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ok AHEAD 연구의 임상적용 방향 조명

연구는 근거다. 의사들은 항상 새로운 연구를 기다리고 그 결과를 토대로 근거를 쌓아간다. 특히 기존에 입증된 연구 또는 알고 있는 지식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나올 경우 스스로의 판단을 더욱 확신한다.

그러나 때때로 예상 밖의 결과는 판단을 혼란스럽게 하기도 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나온 Look AHEAD 연구다. 운동은 누구에게서나 심혈관질환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Look AHEAD 연구에서는 이러한 평범한 가설을 입증하지 못했다.

이 연구가 나오면서 전 세계 당뇨병 의사들은 순간 이른바 '멘붕현상'을 경험했을 것이다. 특히 Look AHEAD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처럼 좀 더 멀리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 의사들은 오히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혼란을 준 것에 대한 배신감도 컸을 것이다.

파장을 고려한 듯 대한당뇨병학회도 ADA가 끝나자마자 개최된 춘계학술대회에서 Look AHEAD 연구를 주요 세션으로 다루기도 했다. 전 세계 전문가들을 주목시킨 Look AHEAD 연구는 어떤 내용이고 앞으로 이 연구를 실제 임상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살펴봤다.

DPP 연구, 당뇨병 전단계 운동 효과 확인

Look AHEAD 연구는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이 운동을 포함한 적극적 생활습관 개선을 달성했을 때 심혈관 사건 및 사망률을 줄일 수 있는지를 살펴본 연구다. 이 연구가 시행된 배경은 DPP(Diabetes Prevention Program) 연구 결과가 도화선이 됐다.

2002 NEJM에 발표된 DPP 연구는 혈당치는 조금 높지만 당뇨병은 아닌, 이른바 당뇨전단계(IGT) 환자들을 대상으로 식사조절과 운동요법으로 체중감량을 했을 때 당뇨병 진행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는지를 본 연구이다. 이 연구를 위해 미국내 27개 기관에서 3234명의 당뇨전단계 환자를 모집했다. 모집 당시 환자들의 공복혈당(FPG) 95~125mg/dL였고, 식후 2시간 혈당(2h PPG) 140~199mg/dL였다. 체질량지수(BMI) 24kg/(아시아인은 22kg/) 이상이었다.

이들을 위약군, 메트포르민군, 적극적 생활습관 개선군 등 모두 세 군으로 나눴다. 적극적 생활습관 개선군의 경우 1일 칼로리 섭취를 1400~1800kcal로 조절, 주당 150분 이상의 강도 높은 운동 등을 통해 베이스라인 대비 체중 7% 감량을 목표로 정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4년 후 적극적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위약군 또는 메트포르민군보다 강력한 당뇨병 예방 효과를 보여준 것이다. 위약군의 경우 연간 당뇨병 발생률은 11%인 반면에 적극적 생활습관 개선군은 무려 4.8%로 두 배 이상 낮췄다.

당뇨병 발병 예방 차원에서 메트포르민을 복용한 군에서는 7.8%였다. 결과적으로 적극적 생활습관 개선군은 당뇨병으로 진행을 위약군 대비 51% 감소시켰고, 메트포르민군에서는 31% 감소시켰다. 당시 연구팀은 논평을 통해 "생활습관 개선으로 당뇨병 발생을 줄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는 이전에 나온 중국과 핀란드에서의 결과를 뒷받침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적극적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근거가 잇따르자 연구진들은 새로운 기대감을 갖기 시작했다. 즉 당뇨전단계 환자들뿐만 아니라 제2형 당뇨병 환자들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그래서 시작된 것이 Look AHEAD 연구이다.

제2형당뇨병 환자 대상 Look AHEAD 연구에서는 달라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Look AHEAD 연구는 DPP 연구보다 더 대규모로 이뤄졌다. 2001 8월부터 2004 4월까지 미국내 16개 병원에서 5145명을 모집해 최종 9.5년간 관찰했다. 이들을 적극적 생활습관 개선군(이하 ILI : Intensive Lifestyle Intervention)과 단순한 교육만 지원하는 대조군(이하 DSE : Diabetes Support and Education)으로 나눠 심혈관 예방효과를 비교했다. 1차 종료점으로 심혈관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 또는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심혈관 발생률을 본 것이다.

이 연구에서 ILI군의 목표는 DPP 연구와 같이 베이스라인 대비 체중을 7% 이상 감량하는 것으로 정했는데, 하루 칼로리 섭취를 1200~1800kcal로 제한했고,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주당 175분 이상 하도록 했다. 반면에 DSE군은 단순히 이론적 교육만 실시했다. 4년까지는 1년에 3~4번의 식이요법, 운동에 관한 교육을 진행했고, 이후부터는 1년에 한 번씩 진행했다.

