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대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

 

내성 B형간염 관련 연구의 종결판
임 교수는 먼저 The Liver Week 2014에서 발표된 국내 다제내성 오픈라벨 연구가 B형간염 내성에 대한 연구의 종결판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제내성 환자와 엔테카비르 내성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치료전략인 엔테카비르 + 테노포비르 병용전략의 효과를 평가했기 때문이다. 또 환자군에 바이러스 반응 불충분(부분반응)인 이들을 배제한 것도 이를 위한 안배다.

임 교수는 “부분반응 환자들을 평가할 경우 이후의 내성 및 난치성 환자들에서의 치료전략 평가에 대한 과제가 남게 되고, 치료전략 역시 테노포비르와 다른 약물을 병용하게 되면 엔테카비르 병용이라는 경우의 수를 평가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명확한 치료효과의 평가를 위해 환자군은 아데포비르 내성군과 엔테카비르 내성군으로 구분했다. 아데포비르의 경우 연구실 실험결과 테노포비르와 교차내성의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임 교수는 “장기간 연구에서 추가내성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없었기 때문에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 안전성은 담보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상 환자의 수도 부족함이 없다. 아데포비르 내성군은 102명, 엔테카비르 내성군은 90명으로 이제까지 발표된 연구들에서 대상으로 한 환자군의 수가 20명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명실상부한 대규모 연구인 셈이다.

기대외의 성과, 테노포비르 단독요법 효과입증
임 교수는 환자군이 다른 만큼 연구목표도 별도로 구분했다고 설명했다. 아데포비르 내성환자에서는 테노포비르 단독요법 대비 엔테카비르 + 테노포비르 병용요법의 우위성을 평가하고자 했고, 엔테카비르 내성환자에서는 엔테카비르 + 테노포비르 병용요법 대비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의 비열등성을 검증하고자 했다.
임 교수는 “아데포비르 내성환자에서는 병용요법과 단독요법 모두 바이러스 반응을 보이지만, 바이러스 역가 감소의 속도에서 병용요법이 더 우위를 보일 것으로 생각했고 이를 입증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임상을 진행한 결과 두 치료군은 동등한 효과를 보였다. 임 교수는 “이는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며 “오픈라벨로 진행된 만큼 24주 중간분석을 진행했을 때도 효과가 동등하게 나타났고 이런 경향은 48주까지 지속됐다”고 밝혔다. 엔테카비르 내성 환자군에서는 처음 설정한 가설대로 양 치료군의 효과가 대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거 확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임 교수는 국내 상황에 초점을 맞춘 근거가 필요했던 시점에서 이번 연구가 임상현장에 즉각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했다. 또 “코호트 연구가 아닌 임상시험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입증된 가설을 바로 현장에 반영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우선 아데포비르 내성에서는 테노포비르 + 엔테카비르 병용요법과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이 모두 효과적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는데 의의를 뒀다. 국내 아데포비르 내성환자들은 대부분 라미부딘 내성을 가지고 있는 다제내성환자이기 때문에 아데포비르 내성만 평가한 외국 연구들을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의 효과에 대한 외국의 연구들은 20여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인 만큼 라미부딘 내성이나 아데포비르 내성에서 상반된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국내 아데포비르 내성 및 다제내성 환자들에 대한 치료전략을 제시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이번 연구에 참가한 아데포비르 내성환자들은 3~4제 약물에 내성을 보였고, 연구참여 전 치료기간은 102개월로, 약 9년 동안 바이러스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던 이들”이라며 “연구기간 동안 65%의 환자들에서 바이러스 반응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엔테카비르 내성에 관련된 결과는 기존 국내외 가이드라인들에서 통일된 권고사항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연구가 통일된 권고사항을 제시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임 교수는 “미국간학회는 엔테카비르 내성에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을, 유럽간학회, 아시아태평양간학회, 대한간학회에서는 테노포비르 단독요법 또는 테노포비르 + 엔테카비르를 권고하고 있다. 통일된 권고안이 없다는 것인데 이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며 이번 연구가 주요한 근거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국내외 학술대회에서도 이런 흐름들이 나타나고 있다. 임 교수는 “지난 유럽간학회에서도 B형간염 전문가들이 국내 자료를 많이 인용했고, 유럽간학회 가이드라인을 개정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시됐다. 또 이번 The Liver Week 2014에서는 미국간학회 가이드라인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미시건대학 Anna Suk-Fong Lok 교수가 참가해 한국 자료들을 검토하기도 했다.

B형간염 장기치료는 불가피…효율적인 선택 필요해
이번 연구에서 치료효과 입증과는 별도로 나타난 점은 국내 B형간염 내성 환자들에서 혈청전환율이 낮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연구에서 혈청전환율은 10% 전후로 나타났다. 병용요법군에서는 5% 정도로 나타나기도 했다. 초치료 환자의 평균 20~25%와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임 교수는 “환자들의 혈청전환율이 너무 낮기 때문에 치료를 통한 완전한 혈청전환은 기대하기 어렵고, 약물을 중단할 경우 e항원 혈청전환이 나타났더라도 2년 안에 50% 정도에서 재발하는 것으로 나타나 장기치료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환자들의 e항원 양성률이 90%에 육박했다는 점은 장기치료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임 교수는 “다른 B형간염 연구들에서는 환자들의 e항원 양성률이 60% 정도로 나타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볼 때 국내 환자들의 경우 약물치료에 상관없이 e항원 제거능력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바이러스 자체가 돌연변이 과정을 통해 면역력에 대한 대처능력을 획득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임 교수는 국내 B형간염 환자들의 혈청전환율이 낮은 것과는 별도로 B형간염 장기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간염치료의 목적은 바이러스 억제가 아니라 장기적 측면의 간경화 및 간암 위험도의 감소를 통한 환자의 수명연장”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 연구에서 B형간염 장기치료는 사망률 및 간암 발생률 감소에 효과를 보였고, 여기에 치료효과에 따른 차이는 영향이 없었지만 치료유무에 따른 영향은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임 교수는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이 테노포비르 + 엔테카비르 병용요법과 동등한 효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비용적 부담, 복용의 편의성, 잠재적 부작용의 감소 등 임상적 혜택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테노포비르, 그 이후에는?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의문은 테노포비르 내성에 관련된 문제였다. 현재 가장 강력한 치료제로 알려진 테노포비르에 내성이 생겼을 경우 대처할 방법이 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있다’고 명확하게 대답했다. 그는 “테노포비르 내성이 발생했을 경우 테노포비르와 엔테카비르를 병용하는 전략을 우선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테노포비르보다 효과가 20배 정도 강력한 약물이 현재 3상임상을 진행하고 있고, 국내 19개 기관도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효과 입증이 확실시 되고 있다”며 차후의 대안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B형간염 완치를 타깃으로 한 3가지 약물이 임상시험에 돌입한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한 건도 보고되지 않은 테노포비르 내성보다 현재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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