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질병관리본부 개발 및 공개

▲ 대한의사협회 제34차 종합학술대회에서 1차의료용 고혈압에 대한 임상진료지침이 발표됐다.

대한의학회가 대한의사협회 제34차 종합학술대회에서 1차의료용 고혈압·당뇨병에 대한 임상진료지침을 발표했다. 이번 진료지침은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관리과의 '만성질환 예방관리 가이드라인 개발 기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대한의학회가 행정지원·인적구성·방법론 구성을 맡았고 관련 학회들이 전문적인 내용을 구성했다.

이런 흐름에서 이번에 발표된 1차의료용 고혈압 임상진료지침은 지난해 발표된 대한고혈압학회 임상진료지침과 내용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번 진료지침은 1차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것인 만큼 진료환경을 고려해 진료지침의 내용과 권고사항에 대한 내용을 간소화 했다는 점, 권고 관련 혜택(benefits)을 제시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대한개원의협의회도 개발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실제 임상적용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다.

학술대회에서 '일차 의료용 고혈압 임상진료지침'은 서울의대 김철호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가 발표했다. 임상진료지침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 고혈압의 정의·측정방법
지난해 미국심장·폐·혈액연구소(NHLBI)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인 JNC8이 나와 있지만 이번 진료지침에서는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과의 통일성을 위해 JNC7판의 고혈압 정의를 인용, 정상혈압은 수축기혈압 120mmHg 미만, 이완기혈압 80mmHg 미만으로 정의했고, 고혈압은 140/90mmHg 이상으로 분류했다.

김철호 교수는 "고혈압 전단계도 1기, 2기로 분류할 필요는 없었지만,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과 통일성을 갖추기 위해 나눴다"고 부연했다.

△ 측정 방법에 따른 고혈압의 진단 기준
혈압측정방법은 수은 혈압계나 인증된 자동혈압계를 이용한 진료실혈압 측정을 제시하고 있지만, 백의 효과·백의 고혈압을 배제하기 위해 가정혈압과 24시간활동혈압 평가에도 무게를 뒀다. 가정혈압 측정 시에는 135/85mmHg 이상, 24시간 활동혈압은 일일 평균 130/80mmHg 이상, 주간 평균 135/85mmHg 이상, 야간 평균 120/70mmHg 이상으로 정의했다(권고등급 Ⅱa, 근거수준 B).

△ 기본검사 및 표적장기 손상평가
기본검사에 대해 김 교수는 "미국, 유럽, 일본 가이드라인에서 각기 다른 다양한 검사를 제시하고 있어 헤모글로빈 또는 헤마토크릿, 나트륨, 칼륨, 크레아티닌, 예상 사구체여과율, 요산 및 공복 혈당과 공복 지질, 소변검사, 1년 단위 12-유도 심전도 검사 등으로 단순화해 제시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무증상성 표적장기 손상 평가도 단순화 했다. 혈압의 조절 정도와 관계없이 심혈관계 합병증의 조기진단 및 치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데 심장의 경우 모든 환자는 좌심실비대, 좌심방비대, 부정맥, 동반된 심장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심전도 시행을 권고했다(Ⅰ, B).

△ 목표혈압 설정
목표혈압에서도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과 통일시켰다. 일반적인 치료 목표는 140/90mmHg 미만으로 심뇌혈관, 관상동맥질환이 동반된 고혈압 역시 이와 동일하게 제시됐다(Ⅰ, A). 특히 노인성 고혈압은 HYVET 연구를 근거로 80세 미만은 140/90mmHg 미만, 80세 이상은 150/90mmHg 미만으로 정의한 것이 특징이다(Ⅱa, B).

△ 약물 치료의 일반지침
고혈압의 1차약제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 억제제, 칼슘채널차단제(CCB), 티아지드계 이뇨제, 베타 차단제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근거수준 A, 권고등급 Ⅰ). 여기서 약제의 절대적인 금기에 해당될 경우 회피가 기본이며 상대적 금기는 약물 사용의 득과 실을 고려해 선택할 것을 명시했다(Ⅰ, A).

