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학술대회, 근거기반 권고요약본 2014 발표

개원의를 대상으로 한 고혈압과 당뇨병 맞춤 진료 가이드라인이 공개됐다.

대한의사협회 제 34차 종합학술대회에서 '1차 의료용 만성질환 예방관리 가이드라인 개발'을 주제로 서울의대 김철호 교수와 연세의대 차봉수 교수가 '개원의 대상 근거기반 권고 요약본 2014'를 29일 발표한 것. 단, 대한고혈압학회와 당뇨병학회가 앞서 공개한 학회 가이드라인과는 내용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이번 근거기반 권고 요약본 2014는 각각 대한고혈압학회(임상진료지침 제정위원장 김철호)와 대한당뇨병학회(임상진료지침 제정위원장 차봉수)가 내용을 담당했고, 대한의학회(회장 김동익)가 개발 및 발행을 진행했다. 지난 2013년 요약본과의 차이라면 개발 참여학회로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일중 김일중내과의원)가 동참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요약본의 특징은 외래의 진료환경을 고려해 권고내용과 등급, 근거수준, 참고문헌을 간소화하고 권고 관련 편익(benefits), 권고(미실행) 관련 부작용 및 합병증, 진료 시 고려할 점 혹은 특수 상황에서의 권고 사용법을 추가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 의료비용 증가를 감안, 진단 검사의 간소화  
먼저 김 교수는 가이드라인 개발의 주체를 2가지로 구분하면서 '국가위주의 가이드라인'은 사회 역학을 기본으로 비용-효과 측면을 강조하고 '학회 주도 가이드라인'은 임상의사의 학문적인 요소가 주가 된다고 운을 뗐다.

이에 같은 사실도 바라보는 의료진의 시각에 따라 완전히 다른 해석이 생길 수 있는데 이번 개원의를 대상으로 한 가이드라인은 실제 1차 의료기관에서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지침만을 간소화해 엮었다는 설명이다.

지침서에서 고혈압의 정의는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인 JNC7을 근거로 학회의 2013년 지침서와 동일하게 적용되며 가정혈압·활동혈압의 측정을 강조했다. 또 복잡함을 피하기 위해 환자의 평가를 단순화하는 한편 위험도의 계층화는 하지 않았고, 검사를 간소화했다. 2차 병용요법에서도 순응도 향상을 위해 단일제제의 선택을 우선시 했다.

여기서 고혈압 환자의 기본 검사는 정확한 평가를 위해 다양한 검사가 요구되지만, 개원가는 이 단계가 복잡해지면 의료비용의 증가라는 맹점이 발생한다는 것을 고려했다는 김 교수의 조언이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2013년 고혈압 가이드라인 개정 시 논란이 된 7가지 사실을 지적하고 이를 요약본에도 반영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베타차단제가 1차 치료제로 사용돼야 할 지 고민이 따랐고,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 억제제 병용요법의 필요성 부분, 해외 지침과 목표혈압 설정에서의 논란, 노인에서 연령을 구분해 목표혈압을 설정한 사실 등을 예로 들었다.

이에 노인성 고혈압의 목표혈압을 80세 미만은 <140/90mmHg, 80세이상은 <150/90mmHg 으로 고려한다(근거수준B, 권고등급Ⅱa)는 내용이 기술됐다.

베타차단제의 경우는 심부전증, 심근경색증, 관상동맥질환에서 심혈관질환의 발생을 유의하게 감소시켜주는 효과가 입증된 약물이지만 55세 이상의 고혈압 환자들에서 뇌졸중 예방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보고되고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켜 혈당상승, 이상지질혈증 등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약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3세대 베타 차단제가 혈당이나 지질대사에 유리한 작용기전을 가지지만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사실을 언급하면서 "고혈압 약물의 병용요법에서는 베타차단제/티아지드계 이뇨제의 병용요법은 혈압강하측면에서는 효과적이나 인슐린 저항성의 증가에 따른 혈당상승, 이상지질혈증 발생의 위험이 증가된다"며 "혈압강하 측면에서 ACE억제제(또는 ARB)/베타 차단제 병용요법과 ARB/ACE억제제의 병용요법은 권고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근거수준A, 권고등급Ⅲ).

특히 김 교수는 "고혈압 치료의 문제점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나빠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최근 30,40대 젊은 연령의 치료율의 향상이 중요하고 시급한데, 복잡한 외국의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보면 서로 통일되지않고 있어 애로사항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 임신성 당뇨병 진료, 혈당 기준치 합의 '부재'
이어 발표한 연세의대 차봉수 교수는 종합병원과 1차 의료용 가이드라인이 다를 수는 없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개원의를 대상으로 한 당뇨병 권고 요약본에 대한 근거자료를 추가하는 후속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서두에 밝혔다.

차 교수는 "근거를 기반으로 한 가이드라인의 개발은 근본적으로 보다 나은 의료의 질을 평가받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의료 급여의 정당성을 부여받기 위해서도 가이드라인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국내 당뇨병 진료 가이드라인의 개정은 2년을 주기로 작업이 진행되는데 현재 4차 가이드라인이 나와있는 상황으로 "이번 요약본은 개원가의 상황을 반영해 1차 의료기관에서 해야하는 항목들을 명확히 분류하고 부가적인 것은 참조 수준으로 구분해 간소화했다"고 차 교수는 부연했다.

특수상황에서의 지침과 관련해 "당뇨병의 급성 합병증 발생은 처치 지침을 기술하지 않았는데 이는 개원가에서 이를 시행해야 된다는 강박이 생길 것으로 사료돼 권고사항으로 상급병원 전원을 추천했고, 소아환자 부분에서 제1형 당뇨병은 개원가에서 많은 환자가 없을 것 같아 제외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차 교수는 "나이가 많은 산모가 늘면서 임신성 당뇨병의 진료 방향이 변화하는 추세로, 어중간하게 혈당이 높은 환자의 분포가 많아졌지만 아직 혈당 기준치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라고 현실을 꼬집었다. 물론 엄격하게 치료하는게 효과적이겠지만 적극적인 치료는 비용 상승의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

끝으로 그는 "의료평가 기준에 대한 논의를 보면 우선적으로 의료재정을 고려하는 반면 진료적인 측면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게 문제"라고 역설했다.

발표가 끝난 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권고되지 않음'을 의미하는 권고등급Ⅲ의 항목이 적게 제시됐다는 부분과 삭감을 고려해 유보적인 표현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당뇨병 관리에서 "비타민이나 무기질의 보충은 권고되지 않지만 결핍상태에 있거나 제한적 식이섭취를 할 경우는 보충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 권고등급Ⅲ으로 유일했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이에 좌장으로 참석한 경희의대 비뇨기과 장성구 교수는 "이번 요약본은 개원의가 참여하는 등 보다 현실적인 지침 개발을 위해 노력했지만 시간적인 노력에 있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향후 진료지침이 실제적인 진료 현실을 아우르는 고품질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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