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호텔 아닌 휴양.힐링에 초점...웰니스센터.건강증진센터 등

제주에 국내 첫 메디컬리조트 탄생
WE병원 600억원 투자…병원•호텔 아닌 휴양•힐링에 초점
 

제주도에 최초의 메디컬리조트 WE병원 겸 호텔이 탄생했다. 연평균 외국인 환자 1300여 명이 찾는 한라병원은 외국인들에게 더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존 호텔을 인수, 휴양과 힐링을 위한 메디컬리조트로 만들었다.

무려 600억원 투자, 대지 21만㎡에  건물 연면적 1만6167㎡에 달하는 WE병원 겸 호텔은 여느 병원, 또는 여느 호텔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메디컬리조트를 방문해 WE병원 최일봉 원장과 함께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 WE병원 겸 호텔의 로비와 정원, 객실, 한라산이 보이는 레스토랑의 야외공간.


제주특별자치도법에 따라 병원이 호텔 소유

의료법상에는 아직 호텔과 병원이 같은 건물에 있을 수 없다. 의료재단은 비영리이고 호텔은 영리 목적이기 때문이다. 의료법인의 호텔 부대사업 허용도 이제 막 입법예고됐지만, 의료영리화의 시초라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제주특별자치도법에서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여건으로 지난해 이미 병원이 호텔을 부대시설로 두고 영리사업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WE호텔은 객실 100실을 두고 있으며, WE병원은 웰니스센터(수치료센터), 건강증진센터, 미용성형센터 등 치료보다는 힐링 센터로 구성됐다. 재활의학과, 성형외과, 가정의학과,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등이 상주하고 있으며, 중증 환자가 있으면 한라병원 의료진이 방문해 진료한다.

미용성형센터는 외부 성형외과에서 위탁운영하게 되며, 이달 중 문을 연다. 건강증진센터는 태반 주사, 비타민 주사, 안티에이징 등 평소 건강과 영양관리를 맡는다.

웰니스센터는 독일에서 직접 전수받은 다양한 아쿠아치료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국가 연구비를 지원받은 한라병원 의료진이 독일에서 아쿠아 치료 트레이닝을 받고 돌아온 다음, 독일식 그대로의 물리치료와 마사지를 선보인다.

향후에는 휴양형 암환자 관리프로그램도 도입된다.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암환자들이 치료 후 별도의 회복과 치유의 시간을 원하기 때문이다. 

▲ 아쿠아치료를 위한 대형온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WE병원의 주 타깃은 건강한 사람, 요양을 필요로 하는 사람 둘 다이다.

그렇다고 치료를 전담하는 고유의 병원 성격은 전혀 아니다. 건강검진도 하지 않는다. 한라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가 WE병원에 오더라도 영양 치료나 아쿠아 치료 위주로 받게 된다.

즉, 보통의 병원이나 호텔이 아니라 유럽, 태국, 싱가포르 등지에 도입된 메디컬 리조트임을 강조했다. 일반 투숙객 숙박이 가능하고, 치료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숙박비가 포함된 패키지를 이용할 수 있다. 패키지는 상품 구성에 따라 10만원에서 90만원대까지 다양하게 책정돼있다.

서울에서 치료받은 환자라도 푹 쉬며 즐기다 돌아갈 수 있는 콘셉트이다. 조용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단체 의료관광은 유치하지 않을 계획이고, 개별 투숙객이나 프로그램 이용자들만 받고 있다.  벌써 소문을 듣고 중국인, 러시아인 등 외국인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 메디컬리조트 WE병원 겸 호텔 내부. 웰니스센터, 건강증진센터의 리셉션과 진료실. 웰니스센터 탈의실과 아쿠아치료실.

 

환경 좋고 공기 좋고…"의료관광 전문병원으로"

▲ 최일봉 WE병원장

최일봉 WE병원장은 1년 전 합류했다. 가톨릭의대에서 주임교수, 전이성 암병원장 등을 역임하던 그는 조기은퇴를 준비하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다. 포르쉐클럽 회장을 맡을 정도로 차 한 대 끌고 어디론가 여행을 즐기던 그는 더 나이들기 전 세계일주를 떠나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러던 찰나, 김성수 한라병원장이 자신을 찾아왔다. 제주도에 거주하면 여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그의 설득에 WE병원에 합류하게 됐다.

