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생존자 110만명 넘어서
질병 아닌 사람 중심 의료서비스 전환돼야

 

암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암생존자 수가 증가하면서 암이라는 질환 자체보다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감에 따라 지지의료가 암치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2013년도 국립암센터가 제공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암생존자 수는 약 3000만명으로 추산되며, 국내에서도 암생존율이 66%를 상회하면서 2015년에는 암생존자 수가 1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됐다.  

미국국립암연구소(NCI)가 발표한 'NCI 2015 중장기전략'에서는 암 진료의 질 향상을 위해 예방부터 암환자와 생존자, 가족 관리까지 암관리의 전 영역에서 건강관련 성과를 성공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을 주 내용으로 다뤘고, 우리나라에서도 '암정복 2015: 제2기 암정복 10개년 계획'에 암완치자•암환자 건강증진 강화를 내세우면서 세부항목으로 이차암 예방 강화, 맞춤형 이차암 조기검진 추진, 증상완화 및 재활을 통한 삶의 질 향상 등을 제시했다.

암생존자 관리가 보건의료계의 주요 관심사로 주목 받고 있음이 잘 시사되는 바다.  

 

그러나 체계적인 암생존자 관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장치를 끌어내기에는 아직까지 역부족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정책과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국가종합암네트워크(NCCN)와 유럽종양학회(ESMO)는 암생존자들을 위한 지지의료의 임상진료지침을 발표하고 정기적으로 개정판을 내놓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근거중심 암생존자 관리'와 '암 환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디스트레스 관리 권고안'을 개발하는 등 학술적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이번 호에서는 지지의료의 개념과 국내 도입의 필요성,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살펴봤다.

 

암생존자에 대한 전인적 접근 필요  

전문가들은 지지의료의 개념을 설명할 때 흔히들 암환자의 치료 여정을 자동차 여행에 비유한다.

자동차로 이동할 때 최종 목적지는 동일하더라도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드라이브를 즐기기 위해선 에어컨이나 안전벨트, 에어백 등의 보조장치나 보험이 필요한 것처럼 지지의료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10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미국 MD앤더슨암센터의 Eduardo Bruera 박사가 발표한 연구 논문에 수록된 내용으로, Bruera 박사는 "과거 암환자 치료의 목적이었던 암의 완치나 생존기간 연장을 넘어 치료과정에서 발생하는 환자의 증상과 요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J Clin Oncol 2010;28:4013-4017).  

좁은 의미에서의 지지의료란 암의 증상 및 합병증과 암 치료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관리하는 의학의 한 영역으로 지지종양학이라고도 불리운다.

넓은 의미에서는 암의 증상과 합병증 완화, 치료의 독성 경감 및 예방, 질병과 예후에 대한 의사소통 지원, 적극적 암 치료 수진 지원, 환자와 보호자의 정서적 부담 완화와 생존자의 심리적, 사회적 문제를 지원하는 모든 과정이 포함된다.  

환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제공되는 전인적 의료라는 관점에서 호스피스나 완화의료와 유사하지만 말기 암환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암으로 진단된 모든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측면이 가장 큰 차이다.  

완화의료가 완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통증과 괴로움을 완화시키는 데 포커스를 맞춘다면 지지의료는 환자와 가족이 암과 치료과정에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능력을 길러주는 것까지를 의미한다.

 

국가 차원의 관리 컨센서스 형성  

지난 2011년 국립암센터 연구팀이 발표한 '암 생존자를 위한 국가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태도' 조사에 따르면 암 치료 후 국가적 사후관리 필요성에 대해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56%, '그런 편이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37%로 전체 응답자의 93%가 찬성했다.  

