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고려의대 감염내과 교수)

▲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지금 전 세계 매스컴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보도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960명을 훌쩍 넘어섰고, 환자 수도 1700여명 이상 집계됐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인 통계일 뿐 미처 파악하지 못한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거라는 추측도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 유입 가능성마저 의심되고 있어 내국민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아직까진 에볼라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가능성은 없다고 하지만, 검역체계에 구멍이 뚫린다면 우리도 안심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시끄럽다. 에볼라 출혈열은 정확히 어떤 질병이고, 메르스와 비교해 차이점은 무엇인가?

에볼라는 필로바이러스(filoviridae)에 속하고, 메르스는 코로나바이러스(Corona)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와 친척격인 셈이다. 메르스는 호흡곤란을 일으켜 폐렴 및 급성 신부전증을 동반한다. 반대로 에볼라는 호흡기 전파가 아닌 혈액이나 체액의 접촉으로 감염되는데, 환자로부터 나오는 액체, 소변·대변 모두 감염원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과도한 출혈이 일어나고 중추 신경계가 마비될 뿐만 아니라, 혈소판과 백혈구 수치도 떨어져 결국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하게 된다. 메르스 치사율이 63%라면 에볼라는 50~90%로 치사율만 보더라도 에볼라가 훨씬 치명적이다.

△에볼라가 전파력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늘어나는 사망자 수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전파속도가 올해 유난히 더 빠른거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그 나라의 방역과 공공의료 시스템의 수준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빨리 진단한 뒤 격리치료를 시작해 2차 감염자가 안 생기도록 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이러한 의료체계가 너무나 허술한 상태다.

서부 아프리카의 독특한 장례문화도 빠른 전파력에 한몫했다. 대개 마을에서 에볼라 환자가 사망하면 고인에 대한 예의를 표현하기 위해 보호 장비 없이 고인을 직접 목욕시키곤 한다. 즉 바이러스가 우글거리는 몸과 직접 접촉하니 쉽게 감염되는 것이다. 또 전문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을의 주술사를 통해 치료를 받는 경우도 많다.

아프리카 국민의 의료진에 대한 불신감이 증가하는 것도 문제다. 외부에서 오는 의사들이 병을 오히려 퍼트리거나 자기들을 실험대상으로 삼을 것이라는 루머가 퍼지면서 병원을 기피하는 현상이 커졌기 때문에 이 같은 장례문화에 따른 치료로 집계되지 않은 사망자 수 역시 훨씬 많을 것이다.

△악조건 속에서 의료진마저도 목숨 걸고 치료에 임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렇다. 현재 미국 에모리 대학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선교단체 '사마리아인의 지갑(Samaritan's Purse)' 소속 브랜틀리와 선교사역(SIM USA) 소속 간호사 낸시 라이트볼도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환자를 돌보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는가? 정말 의사 스스로의 사명감이 없다면 선뜻 나서기 힘든 최악의 상황이다.

치료 백신도 없을 뿐더러, 예상치 못한 나라인 사우디에서도 바이러스 감염 의심환자가 속출하면서 사망자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국가 방역체·훌륭한 의료진을 포함한 시스템이 아무리 선진화 수준이라 해도 가장 기본인 검역, 즉 감시체계에서부터 구멍이 뚫린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 검역에서부터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

△치료약제가 현재 개발 중이지 상용된 것은 없는 걸로 안다. 현재 미국서 감염 의료진에게 사용된 약제는 정확히 어떠한 성분으로 만들어졌는가?

임상 시험을 거치지 않은 실험용 치료제 '지맵'(ZMapp)을 투여받았다. 하지만 이들이 지맵만 투여받은 것은 아니다. 에볼라로부터 완전히 회복된 환자로부터 수혈을 받는 등의 보조요법도 병용 시행됐다. 그러므로 지맵을 이용한 단독요법만으로 호전됐는지, 아니면 수액 의 보조치료를 병용해 생존율을 높였는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지맵은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 시스템을 형성하도록 돕는 단일클론항체를 혼합해 만든 일종의 칵테일 치료제다.

