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임 중독' 중요시…예비 연구 필요한 범주로

 

▲ 민경준 대한우울조울병학회 이사장
[DSM-5 개정1년 특집]

DSM-5가 발표되면서 다양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진단기준에 경미한 증상부터 심각한 증상까지 다 포함시켰기 때문인데, 일각에서는 이대로 진단하면 정신건강질환을 동반한 사람이 없겠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
이에 대한우울조울병학회 민경준 이사장(중앙의대 정신건강의학과)을 만나 DSM-5의 변화 배경과 의미를 들어봤다. 

- DSM-5 개정판 가운데 세부증상이 방대해진 점은 물론 기분장애 진단 기준 변화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다.  

그렇다. 보는 입장마다 다르겠지만, 정신건강의학과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사람들이 이번 개정판을 볼 경우, 포괄적인 진단 기준이 정상인을 오히려 환자로 만든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진단 기준 변화의 한 예로 과거에는 주요 우울장애라는 진단명이 있었다. DSM-4에서는 이 진단을 내릴 때 애도반응과 사별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최소 2달까지는 우울증상을 보여도 우울증으로 진단 내리기 어렵고, 이 시기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정도였다.
하지만 DSM-5에서는 기준이 전면 수정됐다. 세부적으로 애도기간에는 우울증상이 분명히 동반되며,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경우 병으로 보는 게 맞다는 것이다. 우울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대부분은 과거 우울증을 동반한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특히나 이 시기에 취약성이 나타난다는 판단에서다.  

- 국내에서는 주요 기분장애(우울증, 양극성 장애 등)에 대한 폭넓은 조기진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양극성장애는 진단하기 매우 까다로운 질환으로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질환이 제대로 진단될 때까지는 최대 12년 가까이 걸린다는 분석이 있다. 양극성장애 상당 부분이 우울증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처음 병원을 방문한 대부분의 환자가 우울증 진단을 먼저 받는다. 그러므로 우울증 환자를 양극성인지 아닌지 감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그만큼 진단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최근 임상에서도 양극성 장애는 우울 상태에서 조증이 심해지면 병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기진단이 필수다.

- 강박관련 장애가 새로 신설됐고, 폭식장애는 정식 진단명으로 채택됐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이와 같은 정신건강질환 문제를 지니고 있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생각해도 되는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과거 강박장애가 불안장애로 인식됐지만 실제로 사고와 행동에 더 큰 문제가 존재해 불안장애는 부수적인 양상이라는 의미이다. 또 오래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 강박장애는 불안장애와 다르다고 이야기해 왔고, DSM-5에서도 강박장애는 불안장애와 주된 양상이 다르다는 사실에 동의해 이번에 진단범주를 독립시켰다.

- 주요하게 다뤄지는 기분장애 진단에서 엄격하게 혹은 다른 방향의 평가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실례로 과거에는 혼재성 상태를 보이는 환자가 병원에 내원하면 대부분 우울증 쪽으로 진단을 내렸다. 그래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 공식명칭은 아니지만 양극성 스펙트럼 장애라는 진단명을 통해 우울증 환자 가운데 양극성을 감별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5판으로 개정되면서 'mixed episode' 항목이 삭제되고 혼재성 양상인 'with mixed features'라는 표현이 도입됐다. 이는 조증·경조증을 보이면서 우울증을 보이는 환자와 우울증을 보이면서 조증·경조증을 보이는 환자 모두를 혼재성 양상으로 진단하도록 한 것이다. 과거에는 아예 없다고 진단을 내렸지만 with mixed features 항목이 개설되면서 이제는 진단을 내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우울장애에 포함됐다는 점이 아쉽다. 혼재성 양상을 동반한 환자 가운데 양극성일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DSM-5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 일부 항목들은 DSM에서 용어 자체가 사라지고 재편된 부분이 있다. 미국에서는 논란이 있었고, 국내 학계에서도 학술대회를 통해 이를 다룬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임상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치겠는가?  

아직은 논란만 있다. 임상가들은 mixed episode 항목이 없어진 데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와 DSM이 보는 mixed feature가 조금 달라 국내외적으로 많이 지적받고 있다.
특히 mixed feature는 전형적인 조증 현상을 보이는 케이스가 드문데 DSM에서는 그런 내용이 빠져있다. Mixed feature를 specific(특수사항)으로 분류했지만 실제 임상을 그대로 담아내지는 못했다. 마지막으로 임상적으로 유용할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소아 신경발달적 장애 교정에 관심 커져
인터넷 게임 중독' 중요시…예비 연구 필요한 범주로

▲ 김붕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학술이사

DSM-5의 소아청소년 진단범주는 보다 진보된 개념이 함께 적용되면서 신경발달학적 문제를 동반한 환아들의 치료 혜택을 더 높였다는 것이 정신건강의학계의 시각이다.
서울의대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김붕년 교수 역시 변화된 부분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만족한다는 입장인데, 그를 직접 만나 DSM-5의 해석과 쟁점을 들어봤다.