구체적으로 국가가 관리해주길 원하는 항목에 대해서는 '치료 후 진료 또는 관리에 대한 보험 적용확대'가 29.8%로 가장 많았고, 체계적인 교육 및 재활 프로그램 제공(25.6%), 환자 등록 후 지속적인 상담 및 관리(24.5%), 맞춤형 이차암 조기검진(19.1%) 순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결과는 국가의 생존자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 및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인하고 향후 효과적인 암생존자 관리를 위한 정책 방향에 활용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암 이겨냈는데…이중삼중 고통 뒤따라
디스트레스 + 이차암 + 동반 질환 + 경제 압박 겹쳐

사회 복귀 어려워 가족 삶의 질까지 추락
 

암생존자들이 겪는 고통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국내 연구진이 보고한 데이터만 살펴봐도 암환자들이 치료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암 재발에 대한 우려와 잔존하는 신체적 증상으로 인해 직장 등 사회로의 복귀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가정 경제 부담으로 이어져 가족들의 삶의 질까지 저하시키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극단적으로는 자살을 선택하는 환자들도 있는데 국립암센터가 암 진단을 받은 환자 81만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10만명을 기준으로 69명이 자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인의 자살률보다 2배 높은 수치로 남성 환자의 자살률이 여성에 비해 3.6배 높았고, 암종별로는 남성의 경우 췌장암, 담도암, 구강인후암, 여성은 폐암, 난소암, 췌장암 순으로 주로 예후가 좋지 않은 암에 해당했다.  

올해 초 일본 국립암센터는 암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1년 이내에 자살이나 사고로 사망할 위험이 약 20배까지 증가한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유방암 생존자들의 삶의 질을 평가한 연구에서는 5년 이상 장기 생존자들의 경우 역할기능, 사회적 안녕, 정서영역, 인지기능, 성 기능 등 전 영역에서 삶의질이 저하된 것으로 보고됐다(Psychosomatics 2001;42:117-23).  

이는 완치 후에도 암생존자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어려움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디스트레스 조기 발견 중요"  

암생존자에서 우선적인 관심이 필요한 부분은 디스트레스관리다. 디스트레스란 그 원인과 정도에 관계없이 암환자가 겪는 정신적인 고통을 통칭하는 말로, 암환자들의 고통이 단순한 일상적 스트레스로 과소평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스트레스와 구분해 사용되고 있다.  

암환자 중 20~40%에서는 정신보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수준인 중등도 이상의 디스트레스를 겪고 있으며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보고가 있다. 최근 한국유방암학회가 전국 30개 의료기관에서 유방암 생존자 542명을 대상으로 디스트레스와 삶의 질 관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275명(50.7%)이 중증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정신건강의학과에 의뢰되거나 정신사회적 개입을 받는 환자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환자는 파악조차 되지 않는 것이 국내 현실이다. 이들은 암환자인 것도 모자라 정신건강의학과 환자로까지 몰릴 것에 대한 이중 낙인을 두려워하고, 정신건강의학과의 약물을 복용하면 중독되거나 항암제의 효과를 떨어뜨리지 않을까 하는 잘못된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디스트레스는 또한 신체증상을 증폭시키거나 환자와 가족, 또는 의료진 간 의사소통에 문제를 일으키고 치료순응도에도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암환자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예후를 불량하게 한다.  

이런 장벽을 넘어서려면 디스트레스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에서는 1999년 정신종양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주축이 돼 NCCN 디스트레스 관리 진료지침을 개발했고,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여러 국가에서도 암환자의 정신사회적 개입을 위한 지침을 통해 통합적 암 관리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암정복추진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2009년 국립암센터에서 '암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디스트레스 관리 권고안'을 개발했고 이를 국가암정보센터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권고안에서는 우리나라 암환자에게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우울, 불안, 불면 및 섬망의 4대 증상에 대한 약물 및 비약물 중재법을 각각의 권고 수준과 함께 제시했으며, 국내 현실에 맞는 암환자의 디스트레스에 대한 선별평가, 의뢰 및 치료적 중재 알고리듬이 포함돼 있다<그림>.  

 

서울대병원 함봉진 암통합케어센터장은 최근 암정복포럼에서 "암생존자를 위한 통합지지의료 서비스의 일환으로 디스트레스의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면서 "디스트레스의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암환자에서 삶의 질은 물론이고, 환자와 의료진 간 커뮤니케이션 및 치료 순응도 향상을 통해 궁극적으로 암의 치료 결과도 좋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이암•이차암 예방에도 신경써야  

암환자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해지기 쉬운 만성질환 관리와 전이 및 이차암 예방도 암생존자 관리에서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중앙암등록사업 자료를 토대로 1993년부터 2000년 사이에 암으로 진단받고 5년 이상 생존한 24만여 명의 사망 원인을 분석한 국내 연구에 따르면 2005년까지 5년 이상 생존자의 10.9%가 사망했는데, 그 중 24.0%는 암 이외의 다른 원인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Cancer Causes Control 2010;21:919-29).  

