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불인정•의료진간 갈등에 ‘주춤’

 
증상이 악화될 위험이나 징후가 있는 환자를 미리 찾아내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는 '조기대응시스템'을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이 시작했지만 확산되지 못하고 있어 그 이유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선진국선 확산…국내 5개병원만 운영
1990년대 호주와 미국 등에서 시작된 조기대응시스템은 현재 캐나다, 영국, 덴마크, 네덜란드 등에서 효과를 인정받으며 널리 자리 잡은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서울아산병원이 ‘MAT(Medical Alert Team)’을 만들어 조기대응시스템을 선보였고, 2009년에는 삼성서울병원이 아산병원과 같은 개념의 'SMART(Samsung Medical Alarm Response Team)’를 발족시켰다.

서울아산병원의 MAT는 전담간호사 9명과 전임의 3명이 소속돼 있으며, 소아과병동을 제외한 전 병상을 24시간 스크리닝해 이상징후가 있는 환자를 찾아내는 활동을 하고 있다.

삼성의 SMART도 환자가 심박수가 빨라진다거나 호흡이 증가될 때 조기 발견해 환자가 중환자실로 가는 것을 예방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2011년 발족된 한양대병원 신속대응팀 ‘HaRRT(Hanyang Rapid Response Team)’도 고위험환자를 대상으로 사전에 관리하고,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빠르고 적절한 치료를 해 사망률을 낮추는 일을 하고 있다. 발족 당시에는 전문의 2명, 임상강사 2명, 전공의 2명, 간호사 1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인원이 3명으로 줄어들었다.

조기대응시스템 효과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2013년 서울성모병원도 ‘쏠트팀(St. Mary’s Advanced Life support Team)’을 출범했다. 쏠트팀은 CPR률과 사망률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김석찬 중환자실장(호흡기내과 교수)을 리더로 호흡기내과, 외과 임상강사 각 1명, 중환자실 당직의 2명, 중환자 간호팀장 및 전담 간호사 3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다.

쏠트팀은 병원내 응급 내선번호(8282)를 개설해 중환자 전담 간호사가 전화를 받고, 같은 팀 의사에게 연락해 해당 병동 도착시간 10분 이내에 출동하는 프로세스를 갖췄다. 김 교수는 "사전 스크리닝 시스템을 통해 고위험 환자를 모니터링 하며, 중증환자를 선별해 환자에 대한 사정, 중재, 계획을 세운다"며 "해당 병동 주치의 및 담당 간호사에게 알리거나 필요 시 직접 출동해 함께 환자 중재에 참여한다. 또 쏠트팀의 의사 및 간호 기록을 독립적으로 작성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5월에는 충남대병원이 지방 상급종합병원 중 최초로 조기대응팀 ‘MAT(CNU Hospital Medical Alert Team)’를 출범시켰다. MAT는 호흡기내과, 응급의학과, 중환자의학 분야 전문의 9명과 중환자 전문간호사 3인으로 구성됐다.

심정지•사망률 크게 낮춰

각각의 병원이 이름은 다르지만 환자의 응급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조기대응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이 시스템이 효과가 있다는 근거 때문이다.

환자안전증진을 위해 설립된 국제질향상연구소(Insititute for Healthcare Improvement, www.ihi.org)에서는 2005년 이러한 조기대응시스템이 병동의 일반 간호사와 의사들이 인지하기 어려운 그레이 존(판정유보구역, grey zone)에 속한 환자들의 안전을 도모하고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음을 보고한 바 있다.

지난 3월 우리나라에서도 신속대응팀의 효과가 학술지에 게재됐다. 한양대병원 신속대응팀 곽현정 교수는 3월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SCI학술지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신속대응팀이 1년 동안 원내 입원환자의 예측하지 못한 심정지를 31% 낮췄고, 전체 입원환자의 사망률 또한 11% 낮춘 성과를 발표했다. 또 활동 후 2년이 지난 후에는 예측하지 못한 심정지가 47%로 감소했다는 결과를 게재했다.

수익성 적어 병원 투자로는 한계

국내외적으로 조기대응시스템이 효과를 인정받고 있지만 빠른 속도로 확산되지 못하는 것은 수가가 인정되지 않아 병원 수익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과 병원 내부 의료진 간의 미묘한 갈등 때문이다. 

곽 교수는 "당장 눈앞에 수익을 내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병원 경영진이 조기대응시스템에 투자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조기대응시스템이 환자의 심정지와 사망률에 효과를 보이는 것을 인정하고 빨리 수가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의사들은 자신의 환자는 자신만이 봐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다. 또 누군가 개입한다는 것은 자신의 허점을 보이는 것이란 생각을 한다"며 "외과계보다는 내과계열이 이런 생각이 많아 신속대응팀이 폭넓게 활동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 곽현정 교수
"환자안전 효과 탁월수가 인정되면 연착륙 가능”
한양대병원 신속대응팀 곽현정 교수

- 신속대응팀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병동에서 감지 못하는 고위험환자는 전체 입원 환자의 약 4% 정도다. 이들 중 10%가 예상하지 못한 심정지를 일으키는데 이를 미리 선별해 치료하면 30% 이상의 심정지를 막을 수 있다. 실제 우리 병원에서도 심정지를 31% 낮췄다. 팀이 운영되면 효과는 반드시 있다고 생각한다.

- 3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
 의사들은 자기 환자에 대해 다른 누군가가 관여하는 것에 굉장히 민감하다. 신속대응팀이 업무를 시작한 초기에는, 의사 본인들이 잘 보고 있는 환자를 신속대응팀 실적으로 받아가는 ‘필요 없는 업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물론 지금도 같은 생각을 하는 진료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중환자실이나 다른 진료과에서 먼저 우리를 찾는 일이 많아지는 등 인정받고 있다.

- 신속대응팀 운영에 어려운 점은?
신속대응팀이 병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도록 하는 게 힘들다. 또 병원 경영진은 비용은 들고 수익은 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처음 세팅보다는 유지하는 게 더 어려운 것 같다. 환자안전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한 수가를 인정하면 훨씬 수월할 것 같다.

- 3년 동안의 노하우를 공유한다면?
병원 내부에서 신속대응팀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고, 처음에는 활동 범위를 넓게 잡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좁게 활동하는 게 좋다. 또 중환자세부전문의 중 호흡기와 마취과 중심으로 팀을 구성해야 활동이 용이하고, 잘 트레이닝 된 중환자세부전문간호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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