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NC7`과 `ESC2003` 비교

다른 위험인자도 살펴보고 진단을

올해 발표된 미국과 유럽측의 고혈압지침이 분류와 치료법 측면에서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
다. 특히, JNC 7의 경우 `고혈압전단계`라는 새로운 개념을 사용함에 따라 이를 둘러싼 해석
이 분분하다. 자매지 메디칼트리뷴 아시아판은 싱가포르국립심장연구소의 알프레드 챙 박사<
사진>로부터 이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
고혈압에 대한 정의는 지난 수년간 많은 변화를 거듭해 왔다. 1992년 싱가포르에서 실시된
국민건강 설문조사에서는 160/90㎜Hg 이상의 혈압을 고혈압으로 정의한 바 있다. 하지만, 5
년후 세계보건기구(WHO)는 그 한계선을 다시 140/90㎜Hg로 낮춰 조정했다.
 
고혈압 환자의 치료는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가? 단지 혈압수치에만 집중해야 하는가? 아
니면, 혈압을 넘어 환자 자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올해초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 있었던 때, 세상의 또 다른 곳에서 소리없는 전쟁이 벌어졌
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전쟁이었으며, 그 불씨는 고혈압치료지침에 관한 논쟁이었다.

대서양을 사이에 둔 양측의 서로 다른 지침이 거의 같은 시기에 발표됐다. 지난 5월 미국서 발
표된 고혈압의 예방·진단·평가 및 치료를 위한 미국합동위원회 제7차 보고서(7th Report of
the Joint National Committee on Prevention, Detection, Evaluation and
Treatment of High Blood Pressure, JNC 7)와 6월 유럽서 공표된 유럽고혈압학회·유럽
심장학회 고혈압 관리지침(2003 European Society of Hypertention-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Guidelines for the Management of Arterial Hypertention,
ESC 2003)이 그것이다.
 
JNC 7과 ESC 2003 지침은 고혈압의 분류와 치료에 있어 서로 다른 권고안을 내놓았다.
 
◆ESC 2003은 혈압단계를 정상(120~129/80~84㎜Hg)·높은정상(130~139/85~89㎜
Hg)·고혈압 1단계(140~159/90~99㎜Hg)·고혈압 2단계(160~179/100~109)·고혈압 3
단계(〉180/110㎜Hg)로 분류했다.
 
고혈압 위험률은 혈압수치에만 의존해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 ESC 2003의 특징이다. ▲연령·
흡연·고지혈증·관상동맥질환 가족력·복부비만·C반응성단백질 등의 심혈관질환 위험인자 ▲당
뇨병 ▲표적기관 손상 ▲뇌혈관질환·신장질환·말초혈관질환·진행성 망막병증의 관련 임상질환
등 여러 요인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이에 따라, 아무런 위험인자가 없는 상태에서 120~129/80~84㎜Hg의 정상혈압을 유지하
는 환자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없을 수도 있다. 반면, 정상혈압 범위내에서 3가지 또는 그 이상
의 위험인자를 갖는 경우는 중등도의 위험도에 직면할 수 있으며 정상혈압에 관련 임상질환
을 가진 사람들은 위험률이 높다고 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다수의 위험인자를 가진 젊은 연령대 환자는 노령층에 비해 더 적극적인 혈압치
료를 받아야 한다. 40대 고혈압 환자의 경우, 노령층에 비해 표적기관 손상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JNC 7은 유럽지침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고혈압 정의 및 관리지침을 제공한다. 미국 영화
배우 톰 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범죄예방의 개념으로 `범죄 전단계(pre-
crime)`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경찰은 범죄를 저지르려 하는(하지만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
은) 단계에서부터 체포를 시작한다.
 
JNC 7 또한 비슷한 개념의 `고혈압 전단계(pre-hypertention)`라는 용어를 새로이 제시했는
데, 이것이 양측간 논란의 불씨가 됐다. 유럽지침의 정상 및 높은정상 혈압단계가 미국지침에
서는 `고혈압 전단계`로 분류된 것이다. JNC 7의 고혈압 1단계는 140~159/90~99㎜Hg, 2
단계는 160/100㎜Hg 이상으로 분류돼 있다.
 
혈압수치와 동반되는 위험인자를 통해 고혈압 위험도를 진단하는 유럽지침과 달리, 미국지침
은 환자의 혈압수치 만을 근거로 위험도 및 치료방법을 결정한다.
 
유럽지침에 따르면, 고혈압 치료는 환자의 심혈관위험인자 프로필(양상)에 근거해야 한다. 정
상혈압에 위험인자가 없는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률이 낮기 때문에 약물치료가 필요치 않게 된
다. 이들에게는 정기적 검진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예방차원의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혈압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본격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혈압과 위험인자 파
악을 통해 고위험군 환자로 분류됐다면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즉시 약물치료가 시작돼야 한
다.
 
유럽지침은 이 경우에 저용량 단일요법이나 병용요법으로 시작할 것을 권고한다. 저용량 병용
요법의 경우 부작용 발생률을 감소시켜 주는 것이 장점이다. 두약물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병용요법의 이점이다. 처음 용량으로 충분한 혈압강하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
에는 처방용량을 늘리거나 다른 약물을 첨가해야 한다. 유럽지침은 또 의사들이 담당환자에
게 필요한 1차선택제 약물을 직접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JNC 7은 1차적 선택제로 thiazide계 이뇨제를 권고한다.
 
미국지침은 또 대부분의 고혈압환자 치료에 두가지 이상의 약물요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
조, 2차선택제로 ACE억제제·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칼슘길항제·베타차단제 등을 권
고하고 있다.
 
JNC 7과 ESC 2003은 여러가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특정약물치료에 좋은 순응도
를 보일 경우, 약물을 바꿔서는 안된다는 점에서는 같은 의견을 주장하고 있다.
 
의사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치료대상이 환자이지 특정수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동반이환
을 보이는 고혈압환자는 다른 위험인자가 없는 경우보다 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대부
분 환자들이 아무런 위험을 느끼지 못하고 생활하다가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또는 신부전 등
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같은 위험을 느낄때면 이미 장기들이 돌이킬 수 없는 손
상을 입은 경우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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