모집 당시 환자들의 나이는 45~75(평균 58) 63%가 백인이었으며, 평균 당뇨병 유병기간은 5년이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경구용 혈당약을 복용하고 있었으며, 전체 환자 중 인슐린 사용 비율은 16% 정도 됐다. 평균 BMI와 체중은 각각 36kg/㎡과 101kg이었다. 수축기/이완기 혈압은 129/70mmHg으로 혈압은 정상이었다. 최종 9.5년까지 관찰한 결과 심혈관 사건의 발생은 차이가 없었다. 1차 종료점에서 관찰한 심혈관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 또는 협심증에 의한 입원 발생률은 ILI군에서 1.83(100환자-년당)이었고, DSE군은 1.92건으로 두 군 간 통계적 차이는 발생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등 심혈관 질환의 모든 위험인자를 포함한 2차 종료점에서도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울러 사망, 심근경색, 협심증에 의한 입원, 뇌졸중, 심부전, 관상동맥우회로이식술, 경동맥내막절제술 등 각각의 발생률도 차이가 없었다.

연구 실패 왜?

이 같은 결과가 나오자 많은 연구자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일부는 당뇨병 환자에서 운동요법의 필요성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에 의구심을 품으며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특히 당화혈색소(A1C), 체중 감소, 허리둘레 감소, 운동량 증가, 수축기혈압 감소, LDL-C 감소 등에서 유의한 변화가 나타났지만, 최종적으로 심혈관 위험성을 줄이지 못한 것에 주목하고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주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NEJM 논평에서 "여러 가지 이유가 나오고 있지만 두 대상군 환자들의 체중 감소 차이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결과적으로 심혈관 예방효과 차이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면서 "체중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바이오마커를 개선시키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평가했다

                                                                                                                  

"식사조절·운동은 분명 필요
- Look AHEAD 연구 특수성 감안해 적용해야
- 강도 높은 운동보다 적절한 치료·운동 병행

- 부산백병원 박정현 교수

▲ 부산백병원 박정현 교수·사진 고민수 기자

Look AHEAD 연구의 예상치 못한 결과로 많은 전문가들이 앞으로 당뇨병 환자에게 운동을 권할 필요가 없다는 단순한 결론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인제의대 박정현 교수(부산백병원 내분비대사내과)는 그런 의미는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연구 결과와 달리 여전히 당뇨병 환자에서 식사조절과 운동요법은 필요하다는 것. 즉 연구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는 임상에서의 적용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가 시사하는 것처럼 강도 높은 운동은 의미가 없으며 대신 적절한 치료와 환자들이 할 수 있는 정도의 운동으로 대신하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교수를 만나  Look AHEAD 연구가 갖는 의미와 임상에서의 적용문제를 물어봤다.

- Look AHEAD의 연구 실시 배경은 무엇인가?

두 가지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식사를 감량하고, 중등도 이상의 운동을 해서 체중을 감량하면 당뇨환자의 심혈관 질환을 충분히 감소시킬 수 있을 거라는 실험적 연구는 굉장히 많다. 때문에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체중 감량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소규모 또는 상식적 생각이 대규모 다학적 연구에서 증명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이를 증명하기 위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역사적 관점에서 설명해보자면 Look AHEAD 연구 이전에 DPP 연구가 있었다. 이는 당뇨병이 아닌 사람들, 혈당치가 높은 전단계환자들을 대상으로 식사감량과  운동으로 체중감량을 했을 때 당뇨병 진행정도를 억제할 수 있을지를 본 것인데 드라마틱하게도 식사조절과 운동 개입이 당뇨병 발병을 예방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DPP 연구는 제약회사 연구가 아니라 미국국립보건원(NIH)  펀드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앞서 유사한 조건으로 진행된 중국의 Da Qing 연구와는 다르다. 아무튼 이 결과가 나온 후 실제 당뇨병 환자에게 적용했을 때에도 심혈관 사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고 이러한 연구자들의 의도를 미국 정부가 받아들여 Look AHEAD 또한 NIH 펀드로 진행된 것이다.

- 어떤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고 또  적극적 생활습관군과 일반대조군의 정확한 기준은 무엇으로 평가했나?

기억해야 할 것은 임상에서 모집된 5000여 명이 일반 진료실에서 볼 수 있는 당뇨병 환자와 특성이 다르다는 점이다. 일차적으로 다 비만이지만 연구 전 모든 환자들에게 운동능력을 테스트했더니 거의 정상인에 버금가는 운동능력을 갖고 있었다. 즉 체중감량에 대한 의지가 있는, 이른바 동기부여가 잘 된 환자들이다.

