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내 의원 설치 절대반대...병협은 편익 크다면 시행해 봐야

정부가 중소병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병원내 의원개설, 자법인 설립 등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중소병원과 개원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등이 모여 투자활성화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해 병원 건물 내 의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 사안은 10여년 전부터 중소병원계에서 주장해왔던 것으로 병협은 이 제도 도입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다.  

개원의들은 병협이 자신들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개원가에서 환자를 끌어다 보충하려 한다고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의협과 전의총에 이어 의원협회도 20일 “병협이 의원으로 오는 환자를 병원이 바로 흡수하겠다는 얄팍한 심산으로, 결국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단기적인 이익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로 인해 병원들 역시 제대로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또 “부대시설을 통한 수익이나 병원내 의원개설과 같은 꼼수는 오히려 저수가를 더욱 고착시킬 것”이라며 “근시안적 발상으로 본인들의 운명을 재촉하지 말기 바란다”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인천의 한 개원의도 병협의 행보는 의료계 전체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득만 생각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누구 할 것 없이 다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병협이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병원내 의원이 개설이 허용되면 개원의들은 타격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또 “외래환자에 대해 중소병원들이 경쟁력이 떨어지니까 이를 편법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며 “중소병원들이 의뢰서 없이 내원한 사람들에게 의뢰서 발행처로 이용하려는 꼼수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원의들이 병원 내 의원 개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병원과 의원의 기능은 분명히 구분돼야 하고 환자의 접근성 역시 차별화 돼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병협쪽의 생각은 다르다. 의료전달체계는 이미 무너진지 오래 전 얘기라는 것.

병원계 한 관계자는 “개원가에서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얘기하는데 이미 무너진 상태인데 무엇이 더 무너지겠냐”고 반문하며 “개원가의 환자를 끌어올 것이라 우려하는데 그것은 상대적 박탈감 혹은 피해의식 때문이고 개원가와 중복기능으로 인해 중소병원이 라이벌이 될 것이라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쪽 관계자들은 병원내 의원 개설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이다. 이미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에서는 병원내 의원 개설은 흔한 일이고, 병원 가동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희망도 엿볼 수 있다.

지방에서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병원내 의원 개설이 어느 정도 경영에 숨통을 트이게 해 줄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현재 치과를 임대하고 있는데 건강검진센터와 같이 프로그램을 짜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만일 다른 진료과도 임대가 가능하면 도움일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병상이 안 채워질 때 성형외과를 임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병협측 관계자는 현재 중소병원의 가동률이 70%이므로 나머지 30%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병원내 의원개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병원내 의원 개설은 현재로도 불법이 아니다. 다만 의원과 병원의 행위별가산점이 달라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병실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 등 몇 가지 제한점이 있을 뿐 ”이라며 “중소병원에서 3년 이내에 모든 진료과장들이 병원을 떠나는 인력문제도 병원내 의원 개설로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또 “의료계는 결국 제로섬 게임이다. 병원내 의원개설에 대한 사회적 편익이 크다면 이를 시행하는 것이 맞다”며 “정부는 환자 이탈에 대한 개원가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한 보완점을 찾아야 한다. 시범사업을 시행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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