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갑상선학회, 임신 분기별 혈청 TSH 정상범위 제시

▤대한갑상선학회, 임신 중·산후 갑상선질환의 진단·치료 권고안

임산부들을 위한 갑상선질환의 진단 및 치료 가이드라인이 국내에서 처음 나왔다.

대한갑상선학회는 최근 '임신 중 및 산후 갑상선질환의 진단 및 치료 권고안'을 갑상선학회지에 발표했다. 이는 국내 유병률 증가로 임신 중 갑상선질환이 산모와 태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가운데 제시된 최초의 국내 가이드라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2011년 미국갑상선학회(ATA)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학회는 진료지침제정위원회 산하에 내분비내과 및 산부인과 전문의로 구성된 TFT를 조직했고, 이를 토대로 권고안 초안을 작성해 학회장에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본을 완성했다.

 

특별히 임신 분기별 혈청 갑상선자극호르몬(TSH) 정상범위를 제시한 것이 주목할 만한데, ATA 가이드라인에 따라 임신 1분기에는 0.1~2.5mIU/L, 2분기에는 0.2~3.0mIU/L, 3분기에는 0.3~3.5mIU/L를 유지하도록 권고했다(권고수준 I).

임신 중 갑상선기능저하증갑상선중독증의 진단과 원인, 그로 인한 영향과 치료 전략들을 세부적으로 다뤘으며 임신 중 발견되는 갑상선결절과 갑상선암, 산후갑상선염에 대해서는 치료 및 추적관리 방안을 알고리듬과 함께 제시했다.

 

태아 건강도 위협…임신 전 갑상선 기능 확인해야

가이드라인의 서두에서는 임신 중 갑상선질환을 치료해야 하는 당위성을 강조했다.

임신은 갑상선 및 갑상선 기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요오드 섭취량에 따라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갑상선의 크기가 적게는 10%, 많게는 30%까지 증가하고 T3, T4 생산량도 50% 정도 증가하기 때문에 충분한 양의 요오드를 보충해주지 않으면 임신 후기에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문제는 이러한 임신 중 갑상선 기능 변화가 임신 자체뿐 아니라 임신부나 태아의 건강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데 있다.

임신 중 현성갑상선기능저하증(OH)은 태아의 신경인지 발달에 악영향을 주고 임신합병증 증가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NEJM 1999;341:549-55), 비교적 일관성은 낮지만 무증상갑상선기능저하증(SCH) 역시 이에 대한 연관성이 보고된 바 있다.

또한 임신부의 10~20% 정도에서 해당하는 TPOAb 또는 TgAb 양성 환자의 경우 임신 후기에 TSH 수치가 4.0mIU/L 이상으로 상승하거나(16%) 산후갑상선염 발생 가능성(33~50%)이 증가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임신 중 갑상선기능저하증

임신 중 혈청 TSH 증가로 정의되는 일차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은 혈청 FT4 수치에 따라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SCH) 또는 현성 갑상선기능저하증(OH)으로 분류된다.

치료가 필요한 대상으로는 FT4가 감소되고 TSH는 임신 분기별 정상범위보다 높거나 FT4 수준에 관계 없이 TSH≥10.0mIU/L인 OH 환자(권고수준 A), TPOAb 양성인 SCH 환자(B)가 제시됐고, 임신 중 저티록신혈증에 대해서는 데이터 부족을 근거로 치료를 권장하지 않았다(C). 이들에게는 혈청 TSH 수치를 임신 분기별 정상범위 내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LT4를 경구복용하도록 했고, T3 제제 또는 건조된 갑상선 등의 기타 제제는 사용을 제한했다(A).

약물치료를 하고 있지 않은 SCH 임신부는 임신 16~20주까지 4주마다, 26~32주 사이에는 최소 1회 이상 TSH와 FT4를 측정해 OH로의 진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추천된다(권고수준 I).

기존에 LT4를 복용 중인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라면 임신이 확인되는대로 LT4 복용량을 25~30%까지 증가시키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는데, 임신 전 계획단계에서 TSH<2.5mIU/L까지 조절하는 것도 임신 1분기에 TSH 상승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B).

