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11. 서울내과 한경일 원장

요즘 병·의원들의 환자 모시기를 보면 치열하다 못해 살벌하기까지 하다. 특히 개원가에서는 지역에서 '최고'로 보이기 위해 치료효과를 보장하는 다양한 시술을 홍보하고, 수준 높은 진료 시스템을 구축하는가 하면 고객의 눈을 끄는 획기적인 문구를 이용한 광고들로 환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러나 서울내과는 다르다. 소위 현대인들에게 필수라고 주목받고 있는 각종 비타민, 영양, 태반 주사 등을 접종한다 는 문구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순환기·소화기·영상의학과 전문 진료 한번에

한경일 원장은 "일반 내과뿐만 아니라 소화기·내분비·호흡기 등을 포함한 내과 고유 영역을 전문적으로 다루겠다는 취지로 조금 차별화를 두고 싶었다"고 한다. 이런 차별화가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고 환자의 치료 혜택 면에서도 큰 만족감으로 이어진다는 소신이 있기 때문.

실제 서울내과는 순환기·소화기 등 전문영역은 물론, 진단 과목에 영상의학과도 함께 포함시켜 환자가 한층 더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개원가에서는 의사가 초음파를 비롯해 엑스레이 등 모든 진료를 총괄하지만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있다면, 진단의 정확도가 올라갑니다."

병원의 재정적인 부분을 생각한다면 조금은 손해본다는 느낌도 받을 터. 그러나 그는 "의원의 경영면에서 볼 때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니 어느 정도 부담은 있지만, 의료 질이 높아지는 등 장점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서울내과는 정확한 검사와 신속한 진료를 위해 병원전산시스템을 일찍이 갖췄다. 특히 의원인 점을 감안하면, 운용하기 힘든 PACS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PACS는 엑스레이, 내시경, 심전도, 초음파, 기타 영상 등을 초고속으로 검색하고 고화질을 지원하며 효율적 진료환경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이다.

"검사과정은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가기 위한 기본단계인 만큼, 검사장비의 질적 측면 즉, 정확성과 재현성이 환자의 상태에 대한 진단을 내리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요즘은 성능이 좋은 기기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어 이를 잘 갖추는 것도 진료질을 결정하는 하나의 중요 요소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 원장의 이 같은 투자와 노력은 자신을 믿고 찾아와주는 환자들의 신뢰와 믿음으로 이어졌다. 일반 환자는 물론 주변 의사들의 가족들도 소문을 듣고 찾아오고 관계도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2006년 한 언론에서 서울시에 소재한 대학종합병원을 제외한 전문병원과 중소병의원을 조사한 결과 내과분야에선 서울내과가 최고의원으로 꼽히기도 했다. 

"환자에게 애정을 갖고 늘 공부라하"

환자의 신뢰도를 쌓기 위해서는 의원의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의사 본인의 진료 철학과 끊임없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이에 특별한 진료철학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를 눈치챘을까. 한 원장은 노벨생리의학상 메달 뒷면 모습을 보여줬다. 메달 뒷면에는 무릎 위에 책을 올려놓고 앉아있는 의학의 여신이 목마르고 아픈 소녀를 한팔로 부축한 채 바위 틈새로 흐르는 물을 받고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그림은 환자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학문에 대한 열정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 두 가지야말로 의료인이 잊어서는 안 되는 기본적인 덕목이라고 생각해요."

환자를 향한 관심과 사랑, 끊임없는 학문 연구를 강조한 한 원장은 "진정한 내과의사의 역할은 10~20년 후에 올 수 있는 질환의 위험도까지 줄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현재 치료도 물론 중요하지만 앞으론 예방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예방은 위험인자를 찾아 미리 교정해 질환이 발병하지 않도록 막아주고, 증상이 없거나 경미할 때 이뤄지는 조기 진단법도 발달하면서 그 필요성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옛 속담처럼 초진의 중요성을 거듭 당부했다. "초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질병관련 단서를 놓치면 이후 진단과정에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초기에 좀 더 깊이 있게 환자의 핵심 문제점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출발이 좋으면 다음 치료과정으로 잘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초진시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이다.

한 원장은 "의사는 환자의 삶과 생명을 다루고 책임을 갖고 판단하며 도와주어야야 하는 어려운 직업을 수행하기에 그만큼의 보상도 당연히 따라야한다"면서도 개원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민간의료를 국가가 통제하는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큰 돈을 버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경제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존심과 보람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환자가 잘 치료받고 병을 회복한 후 전하는 감사의 말 한마디가 가장 큰 힘이 됩니다. 한국 의료계 현실은 점점 더 열악해질지도 모릅니다. 환자를 돌봐주고 희망을 주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게 한다는 소박하지만 기본적 생각이 이러한 열악한 의료환경을 버텨낼 수 있습니다."

한경일 원장의 철학은?

 

"사람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든지 노력해 최선을 다한 뒤에 하늘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진인사대천명'을 항상 가슴속에 새겨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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