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개념·규제 달라 제약사들 난색…규제조화 '시동'

"바이오시밀러는 대박이다?"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1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통해 정부는 2020년까지 세계 7대 바이오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베터를 통한 글로벌 틈새시장 선점 전략이 주요 동력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꿈과 다르게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진출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아직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탓에 나라별로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다르며, 국가별로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아 판매해야 하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각 나라별 다른 절차를 밟아 출시까지 많은 시간과 자본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에 공통된 절차와 제도의 간소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규제당국별 바이오시밀러 지침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또한 조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봤다.

2020년 200억 달러 규모로 성장
내년부터 연이은 특허만료로 가속화

시장조사기관 IMS Health는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2010년 1380억 달러에서 2015년 2000억 달러, 2020년 253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20년 약 200억 달러 규모로 측정했으며, 2015년 이후 블록버스터급 항체의약품의 연이은 특허만료로 국내외에서 제품 개발 및 출시가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때문에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관심있게 바라보는 국가들은 다수 있지만 각종 지침에 대한 내용은 일부 차이가 있으며, 심지어 바이오시밀러 용어 정의도 국가별로 시각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미 허가를 받은 품목과 품질 및 비임상, 임상적 비교 동등성이 입증된 생물의약품'으로 규정하며, WHO(세계보건기구)는 '이미 허가받은 대조약에 품질·안정성·유효성이 유사한 유전자재조합의약품'으로 명시했다.

미국은 '임상적 비활성성분의 작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적제제가 레퍼런스 제품에 비해 매우 유사한 결과를 보이며, 안정성·순도·효능 등 측면에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유럽은 '활성성분이 오리지널과 유사하며, 명칭·외형·패키지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다를 수 있고, 레퍼런스 의약품과 다른 비활성성분을 포함할 수 있다'로 표기했다.

식약처가 9일 서울에서 개최한 '2014 바이오의약품 국제 전문가 포럼'에서 FDA의 Leah Christl 박사는 "미국에서 '매우 유사하다는 것'은 WHO, EU와 차이가 있는 표현"이라며 "의약품안전법 351조 K항에 따라 이미 승인받은 제품을 대조약으로 해서 유사 정도에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즉 혁신적 측면보다 참조 근거가 동일해야 하고, 투약경로와 효능 등도 비슷해야 하며 미국에서 이를 적용할 때는 이 같은 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정의에 따라 견해와 의미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각 나라별 규제당국의 지침과 법안이 다른 것은 물론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바이오시밀러분야 R&D 동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별로 바이오시밀러 허가 규정을 도입한 시기도 다르며, 자료 독점권(data exclusivity) 기간도 미국 4년(시장 독점권 12년), EU 8년(시장 독점권 10년), 일본 6년, 한국 8년, 호주 5년씩이다.

제약사가 신약의 허가취득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규제당국에 지불하는 User fee는 미국이 임상 데이터 제출 수준에 따라 77만1000달러에서 154만 달러 사이, EU는 바이오신약의 약 64% 수준이다.

일본은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에 평가를 위해 2370만 엔(약 25만 달러)을 지불하고 정부 허가를 위해 50만 엔(약 5000달러)을 내며, 호주는 신약과 마찬가지로 19만2400 호주 달러(약 15만 달러)를 지불한다.

국제 전문가 포럼에서 EMA의 Peter Richardson 박사(영국 벨파스트 퀸스대학)는 유럽이 정치적·윤리적 측면에서 동물 실험을 줄이자는 분위기이며, 개발 프로그램에서도 최대한 동물실험을 지양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동물실험은 연관성 있고 현실적인 결론이 도출돼야 바이오시밀러 평가에 도움이 되며, 약물동력학적(PK) 측면의 동등성도 확보해야 한다는 것.

일본 PMDA Yasuhiro Kishioka 박사는 EMA나 다른 가이드라인과 다르게 일본은 참조 근거가 이미 일본 내에서 승인된 것이어야 하며, 만약 일본 내에서 구축되지 않은 근거(reference)를 사용해야 한다면 일본에서 사용하는 것과 정보의 동등성을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만 의약품평가센터(CDE) Yu-Fen Fan 박사는 지난해 바이오시밀러 가이던스가 최종 확정됐는데 기본적으로 EMA 원칙을 준용했으며, 바이오시밀러가 구조상 약간 차이를 보일 수는 있지만 이에 대한 정당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불순물 등 부분에서 불확실성이 남아있을 때 동물실험 등 비임상이 요구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처럼 국가별로 허가 규정이나 지침의 차이가 클수록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에 국가별 바이오시밀러 규제를 조화롭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유럽 등 규제조화 움직임
한국, IPRF 의장국으로 참여

Peter Richardson 박사는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국가별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법제가 다르다"며 "업계가 일관된 접근방식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제품을 모든 나라에서 승인받기는 어렵지만, 어떤 강점과 유사성을 갖고 규제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

또 모두 이해할 수 있는 틀을 발전시켜야 하며, 각각 다른 규제 측면에서 공통된 철학을 도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필요성에 의약품 규제당국자 포럼(IPRF) 바이오시밀러 워킹그룹은 11일 서울에서 1차 국제회의를 가졌다. 특히 이번 회의는 한국이 의장국으로 선출돼 식약처 바이오생약심사부 손여원 부장이 의장을 맡았다.

한국, 유럽, 미국, 일본, 브라질, 대만, 탄자니아 7개국이 참석한 이번 회의에는 △바이오시밀러 국제 규제조화 중점 추진분야 △워킹그룹의 성과목표 및 운영방안 △WHO, APEC 등 국제기구의 협력방안 등이 논의됐다.

규제조화 측면에서 바이오시밀러의 정의 및 평가방법은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WHO 가이드라인 권고를 따르며, 각 나라의 제도적 차이보다는 동등성 평가를 위한 과학적 사안 해결에 주력키로 했다.

아울러 회의에서는 유럽 등 국가가 동물 실험 반대 등을 이유로 비임상 평가를 줄이고자 하는 것에 대해 어떤 부분을 맞춰갈 수 있을지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

손 부장은 "이번 회의는 전 세계 국가가 바이오시밀러 규제에 대해 따로 고민하지 말고, 잘하는 10여 개국이 논의해 국제적 기준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며 "의장국인 만큼 우리의 판단과 경험이 국제 기준에 녹아들어가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이 보다 용이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규모 자본·마케팅 전략 필수
바이오텍·비제약사와도 손잡아야

그렇다면 협소한 국내시장을 넘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국내 기업의 전략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일본 메이지세이카파마와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포괄적 협약을 체결한 동아쏘시오홀딩스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허가 규정이 각 나라마다 많은 차이가 있어 해외 진출을 위한 맞춤형 임상이 필요하며, 단계적 개발을 통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일본 등 시장에 우선적으로 진출한 후 향후 유럽과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등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다른 업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세계에서 통하는 제품을 만들려면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확보가 중요하다"며 "단기적인 캐시카우를 통해 연구에 투자하고 다국적사가 눈독들일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른 관계자도 바이오시밀러 관련 기술은 개발 및 생산공정 관리가 어렵고 제품화까지 승인기간이 길고 복잡해 많은 자본과 마케팅 능력을 필요로 하므로, 제약기업 혹은 비제약기업·바이오텍기업 간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IPRF 바이오시밀러 워킹그룹이 첫 국제회의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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