 

△임신 중 갑상선중독증

갑상선중독증은 혈중 T3, T4의 증가로 대사항진과 과다활동 등의 임상증상을 나타내는 상태로 정의된다.

임신 중에는 항갑상선제의 사용이나 방사성요오드를 이용한 스캔, 섭취율 검사 등이 제한돼 제약이 많으므로 기존에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있는 여성이라면 가급적 임신을 시도하기 전에 갑상선 기능을 정상화 하는 것이 좋다. 가이드라인에서는 그레이브스병으로 치료 중인 여성에서 임신의 적기는 갑상선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된 이후라고 명시하면서 임신을 시도하기 전에 갑상선 기능을 정상화 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권고수준 A).

이를 위해 방사성요오드 치료, 갑상선제거술, 약물치료 등을 고려할 수 있는데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시행할 경우 혹시 모를 임신 상태에서 태아가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반드시 48시간 전에 임신반응검사를 실시하되 치료 후 6개월 동안은 피임이 권장된다.

그러나 부득이 임신 초기에 혈중 TSH 수치가 0.1mIU/L 미만으로 확인되면 자세한 병력 청취와 혈중 FT4 측정을 통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고(B), 이 때 치료 여부는 환자 증상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 지지요법과 수액공급 등을 통해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을 교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법이고 심할 경우 입원 치료를 고려할 수 있으며(A) 항갑상선제 사용은 권고되지 않는다(D).

 

△갑상선결절과 갑상선암

임신 중 발견되는 갑상선결절과 암은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 임신의 유지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치료는 결절의 크기와 악성 여부, 암종이나 림프절 전이 유무 등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임신기간 중 갑상선결절이 발견된 모든 여성에 대해 철저한 병력청취와 신체검진, 혈청 TSH 검사와 경부 초음파가 시행돼야 하고, 방사성핵종스캔의 사용은 금기이며 갑상선 혹은 림프절에 대한 미세침흡인검사(FNA)는 임신에 추가 위험을 유발하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권고수준 A).

FNA 결과 악성 소견을 보일 경우 종양이 크고 광범위한 림프절 전이가 있는 수질암 또는 분화암 환자, 미분화암 환자를 제외하면 가급적 수술은 분만 이후로 연기하라는 것이 가이드라인의 방침인데,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임신 2기에 시행하는 것이 임신부와 태아의 합병증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권고수준 B). 분화갑상선암에서 수술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면 분기마다 경부 초음파검사를 시행해 경과를 관찰해야 하고, 갑상선호르몬 억제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I).

 

△산후갑상선염

산후갑상선염의 치료는 갑상선중독기와 정상갑상선기능, 갑상선저하기로 나눠진다. 갑상선중독기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무증상인 경우에는 4~6주 후 TSH만 측정해보면 되지만 안절부절 못하거나 심계항진 등 증상이 있다면 급성기에 베타차단제(프로프라놀롤)의 사용을 고려할 수 있으며 항갑상선제의 사용은 권고되지 않는다(D). 프로프라놀롤을 투여할 때에는 가능한 최저 용량(10~20㎎ QD)을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권고수준 B).

갑상선기능이 호전된 이후 갑상선기능저하로의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산후 1년까지 TSH를 2개월마다 측정하도록 했고(B), 갑상선저하기에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LT4 투여가 권고된다(권고수준 A).

 

"국내 데이터 기반 개정 권고안도 낼 것"

한편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임신 중 요오드 섭취에 대한 부분은 포함시키지 않았는데, 우리나라의 요오드 섭취량은 전 세계적으로 상위 수준에 해당하는 만큼 국내 임신부들을 대상으로 요오드 섭취량과 임신 중 갑상선기능이상의 연관성 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결론에서 도출됐다.

대한갑상선학회 정재훈 이사장(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은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임신과 관련된 갑상선질환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어서 해외 논문, 특히 최근 발표된 미국갑상선학회의 진료 권고안을 바탕으로 제정했다"며 "조만간 우리나라의 자료도 만들어질 계획이어서 몇년 후에는 이를 반영해 개정 권고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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