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 선거 뛰어든 세 후보, 화합·주요 현안에 한 목소리

대한의사협회장 보궐선거 구도가 노환규 전회장 신임여부를 묻는 것으로 바뀌는 형국이다. 특히 노환규 전회장을 가운데 두고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22일 현재 적극적인 선거운동보다는 가처분 신청 결과에 더 집중하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노환규 전의협 회장이 제기한 불신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결정에 따라 선거가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심리가 열렸으며, 27일 2차 심리가 예정돼 있다. 이후 일주일을 전후해 법원은 노환규 전회장과 의협측에 결과를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선거도 이 시점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시켰을 경우 선거 레이스는 본격화된다.

▲ 제38대 의협회장 선거에 후보 등록을 마친 세 후보가 기호 추첨에서 자신이 뽑은 번호를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 1번 유태욱 후보, 2번 추무진 후보, 3번 박종훈 후보. 사진=고민수 기자.
현재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군은 3명. 기호 1번 유태욱(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 기호 2번 추무진(전 의협 정책이사), 기호 3번 박종훈(고려의대 교수) 후보다. 이들은 19일 의협회장 보궐선거 선거관리위원회(회장 김완섭) 주최로 열린 정견발표에서 자신을 차기 의협회장으로 뽑아달라며 첫 유세를 시작했다.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우선 의협의 현상황을 반영하듯 의료계 화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또 방법과 내용은 다를지라도 젊은의사의 미래를 위한다는 점에서도 한목소리였다.

최대 현안중 하나였던 원격의료에 대해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노환규 전회장을 두고는 극명하게 입장이 달랐다. 이 때문에 보궐선거는 새회장을 뽑아 의협의 희망을 찾기보다 대의원총회에서 탄핵당한 노환규 전회장의 신임을 묻는 구도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의협회장 보궐선거는 6월 2일부터 시작되는 우편투표와 6월 17∼18일 실시되는 온라인 투표로 결정된다. 4월 19일 노환규 회장이 탄핵된 지 꼭 두 달만인 6월 19일 새회장이 첫발을 내딛게 된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후보 간 입장차가 가장 두드러진 것 중 하나는 탄핵당한 노환규 전회장에 대한 입장이다. 유태욱·박종훈 후보는 반대입장에 서 있고 추무진 후보는 계승을 강조했다.

먼저 유 후보는 "연유야 어쨌든 의료계 내부에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는데 전문가 집단인 의료계가 이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법원에 의지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 뒤 "노 전회장이 저질러 놓은 많은 문제들, 이른바 좌편향 투쟁어젠다, 원격의료 시범사업 수용, 의료민영화 반대 등을 바로 잡겠다"고 노 전 회장에 대해 포문을 열었다. 이어 "혼란을 야기한 노 전 회장은 성찰 시간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가처분 신청을 하고 후보를 내세워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대리전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유 후보는 "회장을 단 하루만 하더라도 중요한 소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화합이 필요하고 그 화합은 상식적, 수평적 구조여야 하며, 상호 존중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의료계) 다움'을 유지해야 정부에게도 단호하게 요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박 후보는 노 전회장의 독선적 리더십 때문에 의료계를 분열시켰다고 비판했다. 또 투쟁 어젠다도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의료의 자율성 보장인 당연지정제 철폐 주장은 투쟁의 이슈에서 슬그머니 사라지고 편향된 좌파적 이슈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원격진료 시범사업 원천 반대와 의협의 투명화, 각 직역이 함께하는 신뢰할 수 있는 의협을 강조했다. 의협의 가장 큰 문제로 '분열'을 꼽고 화합을 최우선 가치에 두겠다고 공약했다.

이어 “교수협의회가 회비 납부를 거부하거나 많은 회원들이 회비를 내지 않는 것은 곧 의협에 신뢰가 없다는 뜻"이라며, 회계 투명화 등을 통해 회원들이 신뢰하고 지지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범사업 결과를 통해 원격진료를 막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면서 "당선되면 비대위와 함께 상의해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주장했다. "혼란스러운 의협을 정상화하자는 의미이기 때문에 1년 동안 열심히 해서 투명하게 개혁한 후 교수로 돌아가겠다"는 것이 박 후보의 입장이다.

추무진 의협 전정책이사는 노환규 전회장과 37대 집행부의 회무 연속성을 강조했다. 기본적인 것을 승계하면서도 어떤 것이 회원을 위한 것인지 등은 많은 의견을 구해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추가했다. 게다가 노 전회장을 선대본부장으로, 방상혁 전기획이사를 대변인으로 선거캠프를 구축, '친노환규'를 전면에 내세웠다.  추 후보는 "37대 집행부가 추구해 온 의료제도와 회원들을 위한 협회를 만들기 위한 개혁을 이어나가기 위해, 회원들의 희생으로 얻어낸 2차 의정협의를 성실히 추진하고, 혼돈에 빠진 의협을 하나로 묶어 강력한 의협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출마했다"고 표를 호소했다.