각 약물의 절대적 금기는 티아지드계 이뇨제(통풍), CCB(없음), 베타차단제(천식, 2·3도 방실차단), ACE 억제제 및 ARB(임신, 혈관부종, 고칼륨혈증, 양측 신동맥 협착증), 알도스테론차단제(급성신부전증, 고칼륨혈증)로 제시했다.

더욱이 베타차단제/티아지드계 이뇨제의 병용요법은 혈압강하 측면에서는 효과적이나 인슐린 저항성의 증가에 따른 혈당상승, 이상지질혈증 발생의 위험이 증가된다고 서술했다.

단독요법과 달리 병용요법에서는 최대한 단순화를 꾀했다. 이에 권고사항에서 많은 내용을 다루기보다 병용요법 표로 단순히 표현했다. 단 ACE 억제제(또는 ARB) + 베타차단제 병용요법과 ARB + ACE억제제의 병용요법은 추천하지 않았다(Ⅲ, A).

한편, 약물 치료의 순응도 향상에 있어 2제 이상의 병용요법을 할 경우 단일 복합제 사용을 고려토록 했다(Ⅱa, B).

△ 부가적인 기타 약물치료
이 외 항혈소판요법, 지질강하제 투여, 혈당조절에 대해서도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항혈소판 요법은 고혈압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발생 이후 항혈소판제제를 2차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권고했다(Ⅰ, A).

지질 강하제는 신장기능이 저하됐거나, 당뇨병이 동반된 경우, 표적장기 손상 동반, 심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요인이 3개 이상인 고위험 고혈압 환자에 추천했고, 심혈관질환이 없는 환자의 경우 LDL-C 130mg/dL 미만 유지, 관상동맥질환을 동반했을 때는 LDL-C 70mg/dL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Ⅰ,A).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조절은 미세혈관합병증 및 대혈관합병증의 발생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조절이 필요하며, 이상적 목표는 당화혈색소 6.5% 이하지만 환자의 상황에 따라 개별화할 것을 권고했다(Ⅰ, A)

△ 임신성 고혈압 치료 기준
혈압이 160/110mmHg 이상인 중증 고혈압의 경우 약물치료를 하는 것에 이견이 없는 상황이며(Ⅰ, B), 목표혈압을 150/100mmHg 미만으로 조절하는 한편 이완기 혈압을 80mmHg 미만으로 낮추지 않도록 했다. 또 임신 중 유용한 고혈압 약물로는 메틸도파(국내 가용되지 않음), 하이드랄라진(hydralazine), 베타차단제, CCB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Ⅱa, D).

"낮출수록 좋다는 가설 안맞아 목표혈압 따른 적절한 관리 필요"
서울의대 노인병내과 김철호 교수

김철호 교수는 지난해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 개정 시 논란이 된 7가지 사항을 언급, 이번 일차 의료용 진료지침에도 이에 대한 내용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 중 대표적인 사항은 1차 치료제에 베타 차단제를 포함할 것인가다. 베타 차단제는 수십 년간 사용돼 왔지만 최근 뇌졸중 사망률 감소에 긍정적인 결과를 보이지 못해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부정적인 의견들이 대두돼 왔다. 이에 김 교수는 "미국 가이드라인에서는 베타 차단제를 1차 치료제에서 제외시켰지만, 유럽과 우리나라 진료지침에서는 여전히 이를 1차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ARB와 ACE 억제제의 병용문제에 대해서는 이 전략이 혜택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고령화에 따른 고령연령 기준도 이슈로 꼽았다. 김 교수는 "최근 발표된 JNC8판에서는 고령의 기준을 60세 이상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국내 진료지침에서는 HYVET 연구를 근거로 80세 이상으로 구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적정혈압으로의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더이상 혈압이 낮을수록 좋다는 가설은 통용되지 않는다"며 타깃 혈압에 맞춘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국내 고혈압 치료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나빠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최근 30·40대 젊은 연령의 치료율 향상이 중요하고 시급하다"며 경각심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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