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네온정형외과 박진영 원장, 교수에서 개원의로 '꿈을 실현해가는' 이야기

"어려운 시기에 개원한 이유요? 다들 저마다의 시각으로 바라보시더군요. 대학병원의 업무가 부담스러운 것도, 환자가 많아 주위의 시기질투를 받은 것도, 큰 돈을 벌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급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저만의 진료공간에서 언제든 자유롭게 진료하고 싶어서입니다.”

▲건국대병원 어깨관절센터장에서 박진영네온정형외과로 개원한 박진영원장


지난 4월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이자 어깨관절센터장에서 서울 강남구청역에 개원을 선택한 박진영네온정형외과 박진영 원장. 개원한지 한 두달 사이 벌써 ‘원장’으로서의 일상이 익숙해졌다고 말한다.

실제로도 편해 보이는 표정으로 가득했다. 그가 추구하는 꿈을 한 단계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박 원장이 꼽은 개원의 가장 큰 장점은 환자가 오면 언제라도 외래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정형외과에서 주로 만나게 되는 근골격계 질환자, 운동선수 등은 한시가 급한 이들이 많다. 일주일에 많아야 오전, 오후 나눠 4세션인 대학병원 외래 진료에서는 곧바로 치료해주기 힘들고, 외래 진료시간에 환자 예약을 몰아야만 했다.

환자가 밀리더라도 빨리 검사를 받고 곧바로 치료할 수도 없는 대학병원 시스템의 한계도 있었다. 영상의학과에 초음파, MRI를 의뢰한 다음 다시 진료를 받는 데까지 꼬박 1달, 그리고 다시 수술날짜를 잡는 데까지 3개월이 소요됐다. 초진부터 수술까지 6개월이 걸리기도 했다.

진료실을 반으로 쪼개는 형태로 7개까지 만들고 환자가 옷 갈아입는 시간까지 활용해 어떻게든 진료를 했지만, 공간을 늘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만큼 다른 진료과의 공간을 빼앗아야 했기 때문이다. 인력이 충원되고 펠로우도 1년에 7~8명씩 오곤 하지만, 비좁은 진료실의 해결방법은 없었다.

동선도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진료 중간에 진료실 출입문을 지나 환자 대기실을 통해 다른 진료실을 오가는 일이 무한 반복됐다. 

“어느 날인가 이경태정형외과의 이경태 원장님이 병원 건물 4층에 자리가 비었다고 하시더군요. 잊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보러 갔는데, 가족의 찬성으로 순식간에 계약해 버렸어요. 환자의 불편을 해소하고 나만의 병원을 운영해 보고 싶은 소망이 있었나 봅니다. 갑작스런 결정에 동료나 후배, 제자들도 모두 놀라더군요.” 

병원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신경 쓴 것은 진료공간과 동선. 진료실을 5개까지 만들고 출입문을 통과하지 않아도 이동 가능하도록  뒤쪽 공간을 텄다. 초음파실, 물리치료실, 14병상의 병

 ▲환자가 편안한 환경에 주력한 진료 대기실
실 등도 갖췄다. MRI검사는 빠른 의뢰가 가능한 인근 병원 몇 곳에 맡긴다.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지만 '어깨 명의'로 꼽히는 그의 개원 소식을 수소문해 알음알음 환자들이 몰려오고, 다행히 개원 초기임에도 환자를 기다리지는 않는다. 수술도 벌써 하루에 4케이스 정도 하고 있다. 운동선수, 연예인 등의 급한 진료도 도맡는다. 그에게 직접 오는 예약문의도 곧바로 일정을 잡아준다.  

“이제서야 꿈을 실현하는 듯하네요. 앞으로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까지 챙겨주는 진짜 ‘주치의’로서의 역할을 다할 생각입니다. 수술이 필요하면 수술을 하고 주사가 필요하면 주사를 놔주고 재활치료, 물리치료가 필요하면 세심하게 환자를 돌보는 것이 의사로서 가장 큰 행복입니다. 병원을 무한대로 키우고 돈을 벌고 기계처럼 진료하는 것이 의사의 최종 꿈은 아니잖아요.”

 
운동선수들과 동고동락...건강관리 지원 열악 

정형외과이다 보니 환자 중에는 운동선수가 유독 많다. 올림픽 의무위원이나 각종 스포츠구단 자문을 맡은 이력 탓이기도 하다. 그의 병원에는 치료받은 운동선수들이 선물한 사인볼, 티셔츠 등 기념품이 잔뜩 진열돼 있다.

