과의원에는 환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많은 날은 하루 동안 100명까지도 찾아오며, 다들 십여년 단골 환자들이다. 무슨 이유에서 이 작은 의원이 북적이는지 김현각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주 청담내과의원 김현각 원장은 "특별한 비법이나 기술은 없다"며 "무엇보다 마음이 편해야 병이 치료된다는 생각으로 환자를 위한 진료를 하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잘나가던 대학 교수에서 동네 작은의원 원장으로...왜?

 

김 원장은 근처 전북대병원에서 지난 2001년 전까지 내분비내과의사로 유명세를 떨쳤다.

"한 분야에 대한 수많은 환자를 보고, 이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고 보람찼어요. 하지만 내 환자들의 세세한 부분까지 케어해줄 수 없어 내과의사로서의 진정한 즐거움은 없었습니다."

어쩌면 교수로서의 지속적인 활동이 그의 명예와 위상을 높이는 데 더 직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었겠지만, 돌연 사표를 던지고 지난 2002년 전주 외곽에 작은 내과를 개원하게 됐다.

개원을 한 후에는 전북대병원 교수들과 공동으로 당뇨병 원인 기전을 규명하고, 궁극적인 치료물질을 발견하는 데 힘써왔다.

그는 "적은 수의 환자를 보더라도 주치의로서 내 환자의 건강을 오랫동안 유지시켜주고 싶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환자가 많이 와도 진료는 '환자가 원하는 만큼' 보는 것을 철칙으로 내세우며, 환자와의 관계가 길고 오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주변환경 속에서도 단골 환자들 '북적'..."꼼꼼한 진료 덕분"

그러면서 "3분진료는커녕 30분진료를 해도 더 봐주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매일 집에 오면서 어떤 부분을 더 신경쓸지 고민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고 했다.

이 같은 진료 방침은 '매일 아침이 새로운 출발'이라는 그의 좌우명과 닮아 있다. 환자를 가족같이 생각하면서, 환자를 만나는 하루하루, 또 순간순간을 뜻깊게 생각하기 때문에 오랜 진료에도 지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환자와의 '라뽀'는 저절로 생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환자 아들의 성적이 어떤지, 오늘 아침밥상에는 무슨 반찬이 올라왔는지, 남편 월급은 얼마인지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알고 있으면, 환자의 상태가 어떤 이유로 안 좋아졌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약뿐만 아니라 그 환자에게 필요한 생활, 식단, 운동 등의 처방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매일 새벽 아들과 함께 배드민턴 하며 건강관리

매일 수십에서 수백명에 달하는 환자를 보는 그는 어떻게 건강관리를 할까? 하루하루를 소중히 쓰는 만큼 매일 새벽 배드민턴이 그의 건강관리 비법이라고 자랑했다.

그는 "골프, 등산, 수영, 스키, 승마 등 다양한 운동을 하면서도, 매일 새벽 아들과 함께 하는 배드민턴은 빼먹지 않는다"며 "아침을 활력 있게 시작하면 그날 하루종일 컨디션이 좋다"고 말했다.

또 중년의 나이에도 군살 하나 없는 비결은 매일 아내가 싸주는 도시락 덕분이라고. 그는 "당뇨와 비만, 고혈압 등을 보는 내과 의사는 당연히 환자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며 "매일 운동을 하고 식단관리를 하는 것 역시 환자 진료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내 환자 만나는 순간이, 하루하루가 소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의 꿈은 매일 먹는 도시락처럼 소박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대형병원을 짓는다거나, 획기적인 당뇨치료제를 개발하는 등의 꿈은 접은 지 오래라고 했다.

그는 "지역주민들과 같이, 좋게, 그리고 오래 가고 싶어요. 그리고 환자와 저 모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네요"라며 밝게 웃는다.

걱정이 없을 것 같은 그에게도 각종 규제와 악법들은 늘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고. 다른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심평원의 무분별한 삭감, 원격의료나 영리자법인 허용 등 의원을 위협하는 각종 제도들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저처럼 환자가 많은 의원들도 버티기 힘들 지경인데, 다른 의사들은 얼마나 힘들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며 "의료제도와 정책이 시간이 갈수록 개선돼야 하는 데, 점점 악화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현재 최정상급의 기술에 치료받기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더 이상은 의사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정책으로 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용이 저렴하지만 대기시간이 긴 영국, 의료기술은 뛰어나지만 너무 비싼 미국, 그 사이에 한국이 있다"며 "이를 잘 조율하면서도, 의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제도와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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