적극적 생활습관 개선군은 식사량을 1 1400~1800kcal로 줄여야 했고 일주일에 3번 이상 땀을 뻘뻘 흘릴 정도의 강도 높은 운동을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환자였다. 이를 통해 체중을 7% 이상 줄이도록 했다. 대조군은 Diabetes Simple Education이라는 최소한의 교육만을 실시했다. 이미 DPP 연구에서 입증된 것처럼 식사조절과 운동요법만으로 이득이 있었고 때문에 대조군이라도 가만히 놔두는 것은 윤리적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4년 동안 연 4회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에 대해 상세하게 교육을 해주고 이후에는 1년에 한 번으로 줄였다.

- 결과적으로 심혈관 위험을 낮추지 못했는데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감소한 체중을 장기간 유지하지 못한 것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히고 있다. 1년째 적극적 생활습관 개선군에서의 체중은 7% 가까이 감량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요요현상이 나타났고 게다가 대조군에서도 시간이 갈수록 체중을 줄여 결과적으로 9년째 대조군과 체중 차이는 2.5%밖에 나지 않았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연구자들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는 연구에 참여한 전체 환자들을 평가했을 때 동일한 연령의 다른 환자군과 비교해 심혈관 발생 가능성이 낮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아무래도 연구가 수준이 높은 대학병원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잘 관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다 보니 차이가 있다고 해도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세 번째는 이중맹검, 즉 연구가 블라인딩 방식이 아니라서 환자들이 자신이 어느 군에 있는지 알 수 있었는데 이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대조군에 속한 환자들이 운동을 한다고 해도 말릴 수 없는 구조였는데 이러한 방식이 결과의 차이를 줄어들게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앞서 나온 연구 중 베리아트릭 연구가 있다. 비만인 환자를 대상으로 위를 잘라 체중의 20%를 감량했더니 10년 후 심혈관 발생이 유의하게 줄어든 결과를 가져왔던 것을 보면 Look AHEAD 연구에서 심혈관 질환 발생률과 사망률의 차이를 보기 위한 체중감량이 너무 적었다고 볼 수 있다.

- 심혈관 위험성은 낮추지 못했지만 부가적인 혜택이 많았다. 어떤 부분인가?

심혈관 발생과 사망률의 차이는 나지 않았지만 다른 변수들에서는 유의한 개선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의 양이 단순히 교육만 실시한 대조군보다 더 적었다. 인슐린을 맞는 환자 비율도 유의하게 줄었고, 약물을 더 이상  먹지 않아도 되는 임상적 관해 비율도 적극적 생활습관 개선군에서 더 높았다. 그 외 운동능력, 퇴행성 관절염, 수면무호흡증도 대조군 대비 좋아졌다. 특히 여성의 경우 성기능 개선의 효과도 관찰됐다.

- 적극적 생활습관 개선군의 조건을 임상현장에서 주문하는 것이 가능한가?

연구 참여자들과 같은 운동능력도 뛰어나고 동기부여가 된 사람들은 일반 진료실에서 접하기 힘들다. 동기부여가 덜 된 환자, 즉 운동요법에 대한 의지가 떨어지는 환자에게 Look AHEAD 연구에서 적용한 생활습관 개선을 주문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적극적 생활습관 개선군의 경우 말이 쉽지 일주일에 세 번 중강도 운동을 170분 이상 했는데 이는 사실상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자발적으로 했을 경우 운동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것이지 당하는 사람에게는 얼차려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심혈관 위험의 차이도 없는데 삶의 질만 떨어지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 Look AHEAD 연구를 임상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나?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결과는 단순하기 때문에 누구나 알 수 있는데 임상에 적용하는 문제는 복잡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포인트가 몇 개 있다. 심혈관 질환과 사망률의 차이는 비록 없었지만 적극적 생활습관 개선군과 단순한 생활습관 개선군간 체중감량은 전반적인 관리에 큰 해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만으로도 큰 소득이다.

임상에서 나온 결과만 보고 운동이 별소용 없다고 하는 것은 1차원적 해석이다. 따라서 차이가 없었다는 것에 주목할 게 아니라 간단히 교육만 해준 군이 비슷한 나이대의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일반환자보다 사망률이 낮았다는 것에 주목을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런 환자들이 대부분인데 강력한 체중조절을 하지 않아도 최선의 의학적 치료를 받고 적당한 식사조절과 운동을 하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연구가 실패했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 연구가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좀 더 효율적으로 장시간 교육할 수 있는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아무리 해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 연구가 성공적으로 나왔다면?

체중을 7% 이상 감량시켜야 하는 것이 골든룰(golden rule)이 될 것이다. 가이드라인이 바뀌는 것은 물론 내용상 체중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될 것 같다. 특히 대사조절뿐만 아니라 관절염 예방, 수면무호흡증 예방 등 한두 개 약으로 치료할 수 없는  다양한 이득을 준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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