10년 이상 생존한 환자들에서는 그 수치가 40%까지 증가했는데, 이는 오래 살수록 암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암 이외의 다른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는 순환기질환이 31.4%로 가장 높았고, 뇌혈관질환(18.5%), 호흡기질환(10.8%) 등으로, 암 병력이 없는 일반인의 사망 원인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장기 생존한 암환자는 암의 재발에 의한 건강 위험 외에 정상인과 기본적으로 비슷한 건강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의미한다. 서울의대 윤영호 교수(서울대학교암병원 완화의료센터)팀의 연구결과, 일반적으로 암 발생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는 흡연, 음주, 비만, 인슐린 저항성 등이 암환자에서도 사망 및 이차암 발생에 영향을 주는 위험인자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J Clin Oncol 2006;24:5017-5024).  

암환자에서 만성질환은 암 자체의 경과나 이차암 발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거꾸로 암 치료과정에서의 장기적인 합병증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국내 암으로 진단된 남성 1만 4181명을 대상으로 이차암 발생 위험을 평가한 국립암센터의 7년 추적 결과에 따르면 암생존자는 일반인에 비해 이차암 발생 위험이 2.3배 높았고, 흡연, 비만, 당뇨병 등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연구팀은 "암생존자가 일반인에 비해 이차암 발생 위험이 높고, 특히 암 진단 전 흡연, 비만, 당뇨병과 같은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더욱 심화되므로 암환자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지지의료 시작 빠를수록 덕 본다
먼저 시행한 일본 시스템 탄탄 국내 적용에 참고할 만  

지지의료가 필요하다는 데 대해서는 사회적 컨센서스가 어느 정도 이뤄진 가운데 초기부터 지지의료가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010년 NEJM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에서 조기완화의료(early pallitative care)를 시행하면 폐암 환자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생존율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NEJM 2010;363:733-42). 이는 의료계에 센세이셔널한 파장을 일으키면서 조기완화의료를 지지하는 근거로 오늘날까지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모델로 삼을 만한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2007년 4월 암대책기본법 제정 이후 제2기 암대책추진기본계획의 전체 목표 중 하나로 '암에 걸려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의 구축'을 내세우면서 '치료 조기 단계부터 완화의료의 실시'를 중점과제로 선정했다.  

전국 397개 지역암 진료제휴 거점병원에 상담지원센터를 설치했고, 신체 및 정신증상 완화 전문의사와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완화의료팀을 두어 진료가산점을 적용했다. 암환자를 진료하는 모든 의료인들은 의사소통 기술훈련과 완화의료, 정신종양학 연수를 받도록 했고, 연수를 수료하면 암성통증완화 지도관리료, 완화병동 입원료, 암환자 상담료를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2014년에는 거점병원 지정요건이 개정되면서 모든 환자들에 대한 고통 선별검사가 필수항목이 됐고, 기존에 1회에 한해 산정되던 암환자 상담료는 6회까지 산정이 가능하다.

학회 활동도 활성화되어 있는데 1996년 창립된 일본완화의료학회는 회원수가 1만1000명에 이르고 지난달 개최된 제19회 일본완화의료학회에는 참석자수가 8500명을 넘었다.  

국립암센터 김종흔 지원진료센터장은 "일본에 단시간 내 완화의료가 확산될 수 있었던 데는 정부 주도의 영향이 크다”면서도 “그 이면에는 일본대암협회와 같은 민간기구의 노력과 암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5년부터 매년 진행되고 있는 암환자 대집회 등 환자 참여운동이 중요한 모멘텀으로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국내 최장 완화의료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브란스병원이 조기완화의료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5월 연세암병원을 개원하는 과정에서 완화의료센터를 확대 개편하고 아동-청소년-청년 완화의료팀과 성인 완화의료팀을 조직했다. 2012년 말에는 미국 완화의료 리더십센터의 알라바마 대학병원 완화의료팀으로부터 컨설팅을 받기도 했다.  

