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 AGS 다중 만성질환 노인환자 관리 성명

 
노인환자에서 노인증후군이 주요한 특징으로 대두되고 있지만, 근거기반 의학의 측면에서 다양한 만성질환이 동시에 동반되는 상황 역시 관리를 힘들게 하는 원인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미국노인병학회(AGS)는 2012년 다수의 만성질환을 동반한 노인환자의 관리전략을 주제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AGS는 이 성명서가 가이드라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정 임상적 의문점들에 대한 근거들을 엄격하게 판단해 진단, 치료, 관리전략에 대한 권고사항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는 것.

이에 AGS는 “이번 성명서가 다수의 만성질환이 동반된 노인환자의 특징들에 입각해 최적의 치료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원칙(guiding principles)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AGS는 성명서 전문에서 “최근 연구에서 50% 이상의 노인환자들이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동반하고 있고, 환자에서 나타나는 양상이 각각 다르다”며 이들 환자군에 대한 관심과 개별적인 관리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AGS는 다수의 만성질환 동반 노인환자의 관리전략에서 크게 5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5가지 원칙은 △환자 중심 △근거의 해석 △예후 판단 △임상적 적용 가능성 △최적의 치료전략과 관리계획이다. 이들 원칙은 전반적으로 이 환자군의 치료전략 결정에 환자의 선호도를 반영해야 하고, 근거가 제한적인만큼 치료전략을 시행하는데 있어서 위험, 혜택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부담, 여명, 기능상태, 삶의 질 등 예후에 대한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환자의 선호도
AGS가 우선 꼽은 원칙은 환자의 선호도(preference)다. 이는 일반 단일질환 가이드라인에서는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은 부분이지만, 다수의 만성질환이 동반된 노인환자에서 단일질환 가이드라인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있고 나아가서는 유해반응 등 해로운 경우도 발생한다. 이에 AGS는 “단일질환 가이드라인들의 권고사항에서 제시하고 있는 치료전략 및 중재전략의 위험도와 혜택이 노인환자에서는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의 선호도를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전략의 잠재적인 혜택과 위험도를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점을 전제한다. AGS는 이 환자군에서는 하나의 예후를 타깃으로 치료를 시행하더라도 또 다른 예후가 악화될 수 있고, 장기적인 혜택을 목료로 치료를 시행할 경우 단기적인 유해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의사가 비중이 낮다고 판단한 유해반응이 환자에게는 큰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며 치료전략의 혜택 및 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함께 환자가 주도적으로 수명연장, 기능유지, 통증의 최소화 등 치료방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치료전략의 설명에 있어서 드물게(rarely), 빈번하게(frequently) 등 오해의 소지가 있는 단어의 사용도 되도록 피할 것을 당부했다.

 
근거의 해석
단일질환의 가이드라인에서는 근거기반 의학에 입각해 주요한 임상시험들의 결과를 인용, 권고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AGS는 다수의 만성질환을 동반한 노인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들이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부분의 단일질환 가이드라인들이 무작위대조임상연구(RCT)를 주요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임상시험 단계에서 다수의 만성질환을 동반한 노인환자들은 배제된다는 것이다. 이에 “단일질환의 가이드라인에서도 일부 동반질환이 있을 경우와 특정 임상적 상황에 맞춘 권고사항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부족하고 관찰연구들도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여러 개의 동반질환이 있을 경우 질환 간 상호작용으로 인해 환자의 상태, 질환들의 위험도가 변할 수 있고 치료전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며 근거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치료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표>.

특히 치료 타깃으로 설정하는 예후들을 임상시험에서 제시하는 종료점으로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상시험에서 평가하는 예후들이 환자에게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로 콜레스테롤의 경우 뇌졸중, 심근경색과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단 다수의 만성질환 동반 노인환자에서 우위를 가지는 예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위험도의 해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대부분의 임상시험들에서는 상대위험도감소(relative risk reduction, RRR)를 평가하고 있지만, 이는 기저 위험도가 없으면 해석이 힘들다. 이에 임상시험에서 배제된 노인환자들에게 임상시험의 위험도 결과를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AGS는 “다수의 만성질환을 동반한 노인환자의 RRR을 평가한 연구는 거의 없는 데다가, 이 환자군의 기저위험 스펙트럼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AGS는 효과와 유해사건이 나타나는 시간 및 지속시간에 대해서도 무게를 뒀다. 치료 효과가 발현되는 시간 및 지속시간과 함께 유해사건이 나타나는 시간대를 고려해 환자에게 사전에 알려주고 치료전략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AGS는 “일부 만성질환의 관리전략은 장기적으로 치료를 시행한 후에 혜택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며 노인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위험 대비 혜택 평가를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예후 판단
다수의 만성질환을 동반한 노인환자들의 경우 우선되는 치료타깃을 결정하는 것이 치료전략에서 주요한 내용이 된다. 치료타깃은 환자들의 예후 상태를 기반으로 결정된다. 여기에는 환자의 임상적 상태 변화, 보건의료 서비스의 활용, 가용한 근거, 환자의 선호도 등과 함께 예방 및 치료전략에 소요되는 기간이 포함된다.