그는 노환규 집행부의 과오에 대해서는 "투쟁의 과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변과 내부 상황 속에서 회원들에게 충분한 사전 설명과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사과했다. 대의원회 개혁에 대해서는 회원들의 뜻이 반영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대의원 선출과 구성의 정당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회장에 선출되면 임기는 내년 4월말까지로 사실상 10개월밖에 안된다. 이에 따라 내년선거(3월 예정)에 출마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때문에 출마여부에 대한 관심도 주목된다. 우선 박 후보는 출마 의사를 밝힐 때부터 39대 의협회장 선거에는 나가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1년이라는 한정된 시간안에 할 수 있는 의협 개혁의 토대를 다진 후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점을 여러차례 밝혔다. 학교에서도 1년 이상 개인의 뜻을 봐주지 않는다고 했다.

박 후보에 이어 유 후보도 의료계 화합을 위해 내년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회장이 되면) 상임이사는 능력 있고 16개 시도에서 인정받는 사람을 임명하는 등 모든 인사를 탕평적으로 하고 전 직역을 아우르는 대통합 리더십을 발휘한 후 임기를 마치겠다는 것. 불출마는 문서화해서 검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의협 회장은 큰 권한을 갖는 게 아니라 16개 시도를 아우르는 대표성을 갖고 의사회 내 커뮤니티를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 리더십으로 묶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후보는 "회원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소통과 화합이 되는 방향이 가장 중요하다"며 "집행부가 회원들의 뜻을 받들어 일할 수 있고, 회원들의 뜻이 대의원회에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재출마 여부는 말하지 않았다.

노 전회장 ‘불신임 효력정지 가처분’ 어찌될까
2차 심리 27일…대의원결의 무효땐 선거 없었던 일로

보궐선거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점은 후보자간 공약이 아닌 노환규 전회장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 결과다.

노환규 전의협 회장이 제기한 불신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심리가 지난 20일 열렸다. 노 전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불신임 결의는 정관 규정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절차상으로도 위법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대의원회 결의 무효를 주장했다.

1차 심문은 노 전회장측에서 대의원회 소집절차 위법성 등 총 5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 4월 19일 대의원총회를 개최하기 위해 운영위원회를 열고 그 결의에 따라 임총을 개최했는데 이러한 소집절차는 이 사건 불신임 결의가 긴급을 요하지 아니함에도 개최일 7일 전 소집 공고라는 요건을 구비하지 않았다는 것, 비공개 진행의 위법성, 대의원회가 불신임 발의를 위한 증거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것 또한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는 점도 제기했다. 불신임 안건에 영향을 준 찬성토론이 실시됐다는 부분에서 절차적 위법성이 분명하다는 논리도 펼쳤다.

의협(대의원)측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론을 했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2차 심문을 하기로 했다. 27일 오전 10시 열리며, 2차 심리 결과는 통상 일주일을 전후해 원고측과 피고측에 통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회장도 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듯 우편 투표가 시작되는 6월 2일 이전에 결론을 내려줄 것을 법원에 요청한 바 있다.

선관위, "비방·허위사실 유포땐 엄중 대처"

현재 의협에 등록된 회원은 약 6만7000명. 이중 유권자 수는 약 3만5000명 정도가 된다. 온·오프라인 투표를 병행 실시한다. 전체 유권자의 70∼80%는 온라인으로 투표할 것으로 보이며, 선관위는 온라인 투표 공정성 시비를 막기 위해 공신력있는 기관에 위탁키로 했다.  이번 전자투표를 통해 문제점을 점검하고 내년에 있을 제 39대 의협회장 선거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선관위의 선거운동관리지침에 따르면 선거운동은 중앙선관위의 사전허가 및 승인을 받은 뒤 가능하다. 다만, 협회 및 산하단체 기타 협회 관련 조직에 소속된 임직원은 안된다.

금지되는 것은 △개인이나 단체에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는 행위 △후보자나 후보자의 4촌 이내 혈족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또는 사생활 비난 행위 △협회 단체 또는 임의 단체의 명의로 특정 후보자를 지지 또는 비방하는 행위 △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트위터·페이스북 등)를 이용한 허위사실 공표, 명예 훼손, 사생활 비난 행위, 특정 후보자 비방 행위 등이다.

전문언론을 통한 광고 행위도 전면 금지되고, 회원이 아닌 사람을 고용한 홍보 활동도 안된다. SNS 선거운동의 경우 투표장 앞에서 단순한 인증샷 행위나 일반 선거권자가 선거 당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트위터로 투표참여 독려, 특정 후보 지지글을 올릴 수 있다.

선거운동 후원금 모금은 선관위에 후원금 모집 사실을 신고하고 선관위 검토 및 승인 받은 뒤에 가능하다.  김완섭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선거운동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최대한 허용할 방침이지만 비방, 허위사실 유포 사실이 발각되면 주의·경고 등 조치를 통해 엄격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관리규정세칙에 따르면 선관위로부터 경고 2회를 받은 후보자는 후보 자격을 상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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