연세의대 최혜진 교수(연세암병원 완화의료센터장)는 최근 개최된 암정복 포럼에서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평가하긴 이르지만 국내 최초로 소아 완화의료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암 진단 시 초기상담부터 투병기간 부모 상담, 놀이치료, 미술치료 등 지원프로그램 강화에 힘쓰고 있다"면서 “조기완화의료가 자리잡으려면 전문인력의 양성과 시스템 및 재정적인 측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국립암센터 김종흔 지원진료센터장 인터뷰
"국내 지지의료 걸음마 단계" 
암 치료율은 성과 거뒀는데 관리 정책은 없어

국립암센터 김종흔 지원진료센터장이 보는 국내의 지지의료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암 치료율 향상으로 암생존자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에 지지의료의 개념이 도입된 것은 5~6년에 불과하다. 호스피스나 완화의료는 제2기 암정복 10개년 과정에서 제도화가 상당히 진척되면서 어느 정도 정착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지지의료는 대형 종합병원과 암전문의료기관에서 시도되고 있는 정도다. 

2008년 국립암센터가 가장 먼저 부속병원 지원진료센터를 중심으로 통증, 신경, 정신건강, 재활의학, 완화의료클리닉 등 통합지지의료팀을 구성했고 비슷한 시기에 서울대학교암병원, 삼성서울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에 통합지지의료센터가 설립됐다. 

▲ 국립암센터 김종흔 지원진료센터장

그러나 김 센터장은  "궁극적으로 지지의료 전체가 발전하려면 모든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요구를 충족시키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선별하는 체계적인 접근방식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외래 공간에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등 팀접근이 필요한 진료과들을 모아놓은 클리닉 개념에 불과하고, 정신건강의학과나 통증클리닉 등 중재가 필요한 극소수의 환자들에 한해서만 지지의료가 제공되는 형태라는 것. 환자들은 진료의사가 물어보지 않으면 불편한 증상을 말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놓칠 수도 있고, 이 경우 더 큰 문제가 초래될 수도 있다.

그는 "간단한 질문으로 구성된 선별도구를 통해 지지의료가 필요한 환자군에 대한 스크리닝이 시행돼야 한다"면서 "검사 결과 환자가 가벼운 디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면 기존에 진료하던 의료진이 환자를 정서적으로 지지해 주는 것으로도 충분하지만, 중등도 이상의 디스트레스 수준이 측정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등 정신보건 전문가가 개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방식이 적용되려면 암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도 디스트레스를 선별하는 방법과 가벼운 디스트레스의 관리 방법에 대해 교육을 받아야 한다. 

사실 선별도구가 없어서 스크리닝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만은 아닌데, 궁극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스크리닝을 해도 해줄 수 있는게 별로 없다는 게 딜레마다.

그나마 전문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고있는 암환자들은 지지의료에의 접근성이 높은 편이지만 일차적인 치료를 마친 암생존자들은 지역사회에서 혜택을 받기 힘든 구조고, 최근 암환자 전문 요양병원을 표방하는 의료기관이 늘고 있지만 일부 기관에서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대체의학적인 치료를 권하는 등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암환자들 중에는 보완대체의학, 그중에서도 심신의학적 방법을 선호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김 센터장은 "정신종양학의 개입 목적은 암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암환자의 디스트레스를 완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지지의료의 목적이 생존율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센터장에 따르면 기존의 정신종양학연구회가 오는 9월 정기총회와 학술대회를 열고 정신종양학회로 공식 출범하게 된다. 학회 회장으로는 현재 정신종양학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의대 함봉진 교수(서울대병원 암통합케어센터장)가 추대될 예정이다.  

김 센터장은 "현재 연구회에 소속돼 있는 회원 수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을 포함해 100명 남짓이지만 국내 암생존자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양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리나라의 정신종양학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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