AGS는 단기간(1년 이내), 중간기간(5년 이내), 장기간(5년 이상)으로 구분해 기대수명이 제한된 경우 단기간 관련 관리전략에 초점을 맞추도록 했다. 중간~장기간 관리전략은 지질 조절, 결장암 검사 등이 해당된다.

임상적 적용 가능성
다수의 만성질환이 동반된만큼 치료전략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지만, AGS는 노인환자들에게 복잡한 치료전략 자체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했다. 치료전략이 복잡해질수록 순응도 저하, 유해반응 발생, 삶의 질 악화, 경제적 부담, 간병인의 스트레스 등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AGS는 순응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환자 중심의 관리전략에서는 가족, 간병인 등이 포함된 통합적인 지원시스템이 필요하고, 치료의 복잡성과 환자의 순응도를 주기적으로 재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이와 함께 처음에 언급한 환자의 선호도 문제도 순응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AGS는 “환자의 선호도가 치료전략에 반영됐을 경우 치료의지, 치료의 지속성, 순응도의 향상을 유지할 수 있고, 약물의 유해사건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정리했다.

최적의 치료 및 관리전략
마지막으로 AGS가 강조한 부분은 다약제복용 문제다. 이 환자군에서 약물치료의 효과가 낮을 수도 있는데다가 약물동력학의 변화로 인해 약물들의 유해반응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는 것. 또 다수의 약물복용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을 또다른 증상으로 오인해 약물을 추가하게 되는 처방 캐스케이드(prescribing cascade)도 발생할 수 있고, 약물 수에 따른 비용적 부담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AGS는 약물치료 전략과 함께 비약물치료 전략을 함께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환자의 순응도는 높이고 위험도는 낮춘다는 것이다. 특히 필수적으로 필요한 약물을 선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SG는 “적합하지 않는 약물을 복용하는 노인환자는 입원한 이들의 66%에 달했고, 이들 중 85%는 퇴원 후에도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환자 퇴원 시 약물복용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퇴원한 환자들도 주기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노인환자의 다약제복용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최근의 사회 고령화 문제와 맞물려 다시금 이슈가 되고 있다.

다약제복용은 간단하게 말하면 여러 개의 처방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것이지만, 평균적으로 5~10개로 결코 적지 않은 수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일반의약품, 한약 등의 약물까지 포함하면 1명의 노인환자가 복용하는 약물의 개수는 추가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Journal of Aging Science(Aging Sci 2013;1:2)에는 다약제 복용의 문제와 극복전략을 제시한 평론이 게재됐다.

평론에서는 “최근의 메디케어(Medicare) 연구에서 20%의 환자들이 5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동반하고 있고, 50%의 환자들이 5개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며,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노인환자들의 관리에서 다약제복용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인환자의 다약제복용으로 인한 대표적인 문제로는 노화로 인한 체내 대사의 변화에서 기인한 약물 유해반응 위험도 증가, 약물 간 상호작용, 처방 캐스케이드(cascade), 시각 능력 및 인지기능의 저하로 인한 약물 순응도 문제 등이 꼽힌다.

약물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에서는 연령대 증가로 인한 신체의 변화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노화로 인한 근골격계의 약화가 약물의 분포량을 높이고, 신기능의 감소로 인해 약물 배출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노인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허약, 동반질환, 기억력 소실 등이 유해반응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평론에서는 다약제복용 현상이 유지되는 원인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사의 경우 환자가 약물 처방을 기대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충분한 임상적 상황에 대한 조사 없이 약물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은 다수의 의사들에게 진료를 받는 경향을 보이고 이로 인해 중복처방을 받는 경우가 많다. 또 의사에게 복용하고 있는 약물과 증상에 대해 정확히 보고하지 않는 부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다약제 복용을 막고 약물치료 전략의 위험도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론에서는 주기적인 약물복용 전략의 평가, 유해반응이 예상되는 약물의 용량 감량, 비약물적 치료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용량을 줄일 필요가 있는 약물로는 베타차단제, 오피오이드, 바르비투르제제(진정, 최면제), 클로니딘, 가바펜틴, 항정신병 약물들을 꼽았다.

비약물적 치료에 대해서는 TONE(Trial of Non-pharmacologic Interventions in the Elderly) 연구결과를 인용, 체중감소와 염분섭취량 감소 전략을 시행한 결과 40%의 환자들이 항고혈압제 복용을 중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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