"병원 겸 호텔을 구상하고 있다고 소개하더군요. 제주 의료관광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만들어 가고, 제주도 구석구석 여행도 많이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메디컬리조트이자 의료관광 전문병원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익숙한 서울을 떠나 제주도에 거주하는 느낌은 어떨까? 환경 좋고 공기 좋고 조용하고 스트레스도 없다. 나가면 산이고 들이고 일부러 여행을 떠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친구’. 때때로 외롭게 느껴진다.

제주도에 살고 싶다는 사람은 많지만, 막상 와보면 이민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다행히 서울에서도 소문을 듣고 몇몇 동료들이 놀러오고 있고, 학회 장소로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제주도에 눌러앉아 3년을 버티면 살 수 있고 3년을 못 버티면 다시 육지로 올라간다는 속설이 있다고.

"어떨 때는 산에 가고 싶고 어떨 때는 바다에 가고 싶기도 하잖아요. 음악회 같은 다양한 문화생활을 할 수 없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겠지요. 메디컬리조트를 운영하면서 즐거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 보겠습니다. 그 사이 제주도에 익숙해졌는지, 서울에 올라가면 공기가 다른 것이 느껴져요. 제주도의 매력에 푹 빠져 지냅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중국인들이 점령하고 있는 제주도의 모습이다. 유력호텔도 중국인이 매입하고, 중국인 관광객에 의해 호텔 가격이 책정될 정도로 중국 거대자본이 '수퍼 갑'이 되고 있다. WE병원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아닌 개별 관광객 위주로 받기로 했다.    

전세계 대상 홍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한국병원홍보협회는 최근 정기세미나를 WE호텔에서 열었다. 과연 국내 최초 메디컬리조트의 장단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홍보해야 할까? 홍보를 업으로 삼고 있는 협회 소속 병원 홍보팀장들에 물어봤다.

“정원 설명•안내 부족”

"정원에만 30억원을 들였다고 하던데 정말 산책하기 좋더군요. 남쪽 정원, 북쪽 정원으로 나눠져 있고 다 도는데 한 시간 반 정도 걸렸어요. 남쪽 정원은 꽃이 예쁘게 가꿔져 있고 북쪽은 자연의 숲 그대로였어요. 그런데 설명을 들어서 알았지, 그냥 다녀보면 모르겠더군요. 병원 입구나 객실에 산책로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안내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코스에 고유 이름을 지어주고, 정원을 걸으면 건강해진다는 스토리를 입혀주면 더욱 힐링되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요?" (이미정 병원홍보협회장.길병원 홍보팀장)

“타깃층 분명하게 분류해야”

"메디컬리조트라는 기대에 부합하는 자연환경과 시설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홍보를 한다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명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령 홍보대상이 일반 투숙객인지, 환자인지를 설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일반인이 환자들과 섞이기 싫어할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어요. 환자라면 병원다운 각종 센터, 프로그램 소개가 호텔 곳곳에 더 있어야 합니다. 타깃을 분명히 한다면 콘셉트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성훈 중앙대병원 홍보팀장) 

“병원 내 즐길거리 개발”

"중국인 등 외국인들이 제주도를 많이 찾고 있습니다. 해외 각지에서 온 외국인을 호텔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즐길거리가 좀 더 풍성하면 좋겠네요. 중문단지까지 멀진 않지만 나가려면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호텔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보완해야 합니다. 바로 앞에 정원이 있으니 야생화 체험이나, 아니면 인근 농장에서의 귤 따기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어떨까요? 한류 열풍으로 인기있는 연예인을 이용한 홍보도 괜찮고요."  (오근식 건국대병원 홍보팀장)

“홍보 가능한 빈 공간 많아”

"단순한 호텔이 아닌, 병원이라는 취지에 맞게 객실에 홍보 동영상을 띄우면 더 많이 알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WE병원 각 센터 동영상을 하나 만들어 객실 TV, 로비 등에 상영되게 하는 것이지요. 병원이라는 안내가 보이지 않아 그냥 일반적인 호텔에 묵는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 같아요.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알고 활용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냥 두기엔 아까운 홍보 가능한 빈 공간들이 많아요." (박유경 강동경희대병원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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