보통은 1·2·3 상을 거쳐 식약처로부터 그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 받아야 하는데, 대체 10~15년이 걸리고 비용도 1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번 의료진 감염 사태와 같은 매우 특수한 상황에서는 FDA의 '동정적 사용(compassionate use)'이라는 규정하에 사용을 허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지맵을 직접 공수해 이들이 투여받은 것이다. 하지만 두 명에서 효과가 나타났다고 해서 효능 및 안전성이 입증됐다고는 할 수 없어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시험을 필히 거쳐야 한다.

△에볼라가 국내유입 가능성은 희박하다곤 하지만, 만약 국내에서도 감염 환자가 발생한다고 가정한다면, 어떠한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가?

 

국내서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단 '현시점'에서만 그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추후 사우디처럼 국내에도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이 분명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내 환자 발생 및 유입상황에 대비해 국가가 입원치료병원을 지정해 전국의 병상 540여개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비책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한 람이 모든 것을 도맡아 할 수는 없다.

공항, 지역사회, 보건소, 질병관리본부, 격리병상, 의료진 등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증상이 시작된 환자를 제대로 파악하고 진단해 철저하게 격리시켜 2차 감염을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 것이다. 이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유입 케이스는 분명 있을 수 있다.

△현재 국가재난 수준의 예를 들어 에볼라와 같은 급속 감염병 치료에 대한 대응 방안은 어느 수준이며, 감염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따로 있나?

감염병도 중환자 수준의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보기 때문에,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중환자 치료 수준은 매우 높다. 의료 수준이 높을 뿐더러, 2009년부터 방역시스템도 좋아졌다. 하지만 감염 치료에 있어서 일반적인 보조요법이나 치료 백신이 없고, 에볼라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를 막는 특화된 방역 시스템 역시 부족해 확충이 꼭 필요하다.

가이드라인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관련한 일반적인 감염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있다. 하지만 에볼라 등에 특화된 가이드라인은 제정되지 않아 하루 빨리 만들어야 한다.

△백신 개발 등에 있어서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국가적 지원에서의 한계와 보완할 점이 있다면?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몇년에 한 건 있을까 말까한 바이러스가 현재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감염병에 대해서는 질병관리본부가 유일한 대책반으로 주로 국내서 발생하는 질환에만 주안점을 뒀다면 이제는 에볼라와 메르스 등에 대응하는 체계가 재개편되면서 글로벌한 조직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질병관리본부가 백신 개발과 실험실 확충 등을 위한 예산을 전적으로 관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오히려 삭감하고 있는 실정에 어떻게 더 좋은 백신이 나오고 발빠른 대응을 할 수 있겠나? 과거 신종인플루엔자가 발생했을 도 국가적 재난 심각 단계까지 갔지만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국가가 대대적인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 은 상황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질병관리본부를 포함한 각 기관이 충분한 의견교환을 통해 연구개발을 위한 특별법을 재정하는 등의 효율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바이러스에 대해 국가와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우선적인 대비법은 무엇인가?

감염병 재난은 개인이 예방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단지 위험지역 여행을 자제하고 손 잘 씻기가 최선이다. 에볼라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는 국가적 재난병으로 자기의사와 무관하게 발병하기 때문에 국가적 책무가 매우 강하다. 4대 중증 질환처럼 감염병도 충분한 보장이 절실하다.

또 백신을 꼭 수익성만을 따져 개발, 생산한는 것은 아니다. 지맵도 수익성이 아닌 예기치 못한 상황에 유용하게 쓰자는 취지로 국방부에서 지원해주고 개발하니 지금 같은 심각한 상황에 유용하게 쓰이지 않았는가? 에볼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전 세계와의 교역을 통해 부작용을 줄이고 안전성은 그만큼 높인 백신 개발에 투자를 해야 한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