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노인병학회 유준현 이사장

 
사회 고령화와 함께 노인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노인증후군, 노인의학에 대한 합의(consensus)는 고사하고 개념도 널리 안착되지 않는 상황이다. 노인환자 관리전략에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요소인 노인증후군과 노인환자의 특성, 그리고 이에 대한 임상적용 방향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준현 교수(대한노인병학회 이사장)에게 물었다.

- 노인증후군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노인증후군의 정의는 명확하지 않다. 노화의 진행과 질병의 영향으로 기능이 저하되고, 여러 약물의 부작용이 중첩되서 나타나 어느 질병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고 애매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애매하다는 것 자체가 노인증후군의 특징이 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같은 증상이지만 노인환자에서 젊은 성인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대부분의 노인들에서 나타날 경우 이를 노인증후군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노인증후군에는 노화와 기능의 저하로 인한 인지기능장애, 실금, 어지러움, 근감소증, 우울, 섬망, 낙상, 거동 및 보행장애, 압창, 수면장애 등이 포함된다. 이런 신체 약화 관련 증상들과 함께 심리적인 불안감 역시 노인증후군으로 볼 수 있다. 일상생활 영위에 대한 의욕이 저하됐을 경우 우울증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사회적 환경에 따른 우울증의 표현은 소화불량이나 건강에 대한 지나친 걱정, 불안으로 나타나기 쉽다. 무엇보다 노인에게서 하나의 질환이 하나의 원인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임상에서 어떻게 적용하나?
노인증후군은 어떤 알고리듬이 아니라 노인환자에 대한 배경적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질환에 초점을 맞춰 증상에 따른 원인을 발굴하고, 이를 타깃으로 치료를 시행하는 전략이 노인환자에게는 통용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한 스펙트럼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노인환자에서는 약물처방보다 면밀한 평가를 통해 치료가능 여부를 먼저 판단하는 일이 중요하다.

예로 어지럼증의 경우 뇌졸중 등 중증 질환의 전조 증상이기도 하지만, 노인환자들에서는 주로 항상성 유지능력의 감소가 나타나기 때문에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인지기능장애 역시 치매의 전조 증상이지만 영양결핍, 사회적 인간관계, 사회경제적 문제, 가족 문제 등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는 약물처방이 아니더라도 교정할 수 있는 환경적 요소의 개선을 통해 예후 및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또 기본적으로 신체대사 능력이 감소돼 있고 다양한 질환이 동반된 노인환자에서 불필요한 처방을 예방할 수 있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다약제복용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
다약제복용이 노인환자에서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증후군 및 노인특성에 대한 지식습득 및 개념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이를 예방할 수 있다. 노인환자들은 평균적으로 7~8개, 많으면 10개까지 동시에 약물을 복용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고, 미국의 연구에서는 노인환자 중 3분의 1은 약물간 상호작용으로 인해 입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노인환자들의 다약제복용도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는 점을 생각하면 불필요한 처방의 차단이 갖는 역할은 더 커질 것으로 본다.

캐나다와 영국의 경우 노인환자가 특별히 아프지 않아도 매 1년마다 주기적으로 복용전략을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 진료의가 환자의 약물복용 내용을 모두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험재정의 절감과 함께 유해반응도 줄일 수 있다는데 합의가 모아진 것이다.

- 노인환자 관리전략의 핵심은 무엇으로 볼 수 있나?
결과적으로는 의사다. 의사가 환자에게 가질 수 있는 관심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질환에 대한 부분이 아니라 환자의 기능 또는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환경적 요소들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퇴부골절 환자의 경우 단순히 골절만의 문제가 아니라 골절의 원인이 집안의 미끄러운 바닥일 수 있다는 것이고, 일상생활 또는 삶의 의욕이 감소된 환자에서는 우울증만을 원인으로 볼 것이 아니라 식욕감소, 지인의 사망 등 다양한 요인들도 원인으로 고려할 수 있다.

의사의 역할이 단순히 의학적 지식을 알고 있는 지식인에서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환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필요하다. 이는 노인증후군과 함께 노인환자의 특성에도 관련된 부분으로 관련 요소들을 고려하는 과정을 통해 낙상, 뇌졸중, 우울증, 인지기능장애, 일부 악성 종양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노인환자 관리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노인환자는 다양한 질환을 가지고 있고, 여기에 노인증후군의 개념을 적용해 진단을 하게 되면 환자 한 명당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를 진료하는 의사들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특히 노인환자들은 증상의 평가와 함께 치료전략 역시 소통을 통한 교육이 필요하지만 의사들이 이를 자발적으로 시행할 의지(motivation)를 가지지 못한다. 이는 현실적인 부분으로 사회적으로 늘어나는 노인환자수를 감안할 때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이에 노인환자 초진 또는 약물부작용 평가 시 혜택을 주는 방법도 의사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된다. 이와 함께 노인환자에 대한 팀 접근전략(team approach)이 이전부터 강조됐지만, 전문과에 치중돼 있는 현재 환경에서는 쉽게 안착되지 못하고 있다. 의료환경적으로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 앞으로 노인의학의 방향은?
노인의학과 노인증후군이 폭 넓은 지식을 필요로 하는 만큼 이를 임상의사들이 효과적인 방법으로 짧은 시간에 습득·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와 함께 단순히 지식이 아니라 임상현장에서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대한노인병학회 학술대회에서도 토의 형식으로 주제들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치매의 예에서 볼 수 있듯 노인관련 질환은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진료가 필요하고 즉각적인 치료가 어려운 반면, 많은 비용과 장기간 단계별 관리가 필요하다. 이런 공감대를 기반으로 한 급성기 이후의 아급성기 의료체계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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