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9. 광주 임원섭내과의원 임원섭 원장

산 정상에 오르기까지 편법은 없다. 한 발짝 한 발짝 흙과 바위를 밟고, 수많은 나무와 풀을 지나쳐야 꼭대기에 도달한다. 지름길은 있지만, 힘이 배로 드는 길이 분명하다. 그래서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은 '한 걸음'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안다.

등산을 하며 '한 걸음'의 소중함을 깨닫고, 마음속에 "한 삽씩 산을 옮기는 자세로 살겠다"는 다짐을 한 내과 전문의 임원섭 원장(임원섭내과의원·광주)을 광주 북구 우산동에 위치한 그의 진료실에서 만났다.

▲ 임원섭 원장
산을 좋아하는 의사, 산의 우직함을 닮다

"10년 전쯤 등산하는 원장들 모임이 생겨 나가게 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평소 운동이 부족하니까 한 달에 2번 이상은 산을 찾으려 합니다. 가까운 무등산과 지리산을 많이 다닙니다."

산 이야기가 나오자 임 원장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 기회가 되면 히말라야 산맥의 고봉에 오르고 싶다는 그는 무등산 사진을 간판 배경으로 넣은 사연, 등산 마니아 환자와 산으로 소통한 사연, 진료실 한켠에 놓인 지리산 사진에 얽힌 사연 등 산에 관한 이야기를 줄줄이 쏟아낸다.

"산 좋아하는 환자 만나면 봉우리 이름, 계곡 이름 얘기하면서 잘 통합니다. 지리산 천왕봉 사진은 2~3년 전 심장과 혈압이 안 좋아서 내원했던 환자가 선물로 준 것입니다. 등산할 때 전과는 다르게 숨이 차다며 병원을 방문한 환자였지요."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내과 전문의 자격을 얻은 후, 광주의 한 병원에서 봉직의로 일하던 그가 우산동에 자신만의 산을 세운 것은 15년 전의 일이다. 개원 초기가 의약분업 도입 시기와 맞물려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굳은 의지로 한걸음씩 내딛은 결과 15년을 변함없이 지금의 자리에서 환자와 만나고 있다. 그런 그가 인생철학이자 좌우명으로 '우공이산(愚公移山)'을 말한다. 변함없이 꾸준함을 대변하는 단어를 찾다가 선택한 사자성어라고. '우공이산'은 옛날 중국의 우공이란 노인이 집을 가로막은 산을 옮기려고 산의 흙을 파서 나른 이야기에서 유래된 사자성어로, 어떤 일이든 끊임없이 노력하면 반드시 이뤄짐을 이르는 말이다. 우공이산 이야기는 우공이 자손 대대로 흙을 날라서라도 산을 옮기겠다는 강한 신념으로 성실히 임하자, 하늘이 감동받아 산을 옮겨주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진부하지만 '변함없이 꾸준함'이 인생철학입니다. 꾸준함을 대변하는 사자성어인 '우공이산'이 항상 마음속에 있습니다. 한 삽씩 산을 옮기는 자세로 살면서, 언제나 진솔한 마음으로 환자를 대할 것입니다."

"진솔하게 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

▲ 기회가 되면 히말라야 산맥의 고봉에 오르고 싶다는 그의 산 사랑은 무등산 사진을 간판 배경으로 넣을 정도다.
임 원장의 진료 노하우는 '진솔함'이다. 과장하지 않고 거짓 없이 환자를 대해야 환자가 두 번 세 번 방문하게 된다. 인생철학이 꾸준함이라면, 진료철학은 진솔함인 셈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마음을 여는 것입니다. 겁을 주거나 과장하지 않고 진솔하게 대하면 환자와 길게 갑니다. 체중감량을 예로 들면 일주일에 몇 kg 빼는 것이 아니라 한 달에 2kg 정도 빼는 게 건강에 유익하다고 전하는 것입니다. 요즘에는 만성질환자가 많은데, 만성질환일수록 불필요한 것은 빼고 (필요한 정보만) 전달합니다."

임 원장의 두 번째 진료 노하우는 '교육'. 교육에 있어서는 환자 교육뿐 아니라 직원 교육도 중요하다고.

"환자가 그 병을 이해하고 환자가 요구할 정도로 교육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환자가 이해하기 쉽게 그래프나 실감나는 사진 등을 보여주면서 교육합니다. 어느 정도 이해한 환자들은 의사가 판단해 검사를 권유하기 전에 검사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문의를 합니다. 교육을 통해 검사의 필요성을 강조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직원에게도 친절 교육보다 의학 지식을 교육하는 것이 환자를 대하는 데 더 도움이 되기에 적극 교육에 나서고 있습니다."

세 번째 진료 노하우는 유머의 생활화다. 센스있는 한 마디로 환자에게 웃음을 주고, 동시에 주의할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금연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주머니에 담배 있으면 지금 내놓고 가시죠", 검진을 소홀히 하는 환자에게는 "학교는 다니는데 시험을 한 번도 보지 않은 학생이네요. 그러면 담임이 평가를 어떻게 합니까", 비만한 환자에게는 "20kg를 짊어지고 다니면 차 연비가 좋지 않고 엔진에도 무리가 갑니다"라는 식이다.

"유머를 하면 환자들이 웃고 나갑니다. 상황에서 우러나는 유머를 생활화하는데, 환자가 이해하기도 쉽고 진료에도 유익합니다."

학술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진료에 도움이 된다. 광주·전남 지역의 내과 전문의 10여명이 모여 월요 학술 모임을 만들었는데, 그 모임만은 빼놓지 않고 참석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치료법이 탄생하는 상황에서 혼자서 모든 것을 파악하고 쫓아가긴 힘들고, 모임을 통해 해결책을 듣는 것이다.

"접근 어려워도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주는 의료정책 필요"

꾸준함과 진솔함으로 개원 내과의사로 살아온 그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정부의 의료정책이다. 국가에서 의사 면허를 발급한 이상 의사에게 융통성을 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그렇게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박리다매식으로 모든 사람의 접근은 쉽게 해놓았지만 내용은 불합리한 것도 많고, 제가 정책하는 사람이라면 접근을 어렵게 하더라도 필요한 사람에게 많은 혜택을 주게끔 할 것입니다. 꼭 필요한 사람만 와서 진료 받는 환경이 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그것에 합당한 수가가 현실화되어야 하고요."

 
임원섭 원장의 좌우명은?
우공이산(愚公移山)= "진부하지만 '변함없이 꾸준함'이 인생철학입니다. 꾸준함을 대변하는 사자성어인 '우공이산'이 항상 마음속에 있습니다. 한 삽씩 산을 옮기는 자세로 살면서, 진솔한 마음으로 환자를 대할 것입니다."

이영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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