 - DSM-5에서의 소아청소년기에 진단되는 장애 변경 내용을 살펴보면 좀 더 신경학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려는 의도가  보인다. 또 진단 범주에 변경된 부분이 많아 임상 현장에서도 관심이 쏠렸는데, 현재 임상 상황은 어떠한가?
 

이번 DSM-5는 20여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뚜렷하게 밝혀진 신경학적인 이상이 확인된 질환, 즉 신경발달 측면에서 장애를 동반한 소아들에 대한 과거의 축적된 지식을 반영한 결과이다. 또 개별 진단에서 생물학적 개념이 상당 부분 도입돼 치료 접근 면에서 신경발달에 대한 평가 및 발달 이상을 교정해주는 생물학적 치료에 관심이 높아졌다. 대표적인 예로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ADHD)를 꼽을 수 있다. 과거 ADHD는 품행 장애와 같은 그룹에 속해 있어 사회심리적인 측면에 영향을 끼친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품행장애는 사회 문화적인 문제와 병리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소아를 말하기 때문에 ADHD  소아들과는 조금 다르다.
이후 DSM-5으로 개정되면서 ADHD가 신경학적인 장애로 분류됐고, 이 질환의 발병 원인에 있어서 사회 심리적인 측면이 아닌 신경발달학적인 면에 더욱 초점을 맞추게 돼 약물 및 신경조절치료 면에서 적극적인 연계가 가능해졌다.

- 자폐증 진단 기준이 거의 20년 만에 수정됐다는 점에서 의학계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아스퍼거 증후군 등을 개별 분류하지 않고 자폐증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라는 하나의 진단명으로 통합시켜 논란이 있는데 여기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가?  

예를 들면 ASD는 두 가지 대표 진단범주로 분류된다. 여기에는 사회성이 낮아 상호작용을 못 하는가와 제한적인 관심과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가가 있다. 이 두 가지의 원래 개념에 ASD라는 진단명이 잘 맞는지 알아보는 것을 타당성이라고 하는데, 과거 전형성 전반적 발달장애(PDD-NOS)에 이러한 타당성이 매우 낮았다. 또 PDD-NOS 환아들은 사회성 및 지능 발달 문제 등으로 진단명이 쉽게 붙여지는 경우가 많아 이번에 ASD가 생기면서 이와 같은 문제가 많이 해결됐다.
반대로 아스퍼거 증후군이 사라졌다는 것에 아쉬움은 있지만 진단을 내리는 데 타당성이 증가했다는 측면에서는 더 나은 변화가 아니겠는가.

- 최근 연구에 따르면 DSM-5가 4와 비교했을 때 ASD 진단을 받은 소아 환자 수가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ASD 유병률에 DSM-5가 미치는 영향력은 어떤가?  

ASD는 제한된 관심과 반복적인 행동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이 진단을 받은 환아 가운데 사회적·상호작용만 떨어지는 소아들도 분명 존재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소아들을 어느 진단명에 넣느냐는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social communication disorder, SCD)라는 진단명이 새로 개설되면서 일부가 이 그룹으로 이동해 ASD 유병률이 낮아졌다.
단 이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까지도 ASD와 SCD에 대한 치료 내용과 생물학적 치료 경과 등을 구분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연구결과가 발표된다면 두 질환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DSM-5에서도 중독, 특히 인터넷 중독이 중요하게 언급되고 있고, 한국에서도 4대 중독 관리법을 국회에서 만들려 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현재 임상에서 중독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DSM-5에서 인터넷 중독은 공식 진단체계로 들어오지 못했고 예비적 연구가 필요한 카테고리에 포함됐다. 인터넷 중독이라는 개념보다는 'Internet Gaming Disorder'라는 명칭으로 게임에 좀 더 포커스를 맞췄다.
하지만 과연 게임을 약과 술처럼 완전히 못 하게 막아야 하느냐는 의문이 따른다. 게임이 성인은 물론 소아 청소년의 인지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도 있기 때문이다. 게임을 무조건 악으로 이야기해 선용할 수 있는 소아들의 증진과 도움까지 뺏어버려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어 어떻게 쓰느냐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 그리하여 게임과 인터넷 등의 양방향적인 문제를 세밀하게 관찰해 사용방식을 좀 더 건강하게 만들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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