선수의 신분 보호를 위해 세세한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치료와 관련한 여러 가지 에피소드 소개가 끊이지 않는다. 선수, 감독들과 함께 인연을 쌓아온 매 순간순간이 소중한 기억이다.

▲ 농구, 야구, 축구 등 치료받은 운동선수들이 건네준 사인볼과 운동용품

“인기가 많은 한 야구선수는 어깨가 좋지 않아 출전이 불투명했지요. 수술을 미루는 대신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몇 달간 독하게 자신과 싸웠습니다. 이번에 다시 출전할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대단한 선수입니다.”

“이 사인볼의 주인공은 시합 일주일 앞두고 부상을 입어서 제발 이번 경기만 뛰게 해달라고 사정하더군요. 집중적으로 치료를 해줬는데, 더 이상 놔두면 수술을 해야하는 상황이라 안타까웠어요. 수술을 받으면 선수 인생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십상이거든요.“

“아, 이 선수도 기억에 남네요. 아픈 것을 못 참고 무조건 수술을 해달라고 했어요. 수술 후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무리해서 경기 출전을 했어요. 아찔한 순간이었죠. 여기 티셔츠와 모자는 어깨수술 받은 감독이 선수들을 시켜서 한꺼번에 사인해 보내왔어요. 올림픽 출전 기념 축구공도 있고 야구공은 정말 귀한 물품입니다.  의무위원으로 함께 참여해 영광이었죠.”

선수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역할은 치료하는 의사 이상이다. 선수 생활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몸값, 선수 수명까지도 고려해야 되기 때문이다. 몸 상태는 선수의 자존심, 선수의 일생과 직결된다. 아픔을 참고 어떻게든 경기에 출전하는 그들의 프로정신에 감탄할 때도 많다.

“보통 사람은 관절, 근육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약간의 불편을 초래하더라도 빨리 낫기만 하면 그만이잖아요. 운동선수들은 자신의 몸이 전부거든요. 묵묵히 참고 악착같이 훈련하는 것을 보면 어떨 땐 안타깝기도 하고, 어떨 땐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만큼 주치의로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선수 생명과 연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치료를 받고 가도 정보보호에도 특별히 유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수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구단주의 팀 닥터 지원은 전무하다. 스포츠의학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일부 의사들이 의료봉사를 자처하는 것이 전부다. ‘스포츠마케팅’이라고 해서 선수의 진료를 광고에 활용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지원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다. 팀 닥터를 맡아도 정식 계약이 이뤄지거나 별도 비용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포츠팀을 운영하는 구단주는 일종의 사회공헌 활동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만큼 막대한 비용이 들면서도 지원이 열악해요. 선수들은 정말 치료가 필요해도 진료비를 지원하는 구단의 눈치를 보기도 해요. 비인기 종목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죠. 앞으로 의사들의 활발한 참여와 구단주, 정부의 지원, 그리고 비인기종목에까지 폭넓은 대중의 관심이 있었으면 합니다.”


후학 양성에 직원 만족까지 고민, 또 고민

박진영 원장은 그간 쌓인 경험을 토대로 학회 참여와 후학 양성을 지속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개원해서도 금요일 오후와 토요일에는 진료시간을 아예 비웠다.  

“어깨와 관련한 모든 치료 사례를 연구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펠로우도 계속 받을 생각입니다. 이런 것이 제가 꿈꾸는 병원입니다. '풍선을 들고 있는 장면'이 담긴 병원 심볼은 어깨가 아프면 풍선 하나조차 들 수 없고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수술하고 입원하는 환자를 위해 식사에도 신경 썼다. 맛있는 반찬을 매 끼마다 주문하고, 직원들도 함께 먹게 했다.

건국대병원에서 그를 믿고 따라나온 의료진, 간호사, 의료기사 등을 보며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환자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매일 함께하는 직원들도 열심히 일하고 또 그만큼 쉬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민 중이다.

“장기 휴가 등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해요. 제 나이에 특별한 욕심이 있겠습니까. 환자가 치료를 잘 받고 직원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박진영네온정형외과가 어떻게 성장할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더라도, 즐겁고 보람된 일이 가득할 거라 기대합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사진.고민수 기자 msko@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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