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니타스에 `메멘토 모리` 나타내
바니타스라는 해골 그림 속에는 언제나 중세 메멘토 모리의 여운이 남아 있다. 메멘토 모리란 항상 죽음을 생각하며 경건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산다는 뜻을 지닌 용어이다.
 이것이 바로 바니타스의 종교적 요소이다. 이러한 종교적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중세의 마카브르와 바니타스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중세의 마카브르에서 죽음은 언제나 밖에서 찾아왔다. 그것은 삶의 가해자는 외적인 강제였기 때문이다.
 반면, 바니타스에서는 죽음이 더이상 외부에서 찾아드는 낯선 손님이 아니며 여기에는 죽음과 삶이 공존해 마치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것으로 즉, 삶 그 자체 속에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결국 죽음은 삶에 내재하는 필연적인 것으로 변했다. 죽음에 대한 중세 이래의 전략은 현저하게 약화되는 듯하다. 왜냐하면 기독교의 바탕에는 죽음을 삶의 외적인 요소에 의한 것으로 보는 생각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죽음은 죄의 값`이라 말할 때, 죽음은 삶에 내재한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우연히 저지른 어떤 실수 때문에 `밖`에서 도입되는 것으로 설명되었으며 인간은 원래 죽지 않을 수도 있었음을 의미했던 것이다.
 그러나 죽음이 바로 삶에 내재한 필연성이라면 마치 `위` 없는 `아래`가 없듯이 `죽음` 없이는 `삶`도 있을 수 없는 것이 되어 기독교적 전략의 효과는 의문시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항상 죽음을 생각하라는 뜻의 메멘토 모리를 나타낸 문신이 그림 1과 2이다. 그림 1은 생과 사는 하나로 맞붙어 있음을 표현한 문신으로 해가 뜨는 아침에 한 젊은 중이 할복을 시도해 죽음의 순간에 삶과 죽음이 하나로 맞붙어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마치 열반에 들면 무아지경에 도달하여 연꽃 옥좌 위에 앉아있노라면 그 눈앞에 `영원`이 떠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연꽃은 더러운 물 앙금에서 자라면서도 그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간직하는 것과 같이 깨달음을 얻는 인간은 그 순간부터 보다 좋은 인생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연꽃 옥좌에서 흘린 피는 흐르고 흘러 호수처럼 고인 위에 생겨나는 파문은 마치 거칠고 불확실한 현세의 삶과 같음을 상징하고, 그림 윗부분은 벚꽃으로 덮여 있는데 활짝 피었던 꽃잎이 하나씩 떨어지는 것은 우리 인생살이의 근본과도 같기 때문에 사람은 항상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는 메멘토 모리의 교훈적 문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2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죽음은 찾아들기 때문에 사람은 항시 죽음을 생각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된 문신이다.
 바니타스는 반드시 정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대개 두 가지 요소로 표현된다.
 즉, 정물, 초상, 풍경 등과 함께 표현되거나 또는 촛불, 모래시계와 같은 무상함의 상징과 함께 그 의미를 한층 더 강조하기도 한다. 그런 것을 표현한 문신이 그림 3이다. 즉,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드는 것이기에 두개골, 모래시계, 낫 등 메멘토 모리를 강조하는 의미를 몸에 새기고 다니게 된 것이다.
 고전에서는 현세의 쾌락을 즐기다가 죽는 죽음의 상징을 해골로 표현했다. 그래서 해골이 등장하는 술자리는 향락의 자리이며 이 세상의 고통을 씻어버리는 자리로 여겼다. 해골은 죽음을 보증하는 삶의 덧없는 기쁨이며, 무겁고 어두우며 비참한 의미가 아닌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래서 술집 간판의 표시에 해골을 옮겨 놓았던 것이 폼페이의 모자이크 작품으로 남아있는데 해골은 양손에 술병을 들고 있으며 죽음의 공포와는 거리가 먼 매우 코믹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술집으로 유인하는 의미를 표현 하면서도 메멘토 모리를 떠올리는 간판으로 쓰였던 그림이 있는데 이것을 본떠서 만든 문신이 그림 4이다.
 또 이러한 죽음의 상징인 바니타스에다 영혼불멸의 상징인 십자가를 꽂거나<그림 5>, 칼을 꽂아서<그림 6> 죽음을 죽게 하여 영원히 죽지 않음을 표현한 문신을 몸에 새기게 된 것이다.
 죽음을 무서워하던 시대로부터 사람들은 반드시 죽는다는 원리에 순응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바니타스에 힘을 줌으로써 용맹스러움 또는 경고의 뜻을 나타내는 시대가 되었는데 그것을 잘 표현한 문신이 그림 7과 그림 8이다.
 이것이 점차 발전하여 군대에서도 천하무적이라는 용맹성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바니타스가 사용되었는데, 이를 처음 사용한 것이 영국의 제17기병대로서 두개골에 대퇴골 두 개를 가로질러 승리와 영광의 상징으로 삼았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백골부대라는 명칭과 두개골의 바니타스를 사용하여 그 용맹성을 나타냈다.
 해적들도 바니타스를 사용한 Jolly Rodger를 해적선에 달고 다니면서 자기들의 용맹성을 과시하였으며 함부로 접근하면 살해된다는 경고로 사용하였다.
 또 의약이나 농약 분야에서도 맹독성을 지닌 약품 표시에 바니타스를 사용하여 그 사용의 위험성을 나타냈다. 따라서 이런 여러 의미의 바니타스가 문신으로 사람 몸에 새겨 졌으며 현재도 사용되고 있다.

그림 1. 생과 사는 하나로 맞붙어 있어 메멘토 모리를 표현한 문신.
그림 2. 메멘토 모리를 상징하는 문신.
그림 3. 모래시계·낫·촛불은 죽음을 의미해 결국 메멘토 모리를 상징하는 문신.
그림 4. 술·담배·쾌락 속에도 메멘토 모리가 함축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문신.
그림 5. 영혼불멸의 상징인 십자가를 죽음에 꽂아 메멘토 모리를 상징.
그림 6. 생과 사에 칼을 꽂아 메멘토 모리를 상징.
그림 7. 바니타스에 힘을 주어 용맹의 사징으로 표현한 문신.
그림 8. 바니타스에 능력을 주어 용맹의 상징임을 표현한 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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