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미 교수, 심평원 수가 책정 '비현실적' 비판, 학부생때부터 '호스피스' 개념 교육 강조

"완화의료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을 받고 있지만, 그 어느 의료보다도 '원칙'을 지키고 '환자'를 위하는 진료행위다. 더이상 병원에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최근 이대목동병원 호스피스실장으로 자리한 남은미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2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완화의료가 나아갈 길에 대해 이같이 밝히면서 "3차병원이라면 무조건 호스피스실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화의료원은 지난 1992년부터 동대문병원을 거점으로 호스피스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지만, 동대문병원이 목동병원으로 흡수, 통합되면서 호스피스실이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의료 공공성에 대해 관심이 깊은 이순남 의료원장이 부임하면서, 자연스레 호스피스실이 다시 자리잡기 시작한 것.


이에 대해 병원 내 일부 교수들 사이에서는 걱정이 많다. 완화의료 자체가 수익성이 안 되는 것은 물론, 올해 10월부터 이에 대해 일당정액제가 시행되기 때문.

2차 시범사업까지 마친 현재 심평원에서 책정된 완화의료 정액수가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경우 17만6000원 선으로, 호스피스실을 보유한 병원들조차도 경영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없애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정액수가에 대해 남 교수도 "너무 적다. 환자의 상태에 따른 인력 구성, 시설 변경, 서비스 등을 고려치 않은 수가"라며 "이를 받아들일 병원은 없을 것이므로, 이대로 시행할 경우 많은 병원의 호스피스실이 사라질 것"이라고 못박았다.

따라서 이를 병원의 손해로 떠넘기는 데 급급하지 말고, 정책적으로 이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이대목동병원은 수익과 관계 없이 호스피스 실을 늘려갈 예정이라고. 그는 "단순히 수익이나 경영 측면에서만 완화의료를 바라봤다면 호스피스실은 열지 못했을 것"이라며 "환자의 삶의 질과 제대로된 의료 실현을 위해 재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3차병원이라면 암 등 중증질환자가 많기 때문에 완화의료가 필요한 환자도 많다"며 "의료 연속성을 위해 반드시 호스피스 기관을 설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몇몇 외과계 의료진들이 '살릴 수 있는 환자인데, 왜 아무일도 하지 않느냐' '적극적인 치료 방해'라며 호스피스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이는 인식의 차이 때문"이라며 "완화의료에 대해 잘 모르는 환자, 보호자는 물론 다른 과 교수에게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완화의료 인식 확산을 위해 이대목동병원에서는 매년 호스피스 심포지엄을 열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정기적인 자원봉사자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또한 의료진들의 '완화의료' 인식 고취를 위해 이화의대에서는 학부생때 일주일에 한번씩 '임종돌보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남 교수는 "다른 학교에서도 '임종돌보미'와 같은 교육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며 "의사로서 해줄 수 있는 진정한 치료에 대해 진료과목과 관계 없이 학생때부터 트레이닝을 받는 것이 인식 확산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대목동병원의 호스피스실은 보건복지부의 지정 기관이 아니어서 지원을 못받는 상황이지만, 환자의 제대로된 치료를 위해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호스피스실의 확대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인력 양성과 다학제적 연계도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남 교수를 비롯해 유은선 소아청소년과 교수, 문혜성 호스피스 전문간호사 등이 참여하며, 사회사업과, 원목실의 관계자와 전문 교육을 이수한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등이 함께 하고 있다.

앞으로 본교의 다양한 인력을 보다 많이 영입해 서비스의 양과 질을 보강하는 동시에, 사회적 인식 확산으로 지원과 관심이 높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남 교수는 "병원의 호스피스실이 어느 정도 자리잡히게 되면, 가정호스피스로의 확산에도 관심을 가질 예정"이라면서 "이는 환자가 가장 원하는 부분이자 도움이 되는 분야기 때문"이라고 이대목동병원의 호스피스 청사진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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